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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개혁 기치 내걸었지만…'용두사미' 우려도

등록 2023-06-17 06:00:00   최종수정 2023-06-19 10: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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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작업반 논의 마무리…은행 개선 TF 이달 말 최종안

신규 플레이어 진입, 비은행권 경쟁촉진 등 배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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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10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023.06.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돈 잔치' 비판을 계기로 가동된 은행권 개혁 논의의 결과물이 이달 말 나올 예정인 가운데 자칫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월말 논의가 시작됐을 당시만 해도 은행권 경쟁촉진을 명분으로 굵직한 어젠다들이 제시됐지만 대부분 중장기 논의 과제로 넘어가며 동력이 떨어진 모습이어서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권, 민간전문가,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최근 12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마치고 사실상 활동 정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금융위는 그동안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2주 간 비공개로 검토 회의를 가진 뒤 이달 말께 결과를 종합해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음주부터 2주 간은 내부적으로 TF 활동 결과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해 6월 말에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발표한 내용과 진행 상황을 포함해 검토 과제였지만 확정 여부가 발표되지 않은 것들까지 포함해 전체적으로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메스를 들이댄 것은 지난 2월 윤 대통령이 "은행의 돈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은행 산업 과점의 폐해가 큰 만큼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이에 금융위는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 6대 과제를 선정하고 은행권 제도개선 TF를 출범시켜 12차례의 실무작업반 회의를 통해 세부 과제를 논의해 왔다.

실무작업반 회의가 종료됨에 따라 TF는 새로운 과제 발굴 대신 기존 대안을 정리하고 실행 가능성 등을 따져 종합발표에 반영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주문으로 시작돼 '은행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진행해 온 작업인 만큼 이달 말 발표되는 최종안은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를 놓고 시장의 관심을 불러모을 전망이다.

다만 당장이라도 은행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만 같았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용두사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TF 출범 초기 거론됐던 대형 아이디어들이 현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여서다.

대표적인 게 스몰라이선스를 통한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제3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은행업 추가 인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이다.

이들 과제는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 타파를 위해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SVB는 금융당국이 스몰라이선스와 챌린저뱅크(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을 위해 벤치마킹한 주요 해외사례 중 한 곳이었다.

그러나 SVB 파산 사태 이후 뱅크데믹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 진입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플레이어를 투입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도 차질이 빚어졌다는 평가다.

은행권 경쟁 촉진의 방안 중 하나로 빅테크·핀테크·카드사·보험사 등 비은행권에 대한 지급결제 업무와 증권사 법인 지급결제 업무 허용도 배제되는 분위기다.

SVB 사태로 금융안정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가운데 지급결제 업무를 총괄하는 한국은행도 "지급결제시스템 안전성이 큰 폭으로 저하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도 은행권 제도개선 TF를 통해 은행권에 새로운 '메기'를 푸는 대신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서비스 등 은행권 내의 기존 플레이어간 경쟁 촉진에 보다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신규 플레이어 진입이나 비은행권과의 경쟁촉진 등은 현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슈라 애초에 몇개월 동안의 논의로 결론이 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차도 커 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은행권 제도개선 TF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가 난 부분도 있다.

비용절감을 앞세운 은행권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와 관련해 TF는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대책을 내놓고 실행에 들어갔다.

현재 은행은 경영공시를 통해 지점과 출장소 등 전체 점포수와 신설·폐쇄되는 점포수를 지역별로 구분해 1년에 1차례 공시하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분기별로 1차례씩 1년에 총 4차례 공시해야 한다. 폐쇄된 점포별로 폐쇄사유와 일자, 대체수단 지역 등도 상세하게 공개토록 바뀌었다.

또 점포 폐쇄를 위한 사전영향평가도 강화돼 외부전문가에 지역 주민을 포함시켜야 하며 폐쇄 결정 전에는 해당 점포 이용 고객들에 대한 의견 수렴 전차도 거쳐야 한다.

'성과급 잔치' 비판과 관련해 금융사 임원의 단기성과 추구를 제한하기 위해 장기성과 보수 이연 지급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개별 임원의 보수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심의받도록 하는 '세이온페이(Say-on-pay)'도 도입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의 부담 완화를 위해 현재 2.5%에 불과한 은행권의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늘리기 위한 제도 개선책도 마련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TF를 통해 할 수 있는 과제들은 그때그때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신규 플레이어 진입, 비은행권과의 경쟁촉진 등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끝까지 고민을 해서 최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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