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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저출산]②예산 쏟고 제도 만들고…그래도 안 낳는 이유[뉴시스 창사 22년]

등록 2023-09-25 08:00:00   최종수정 2023-10-04 10: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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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등 5대 핵심 과제 선정

육아 휴직 급여기간 18개월로 확대…年7만 주택 공급

전문가 '컨트롤타워 부재' '제도 확대 넘어 격차 줄여야'

"실제 활용되도록 기업문화 바꾸고 가치 설정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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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저출산사회고령위원회는 지난 4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봄·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부담 경담, 건강 등 5대 핵심 분야로 선정해 내년도 15조4000억원을 편성했다. (사진제공=저출산사회고령위원회) 2023.09.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권지원 기자 =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하면서 저출산 현상이 유례 없는 수준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도 예산으로 15조원을 투입하면서 저출산 해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다만 부처별로 흩어진 저출산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저출산 정책이 실제로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저출산사회고령위원회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봄·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부담 경감, 건강한 임신·출산 지원 등 5대 핵심 분야로 선정해 내년도 15조4000억원을 편성했다.

2006년에 설립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16년 동안 4번의 걸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저출산 추세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해 "저출산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라고 강조, 내년도 저출산 예산안 편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위원회는 분야별로 ▲돌봄과 교육 1조3000억원 ▲일·육아 병행 지원 2조2000억원 ▲주거지원 9조원 ▲양육비용 부담 경감 2조9000억원 ▲건강한 임신·출산 지원 504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우선 정부는 0세 아동을 둔 가정에 부모급여를 현행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1세 기준 50만원으로 확대해 양육비용 부담을 경감한다.

또한 돌봄과 교육 부담을 덜기 위해 아이돌봄 서비스는 두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본인 부담금 10%를 정부가 추가로 지원하며 지원가구도 8만5000가구에서 11만가구로 확대한다. 시간제 보육 기관도 기존의 2배 이상 늘린다.

부모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육아 휴직 급여 기간도 현행 12개월에서 18개월로 확대해 일과 육아의 병행을 지원한다. 부모가 공동 휴직 시 급여 인센티브를 최대 월 450만원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일하는 부모가 경력 단절 없이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자녀 연령도 만 8세에서 만 12세로 확대하고 기간도 최대 36개월까지 가능하게 한다.

주택 공급은 공공분양 3만호, 임대 3만호, 민간분양 1만호를 포함해 총 연 7만호를 공급한다.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출산 가구에 대해 주택구매 자금 대출 소득 기준을 현행 7000만원 이하에서 1억3000만원까지 대폭 완화한다.

다만 이런 '백화점식' 사업만으로 사회 구조적으로 자리를 잡은 저출산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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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해 한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40%가량인 0.52명 감소한 수치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저출산 정책의 답은 사업이 아니라 거버넌스(governance)다. 부처에서 하기는 힘들다"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본법 자체를 바꿔서 특별회계 또는 부처에 대한 정책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구조 자체가 개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책들이) 분절적이라서 예산 낭비도 많고 행정 편의적 정책도 많다. 돈을 쓰는데도 효과는 낮은 근본적 원인 중 하나"라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리된 큰 그림과 그 안에서 조정 작업을 통해 개별 정책들이 부딪히지 않도록 하고, 필요한 현장과 수요에 공급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제도의 확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도의 사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국은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긴 육아휴직(54주)을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국제적으로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을 신청한 사람은 13만1087명으로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남성 육아 휴직자(3만7885명)의 비율은 28.9%를 기록했다.

OECD에 따르면 여성은 배우자보다 더 긴 육아휴직을 쓰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남녀 임금 격차를 벌어지게 하는 '모성 페널티(motherhood penalty)'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육아 휴직제도가 공공기관 또는 대기업에서만 누릴 수 있는 제도에 그치지 않기 위해 근로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의 사용 격차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중소기업 근로자, 자영업자, 생산직, 플랫폼 노동자들이 산업구조상 사각지대에 놓여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지금은 제도적 확장을 해야할 때가 아니라 격차를 줄이는 것에서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1일 2023 대한민국 양성평등포럼에서 "기업에 (정책들이) 뿌리내리지 못한 문제점이 있다"면서 "정책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기업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업 문화를 바꾸고 직장의 가치를 설정하는 노력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족수당, 출산 전후 휴가, 기타 현금 급여 등 가족 부분 예산 자체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OECD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지원 공공지출 비중을 보면, 프랑스(3.44%), 스웨덴(3.42%), 독일(3.24%) 등 고출산 국가들은 2019년 기준 3%를 상회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기준 1.56%로, OECD 국가 평균(2.29%)보다 낮은 수준이다.

김 부위원장은 "가족에게 직접 지원하는 지출은 OECD 국가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더 많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거비 부담,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이 정도의 예산은 역부족"이라면서 가족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보장 복지국가 기틀을 마련하는 게 필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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