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저출산]①무엇이, 왜 그들을…엄마·아빠 되기가 두려운 한국[뉴시스 창사 22년]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OECD평균의 절반전문가 "주거 문제, 교육비 부담 등 구조 문제"청년, '주거 문제' 지적…"일·가정 양립 어려워"
2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1년 전보다 0.05명 줄어든 0.7명에 그쳤다. 혼인 건수 또한 늘지 않으면서 저출산 현상은 갈수록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2021년 평균(1.58명)의 절반도 안 되며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0년 동안 결혼과 출산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가치관은 급변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의 비율은 절반도 안 되는 36.4%으로, 10년 전(56.5%)과 비교해 20%포인트(p) 이상 떨어졌다. 결혼 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청년의 응답률(53.5%)은 절반 이상을 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6월 월간 '보건복지포럼'에 게재한 '성역할 가치관과 결혼 및 자녀에 대한 태도' 보고서에도 연령이 낮을수록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대답이 높게 나타났다.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응답률을 연령별로 보면 19~24세 여성은 55.0%, 25~29세 42.5%, 30~34세 31.8%였지만 40~44세 21.6%, 45~49세는 18.2%로 세대 간 차이를 보였다. 당사자들인 청년들은 치솟는 집값,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 등 사회경제적인 요인들을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는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결혼한 서울 거주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주거 마련의 기회가 있어야 출산과 육아를 계획할 여유가 생긴다. 당장 매달 들어가는 전세 이자만 내는데도 벅찬 상황이라, 아이를 낳는 건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초반 미혼 여성 유모 씨는 "아이를 키우려면 적어도 배우자 한 명의 희생은 무조건 필요하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양육하면서 지금의 커리어를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아직은 커리어를 내려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함께 개최한 '청출어람단 저출산 정책제안 청년 토론회'에 참여한 2030 청년 219명은 결혼과 출산을 어렵게 하는 사회구조적인 요인으로 주거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이들에게 '저출산 대응을 위한 10개의 주요 정책 분야 중 가장 우선적으로시행해야 할 분야'를 물어본 결과, 사전·사후 조사 모두 '주거 지원'이 1순위로 꼽혔다. 사후 설문 조사 결과에서는 주거 지원이 32.0%, 일·육아 병행제도 내실화(14.2%), 가족 친화적 사회문화 조성(9.6%), 청년 대상 자산형성 지원(9.1%), 청년 대상 일자리 지원(9.1%) 순으로 나타났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청년이 결혼하더라도 주거 문제와 일자리 문제 등 불안정함 속에서 아이를 낳기 힘들어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한국사회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양육하고 키우는 것에는 결국은 돈이 많거나 조건이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보니 결혼하기도, 아이들 낳기도 두려워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청년들의 결혼을 바라보는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도 저출산 현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2030 청년층 생애 전망 인식조사'에 따르면, 남녀 모두 청년기 삶의 과업 중요도로 '일'이 1위, '개인생활'이 2순위를 차지했다. 남녀 모두 '노동 중심 생애'를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들은 설문조사에서 '파트너의 적극적 양육참여', '공평한 가사 분담', '파트너의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 사용' 등을 자녀를 갖기 위해 필요한 최우선 전제 조건으로 꼽았다. 실제로 경력 단절 여성의 사유가 육아와 결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출산으로 인한 불이익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임신·출산, 육아, 가족 돌봄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 단절 여성은 지난해 139만7000여 명으로 이들의 경력단절 사유로 육아(42.8%)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결혼(26.3%), 임신·출산(22.7%) 순이었다. 연구진은 "청년 여성들에게 결혼과 자녀 갖기는 노동자로서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사건으로서 이들은 파트너가 그 위험을 적극적으로 나눌 때에만 자녀 갖기가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