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향 "머리부터 발끝까지…프리다 열정 못지 않아요"[문화人터뷰]
리딩부터 재공연까지 뮤지컬 '프리다' 출연2011년 데뷔해 22년간 활동…"지치지 않아"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프리다 칼로의 열정은 너무나 대단해요. 하지만 무대에서 프리다를 연기하는 저도 그녀 못지 않죠. 무대 위에선 내일이 없이 오늘 이 자리에서 죽을 것처럼 매회 공연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1년 만에 뮤지컬 '프리다' 재공연으로 돌아온 배우 김소향은 여전한 '열정'을 뽐냈다. 작품 개발 단계인 리딩부터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 재연까지 줄곧 함께하며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계속 공연을 하고 있었던 기분"이라며 "그 어떤 공연보다 가장 에너지를 많이 쏟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걸 바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어미새와 같은 느낌이에요. 이 공연이 잘 돼야 한다는 생각뿐이죠. 30~40%는 창작진에 포함된 스태프 같은 마음이에요. 지난해 초연에서 느꼈던 그 매진의 환호를 다시 느끼고 싶어요." 작품은 '고통의 여왕'으로 불린 멕시코의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아마비와 온몸이 부서지는 교통사고를 겪고 평생 후유증 속에 살면서도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인물이다. 극은 그녀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 '더 라스트 나이트 쇼' 게스트로 출연해 지나온 삶과 인물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풀어낸다.
김소향은 "시작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1300석의 대극장이었기 때문에 사실 초연 때 소극장에 적응하는 게 더 쉽지 않았다. 지금은 광활한 대지를 뛰어다니며 노는 기분"이라며 "다만 관객과의 거리가 멀어진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그만큼 좀 더 뿜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그림이 걸려있을 정도로 실제 프리다 칼로의 광팬이다. "그녀에겐 혁명가로 사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 그리고 디에고와의 사랑, 세 가지 밖에 없었다. 현실의 벽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절망했고, 고통을 승화해 강인한 여성으로 일어섰는지 이 점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며 "다같이 인생의 환희를 외칠 수 있는 뮤지컬"이라고 설명했다.
"히어라는 그 누구보다 프리다 칼로를 잘 연기할 배우라고 확신했어요. 드라마를 다 끝내고 쉰다는 말을 듣고, '프리다'를 같이 하자고 사흘 낮밤 프러포즈했죠.(웃음) 연습실에서 함께하며 좋은 연기자라고 다시 느꼈어요. 알리 배우는 그 독특한 창법과 감성을 워낙 좋아했어요. 감정의 폭이 큰 역이라 본인은 걱정도 했지만, 저는 걱정이 안됐죠. 스폰지처럼 잘 흡수했죠." 지난 2001년 뮤지컬 '가스펠'로 데뷔한 그는 7년간 앙상블로 활동하며 밑바탕을 탄탄히 다졌다. 앙상블을 하는 동시에 늘 주인공의 커버(대역)도 맡았다. 그는 "(뒤늦게 주역을 한 만큼) 어떤 분은 제가 운이 없다고 하고, 어떤 분은 운이 좋다고 한다"고 웃으며 "한번도 앙상블만 한 적은 없다. 늘 커버를 하면서 옆에서 쌍심지를 켜고 봤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한창 활동을 하던 2011년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다. 30대 중반에 다시 돌아왔지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어린 나이부터 열심히 해왔지만, 여러 역할을 소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며 "거의 모든 제작사 작품을 했는데, 다들 제 실력을 안다는 반응을 보면서 궁금하지 않은 배우가 되는 것 같아 슬펐다. 이러면 오래 못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와 춤을 좋아했던 소녀는 자연스럽게 배우를 꿈꿨다. 무용은 물론 수영, 체조, 유도 등 주로 몸 쓰는 활동을 하며 자라났다. "하나로는 채워지지 않았어요. 노래도, 춤도, 연기도 할 수 있는 종합예술을 하고 싶었죠." 20년 넘게 활동해오며 전혀 지치지 않았다는 김소향은 "독한 건 일등"이라고 크게 웃었다. "저는 연기와 예술밖에 몰라요. 저라는 사람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는 게 생각보다 없더라고요. 제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에,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배우를 하는 자체가 제 삶의 행복이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