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300]민중의 몽둥이가 돌아왔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6월 첫 주 개봉 영화 및 최신 개봉작 간단평을 정리했다.
◆거부할 수도, 싫어할 수도 없는…범죄도시3(★★☆) '범죄도시3'는 영리하다. 관객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하게 안다. 관객은 '범죄도시3'에 새롭고 신선한 걸 요구하지 않는다. 뻔하고 익숙한 걸 원한다. 왜냐고? 아직 질리지 않았으니까. '범죄도시' 시리즈는 애초에 파인다이닝이 될 생각이 없다. 오래 살아남아 소울푸드가 되길 원한다. 이번에도 마석도(마동석)는 악당들을 흠씬 두들겨 패고, 주먹질을 하지 않을 땐 개그에 전념하며 성실히 움직인다. 그의 액션에는 여전히 쾌감이 있고, 그의 유머는 다른 어떤 영화보다 타율이 높다. ◆고요한 격정 속에서…말없는 소녀(★★★☆) 요란한 영화가 판을 치는 시대에 '말없는 소녀'는 너무 고요하기 만해서 눈에 띄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는 분명 느리고 조용하지만, 그 속을 인내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곧 끓어오를 것만 같은 격정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이내 빠져들 수밖에 없다. '말없는 소녀'를 완벽한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감정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온전한 영화라고는 할 수 있다. '말없는 소녀'의 장면들을 복기하다보면 진실된 감정을 표현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 ◆굳이 내려칠 이유는 없어요…인어공주(★★★) '인어공주'는 1989년에 나온 동명 애니메이션 원작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시대에 발맞춰 진일보한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실사화의 한계도 갖고 있다. 따라서 어디에 초점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화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은 한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이 작품을 내려치기 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이 작품은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이런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그렇게 PC하지도 않다. ◆돈 값 하네…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 이미 알려진 것처럼 '분노의 질주'는 11편이 마지막 영화다. '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는 10번째 영화로 앞으로 나올 11편과 2부작을 이룬다.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분노의 질주'는 이 시리즈의 모든 걸 다 쏟아낸다. 제작비만 무려 3억5000만 달러. 차로 할 수 있는 모든 액션,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액션을 보여준다. 빌런을 포함해 그간 등장한 캐릭터가 모두 등장하는 것도 큰 볼거리다.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비우고 도미닉 패밀리와 함께 달리면 된다. ◆기쁨의 뒷담화…슬픔의 삼각형(★★★☆) 뒷담화만큼 재밌는 게 어디 있나. 실컷 욕하고 힘껏 비웃고 마음 가는대로 비꼬고 대놓고 조롱하며 박장대소 하다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게 아무리 정신승리에 불과해도, 정신승리가 끝난 뒤 찾아오는 건 현타 뿐이라 해도 그 강렬한 카타르시스는 도저히 떨쳐낼 수 없다.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도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인간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나. 지난해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말하자면 147분짜리 뒷담화다. 이 수다를 정신 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엔드 크레딧이 올라간다. 뒷담화 대상이 뭐냐고? 그런 게 어딨나. 걸리면 씹는 거다. ◆그들의 무력과 냉소…토리와 로키타(★★★★) '토리와 로키타'는 다르덴 형제 감독이 그간 내놓은 영화 중 가장 냉소적이다. 다르덴 형제 감독은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시선을 확장해왔다. 개인에서 공동체로, 공동체 내부에서 공동체 경계와 바깥으로. 과거 이들이 만든 영화는 질문을 던졌다. 답을 정하지는 않았으나 희미하게나마 방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토리와 로키타'에서 다르덴 형제 감독은 그저 보고 있는 것 같다. 목격자가 되려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무력감이 앞서 있는 듯하다. ◆그래, 이거지…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 3(★★★☆)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 3'(이하 '가오갤3')는 마블 스튜디오가 최근 몇 년 간 수도 없이 저지른 실책을 만회한다. 물론 이 영화를 새롭다거나 뛰어나다고 평할 순 없다. 그래도 '가오갤3'는 아마도 많은 관객이 잊고 있을 마블 영화를 보는 재미, 이 시리즈만의 매력을 오랜만에 다시 느끼게 한다. 그리고 제임스 건 감독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MCU)에서 가장 괴상하고 외로운 슈퍼히어로를 관객에게 충분히 이해시키고 그가 그토록 바랐던 친구와 가족을 되찾게 해줌으로써 10년에 걸쳐 만들어진 이 시리즈를 매조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