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정치일반

尹-기시다, 위령비 공동참배…"과거 직시하며 치유…말 위주서 실천으로"(종합)

등록 2023-05-21 11:49:52   최종수정 2023-05-21 12:32:04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한일 정상 역대 첫 공동 참배, 김건희·유코 여사 동행

"핵 위협에 한·미·일 함께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미도"

"반일·혐한 정치적 이용 세력 있지만 관계 낙관적"

associate_pic
[히로시마=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2023.05.21. [email protected]
[히로시마·서울=뉴시스]박미영 김지훈 양소리 기자 = 한일 정상이 21일 역대 처음으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했다. 대통령실은 양국 정상이 과거를 직시하고 치유하는데 노력하고 말 위주에서 실천하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총리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도 동행했다.

기시다 총리 부부는 오전 7시32분께 평화기념공원에 먼저 도착해 윤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기시다 총리는 검정 양복에 검정 군청색 계열 넥타이를 맸고, 유코 여사는 흰 재킷에 검정 원피스 차림이었다.

이어 윤 대통령 부부가 오전 7시35분께 평화기념공원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모두 검정 정장 차림이었다.

양국 정상 부부는 악수하며 인사를 나눈 뒤 한인 희생자 위령비 앞으로 이동했다. 이어 위령비 앞에서 각 1개씩의 꽃다발을 받은 뒤 헌화하고 묵념했다. 양국 정상 부부는 약 10초간 묵념하는 것으로 참배를 마치고, 한 차례 더 악수를 나눈 뒤 평화기념공원을 떠났다. 윤 대통령 부부는 약 4분가량 머물렀다.

양국 정상의 한인 위령비 참배 모습은 위령비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놓인 의자에 앉아있던 피해자 등 10명도 지켜봤다. 이들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도 참석했었다. 당시 한국 대통령으로서 너무 늦게 찾아와 송구하다고 사죄했고, 피해자들은 감사의 뜻을 표했었다. 윤 대통령은 참배를 마친 뒤 평화기념공원을 떠나기 전 이들을 향해 목례했다. 
 
이번 공동참배는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제안하면서 이날 이뤄지게 됐다. 윤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는 역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며, 한일 정상의 공동참배도 역대 처음이다.

associate_pic
[히로시마=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헌화한 뒤 위령비를 바라보고 있다. 2023.05.21. [email protected]
이도운 대변인은 히로시마 G7 프레스센터 중앙기자실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존 피해자들에게도 위로의 뜻을 표하는 한편 미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일 양국이 협력해 나가자는 의지도 표명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변인은 "이번 참배는 한일 두 정상이 한일관계의 가슴 아픈 과거를 직시하고 치유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두 정상의 참배에 우리 동포 희생자들이 함께 자리한 것이 그 의미를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또 "동북아, 나아가 국제사회에서의 핵 위협에 두 나라가 미국과 함께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공동 참배 후 곧바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위령비를) 양국 정상이 함께 참배한 것도, 한국 대통령이 참배한 것도 처음"이라며 "함께 참배한 것은 한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시다) 총리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아울러 지난 7일 기시다 총리가 방한해 강제징용 등 피해자들의 고통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순방 기자단과 만나 "양국이 과거사 문제 해결(노력)을 말 위주로 했다면, 이번에는 실천한 것"이라며 "두 정상이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사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누가 그렇게 단언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면서도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정부가 함께 노력해 조금 더 미래지향적으로, 조금 더 실천적으로 속도 내서 해결하자는 의지를 다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의 전망은 낙관적으로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국내에 반일 감정을 이용해 얄팍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고 일본 내에도 혐한 감정을 이용해서 정치적 이득을 꾀하려는 세력이 있지만 대다수 한국 국민과 일본 국민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대체로 합의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지난 1970년에 건립됐으나 공원 밖에 세워져 있다가 1999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안으로 이설됐다.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첫 문장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히로시마에는 약 10만명의 한국인이 군인, 군속, 징용공, 동원학도, 일반 시민으로 살고 있었다"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