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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부족에 野 눈치 보나…4700억 찔끔 감세 '전년 3.6% 수준'

등록 2023-07-27 16:00:00   최종수정 2023-07-31 16: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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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2023년 세법 개정안' 세수효과 분석

소득세·부가세 줄지만 법인세 5년간 1690억↑

"경제적 효과 의문…내년 총선·세수상황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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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07.27.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부가 27일 발표한 '2023년 세법 개정안'은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 제고, 민생경제 회복과 결혼·출산 등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세 기조'를 유지했지만, 규모는 작년의 3.6%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정부가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세제 개편에 나선 만큼 올해는 소극적으로 세법을 손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경기 둔화 여파로 내년에도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가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5년간 세 부담 4700억↓…작년 '세제 개편안' 3.6% 수준

기획재정부가 27일 발표한 '2023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2024~2028년 5년 동안 세수가 4719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의 세수 감소 효과인 13조1000억원의 3.6% 수준이다. 직전 연도와 비교해 세수 증감을 보여주는 '순액법'에 따라 계산했다.

내년 세수는 올해보다 7546억원 줄지만, 2025년과 2026년에는 전년보다 각각 1778억원, 241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어 2027년에는 다시 전년보다 269억원 감소했다가 2028년 이후에는 1077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세수가 크게 감소하는 원인은 정부가 자녀장려금을 확대한 영향이 컸다. 정부는 자녀장려금의 소득 기준을 완화해 지급 대상을 현행 58만 가구에서 100만 가구 이상으로 2배 가까이 대폭 늘리기로 했다. 최대 지급액도 자녀 1인당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한다. 이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향후 5년간 5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642억원), 장기저당주택차입금 이자 상환 소득공제 확대(-220억원) 등도 세수 감소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 합리화에 따라 세금이 1751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수 감소 효과 4719억원을 계층별로 보면 서민·중산층(전체근로자 평균임금의 200% 이하·총급여 7800만원 이하)이 6302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고소득자 710억원, 중소기업 425억원, 대기업 69억원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비거주자·공익법인 등 기타 계층 세금은 2787억원 늘어난다. 세수 감소 대부분이 서민·중산층에 돌아가는 셈이다.

세목별로 보면 향후 5년간 소득세는 5900억원 감소한다. 내년 7415억원 줄었다가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879억원, 636억원 늘어날 거라는 계산이다. 반면 법인세는 내년과 2025년에 각각 119억원, 1572억원 늘어 2028년까지 총 1690억원 증가할 것으로 봤다. 부가가치세는 437억원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

누적법 기준으로는 2024~2028년 5년간 세수가 3조702억원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제시했다. 누적법은 기준년도인 올해 대비 증감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효과 누적 총량을 파악할 수 있다.

누적법을 세목별로 분석한 결과 5년 동안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각각 3조1651억원, 1527억원 감소한다. 기타 세수도 4404억원 줄지만 법인세는 6880억원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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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시스] 향후 5년 세부담 증감 및 세수효과.

◆"조세 중립적으로 편성"…여소야대·세수 상황 고려한 듯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을 '세수 중립적'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제 개편안'이라는 이름으로 개편 폭을 키웠던 만큼 올해는 여러 가지 여건상 대대적 개편이 힘들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에는 기업, 서민·중산층을 위한 감세를 꽤 많이 했다"며 "작년에 대대적인 세제 개편을 했기 때문에 올해는 가급적 조세 중립에 근접하는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해보다 소극적으로 세법 개정에 나선 배경에는 '여소야대' 국회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국회 상황이 유지되는 만큼 정부가 대대적 개편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야당의 벽에 부딪혀 국회 통과가 힘들 거라는 계산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 폐지 등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이 후퇴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야당의 강한 반대 때문에 대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의 법인세율을 각 1%포인트(p)씩 낮추는 데 그쳤다"며 "종부세도 여전히 다주택에 대한 종부세 중과를 없애고 단일 체계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 상황이 지난해와 같기 때문에 정부가 다시 (법인세·종부세 개정안을) 제출한다고 해도 특별한 진전이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여기에 세수 불확실성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에 따르면 1~5월 국세 수입은 지난해보다 36조4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경기 둔화 등으로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법인세가 1년 전보다 17조3000억원(-28.4%) 줄었다. 법인세는 전년도 기업의 영업실적에 영향을 받는 만큼 내년 세수 여건도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전문가 "세수 부족에 미니멀하게 편성…총선·야당 고려도"

전문가들은 이번 세법 개정안을 두고 "재정 규모나 범위가 최소화됐다"고 평가했다.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개편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세수 부족 상황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설명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번 세법 개정안을 보면 재정 규모나 범위가 최소화됐다"며 "세입 결손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감세가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세제를 수단으로 적극적인 정책, 경기 활성화 정책을 내놓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총선 전 마지막 회계인 만큼 중요한 법안이 통과되기는 힘들기 때문에 올해는 쉬어가는 해로 봐야 한다"며 "정부도 작년에 큰 개편안을 많이 내놓으면서 야당과 긴장 국면을 겪었던 만큼 올해 연달아 (큰 개정안을) 낼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4719억원은 국세 수입의 0.1% 수준으로 감세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라며 "세수 중립적으로 보는 게 맞다"고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세법 개정안은 기업 살리기를 통한 경제 활력에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이라며 "내년 총선에 대비해 저출산·고령화 지원에 집중한 듯하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4700억원을 깎아주는 것으로 어떤 경제적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내세우고 있는데 감세를 하면서 '건전 재정' 기조를 세운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지출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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