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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여풍 2.0]① 유리천장 깬 40대 女CEO…'소프트 파워' 리더십 활약

등록 2023-03-11 15:04:13   최종수정 2023-03-13 10: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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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이부진·구지은·김정수, 1세대 여성 경영자 두각

식품외식 CEO 오른 이주연·김기원 행보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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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왼쪽 위는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이주연 비알코리아 대표이사의 모습. 왼쪽 아래줄은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과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 안정은 11번가 대표이사의 모습.(사진=각사 제공)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식품·유통 업계에 여풍(女風)이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40대 여성 경영인들이 전면에 대거 나서면서 '여성 CEO 전성시대 2.0'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문화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식품·유통업계에서 성과와 전문성, 소프트 파워 리더십을 바탕으로 기존의 틀을 깨며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성 경영 리더를 전면에 내세운 기업들은 섬세한 경영으로 새 바람을 일으키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유통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에 걸쳐 여성 CEO 발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일유업이 최근 김선희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고, SPC그룹은 계열사 수장에 첫 여성 CEO(이주연 비알코리아 대표)를 선임했다.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이 LG그룹 첫 공채 출신 여성 CEO로 선임됐다. CJ그룹은 지난해 10월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를 11번가는 안정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각각 CEO로 발탁했다.

이전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오너 일가 여성들에게 허용됐던 CEO 자리가 전문성을 갖춘 인재에게 개방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선임된 CEO들이 대부분 40대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장에 오른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김선희·이부진·구지은·김정수, 1세대 여성 CEO로 두각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등은 식품업계 대표 여성 리더로 꼽힌다. 이들은 보수적인 식품 업계에 유리 천장을 깬 여성 CEO 1세대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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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왼쪽 위부터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모습.(사진=각사 제공)
유업계 최초 여성 대표이자 여성 장수 CEO로는 김선희 매일유업 신임 부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김 부회장은 코로나19 여파와 저출산 위기 속에서도 수년 간 실적 개선을 보이며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왔다. 실제 매일유업 매출은 2019년 1조3933억원, 2020년 1조4631억원, 2021년 1조5519억원, 2022년 1조6856억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우유 소비 감소로 유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매일유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결로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꼽힌다. 김 부회장은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한 성인 영양식 사업을 육성했는데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는 진단이다.

호텔·면세 업계에서는 '삼성가 3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스타 오너 경영자로 꼽힌다. 이 사장은 1994년 연세대 아동학 학사 학위를 받은 뒤 2004년 호텔신라 경영전략담당을 맡았다. 2009년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을 함께 겸직한 이 사장은 2010년 호텔신라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 사장은 지난해 말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의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한국인으론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사장은 오는 1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등기임원)직에 재선임되며, 4연임할 예정이다.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을 맞아 면세 유통 부문의 글로벌 톱3 위상 확보와 호텔·레저부문의 브랜드 신규 개발 및 확장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범LG가(家)의 남성 위주 CEO 선출 관례를 깬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도 식품업계의 손꼽히는 여성 리더다. 그는 구자학 회장의 4남매 중 아워홈에서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받으며 후계자 1순위로 떠오른 인물이다.

구 부회장은 2020년 적자였던 아워홈을 1년 만에 흑자로 돌려세우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5.1% 증가한 1조8300억원의 매출과 2.2배로 불어난 5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여성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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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왼쪽부터 이주연 비알코리아 대표이사,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의 모습.(사진=각사 제공)
올해는▲소통과 협업의 조직문화 구축 ▲현장과 고객 중심 혁신 가속화 ▲위생 및 안전관리 강화 ▲해외사업 확대 등을 추진하며 글로벌 푸드 기업으로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2020년 10월 경영에 복귀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도 식품업계 대표 여성 리더다. 그는 ESG위원장을 맡아 직원과 협력사의 동반 성장을 주도했고, 수출 주력 시장인 중국, 미국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시장 진출에 공을 들였다.

체질 개선도 본격화했다. 호면당 광화문점을 폐점하며 외식사업을 정리했고, 밀양 신공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본업인 라면 사업에 집중하는 토대도 만들었다.

삼양식품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9090억원의 매출과 9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41.59%, 38.27% 늘어났다. 경쟁사들이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과 달리 라면 수출에 중점을 뒀던 삼양식품은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식품·외식업계 CEO 오른 이주연·김기원 행보도 주목
새롭게 식품·외식업계 CEO 자리에 오른 인물들이 올 한해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여부도 관심이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악화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 경우 여풍이 더욱 거세게 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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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왼쪽부터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과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 안정은 11번가 대표이사의 모습.(사진=각사 제공)
SPC그룹은 배스킨라빈스(아이스크림)·던킨(도너츠)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대표이사에 스타벅스커피코리아(SCK컴퍼니) 마케팅을 총괄 출신 이주연 부사장을 선임했다. SPC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여성·40대 CEO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PC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1975년생 여성 대표를 선임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는 특히 던킨의 매출 성장을 이끌기 위한 방안으로 간편식 및 음료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과 함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조직 내부 소통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한국맥도날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기원 대표도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한국맥도날드에 2020년 4월 합류한 이후 브랜드 마케팅을 총괄하며 국내 맥도날드 비즈니스 성장에 큰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한국맥도날드는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데 동원그룹(동원산업)이 최근 인수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대표가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경우 회사 매각 이후에도 경영 지휘봉을 계속 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통업계 유리천장 깬 이정해·이선정·안정은 대표
유통 업계에선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과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가 여성 CEO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인사를 통해 유리 천장을 깨고 여성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정애 사장의 경우 LG생활건강의 실적 반등이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실적으로 매출액 7조1858억원, 영업이익 71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11.2%, 44.9% 감소했다.

이 사장은 브랜드와 제품력 강화를 통해 반등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고객 가치 관점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통해 달라"며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맞춰 새롭고 신선한 시도가 사내에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독려해달라"고 주문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인사를 통해 이선정 CJ올리브영 경영리더를 발탁했다. 1977년생 40대인 그는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다. 이 대표는 CJ올리브영이 증권시장 침체로 한 차례 연기한 기업공개(IPO)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가치를 끌어 올리기 위한 실적 강화와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이 대표는 복합 위기 속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내년 이후 IPO 추진을 위한 탄탄한 기반 마련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11번가는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대표 이사로 발탁했다. 안 대표는 11번가의 첫 여성 CEO로 하형일 사장과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그에게는 점유율 회복이 시급한 과제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라이브11' 등을 탄생시킨 안 대표는 상장 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신규 서비스 확대 및 악화된 수익성 제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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