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야구②]몸값은 부풀었지만…기본기마저 의구심
세리머니하다 주루사·일본전 9사사구 실망 남겨
야구를 향한 관심이 치솟았고, 한국 최고 프로 스포츠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야구 인기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선수 대우도 달라졌다.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100억원이 오가는 일이 이제 더 이상은 놀라운 일도 아닌 게 됐다. 야구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들만 봐도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높아져 가는 선수들의 몸값과 달리 국제 무대에서 한국 야구는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드높였던 WBC는 한국 야구의 무덤이 된지 오래다. 한국은 2013년, 2017년에 이어 이번 2023 WBC까지 3회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쓴잔을 들이켰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본과 호주, 체코, 중국과 한 조로 묶였을 때만 해도 '쉬운' 조편성에 환호한만큼 1라운드 탈락은 더욱 쓰리다. 경기 내용에서도 두루 문제점을 노출한 2023 WBC는 '탈락' 이상의 충격을 안기고 있다. 한국 야구가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탓이다. 경기 내용은 '참사'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실망감을 남겼다. 첫 경기였던 지난 9일 호주전에서 한국은 7-8로 졌다. 이 과정에서 7회 좌중간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던 강백호(KT 위즈)는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져 태그아웃 당해 모두를 아연실색케 했다. '국가대표'에 걸맞지 않은 기본기를 망각한 장면이었다. 6-8로 끌려가던 8회 1사 만루에서도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다. 오지환(LG 트윈스)의 땅볼에 3루 주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득점했다. 포수가 1루 커버를 위해 홈을 비우자 이정후는 3루를 밟은 박해민(LG)에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지만, 박해민도 주루코치도 이를 놓쳤고 동점을 만들 기회도 날렸다.
10명이 등판한 한국 마운드는 일본 타선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 맸다. 투수진은 8개의 볼넷과 1개의 몸에 맞는 공을 남발하며 최악의 하루를 보였다. MLB닷컴은 "한국은 일본 타선을 잠재울 투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생업을 따로 가지고 있는 체코 선수들과 벌인 12일 3차전에서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쩔쩔매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한국은 탈락이 결정된 뒤 만난 중국을 상대로 뒤늦게 화력을 발휘하며 22-2,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그동안 부담감에 짓놀렸던 타선은 분풀이를 하듯 연신 중국 마운드를 두들겼지만 이미 돌이킬 수 있는 건 없었다. 한때 한국 야구는 '정신력'을 가장 큰 강점으로 삼았다. 태극마크 아래 뭉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발휘됐기 때문이다. 승리를 향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한국 대표팀은 상대를 질리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발전 없이 '정신력'만 외치는 대표팀에게 다시 영광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그 사이 세계 야구는 한 걸음씩 나아갔다. 한국이 한 수 아래로 여기던 나라들도 이번 대회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플레이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반면 한국은 과거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야구로 상대팀들을 더 당황시켰다. '영광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국 야구의 민낯을 들여다 볼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