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역사 선생님 꿈꿨는데…죽을 때까지 장르 소설 쓸 것"[신재우의 작가만세]
'보건교사 안은영'집필, 넷플릭스 드라로 유명세첫 역사·추리소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출간
"저는 죽을 때까지 장르소설을 쓸 거예요."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유명세를 탄 소설가 정세랑(39)이 역사 추리소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를 냈다. 2016년부터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추리와 역사소설을 이제서야 냈다는 그는 "대학에서 역사교육과를 전공하고 통일신라 시대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며 "기획부터 공부까지 오랜 시간에 걸친 끝에 '설자은 시리즈'의 첫 책을 내놓은 것"에 보람을 느끼는 듯했다. "설자은 시리즈는 앞으로 열권 넘게 쓰고 싶어요. 마흔 정도에 시작했으니 아직 늦지 않은 거 아닐까요?"
◆역사 선생님 꿈꿨지만 지금은 역사소설 집필 정세랑은 소설가가 된 자신의 삶을 '갈지자(之)' 같았다고 평가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담임이었던 역사 선생님에게 매료돼 대학에서 역사교육과를 전공했지만 지금은 돌고 돌아 역사소설을 쓰는 소설가가 됐다고 했다. 처음 계획과는 다소 멀어졌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그 중심에 '이야기'가 있다. "역사를 이야기처럼 가르쳐주셨던 스토리텔러" 선생님을 동경해 대학에 왔지만 '말'보다는 '글'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 광고·마케팅 회사에서 인턴 일을 하게 됐다. 취업을 앞둔 시기, 마케팅 리서치 회사와 출판사에 합격했을 때는 "분석보다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끌려 문학계에 편집자로 발을 들였다. "그때 광고 기획사에 합격했다면 소설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가 도전한 첫 이야기는 동화다. 동화 작가를 꿈꾸며 글을 썼지만 여전히 '갈지자 같은' 그의 인생은 2010년 장편 '덧니가 보고싶어'가 당선돼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과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장르소설가로 성장했다. 현재는 다시 소설을 뛰어넘어 다양한 매체에서 스토리텔러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드라마화된 '보건교사 안은영'의 각본을 직접 집필하는가 하면 '스타워즈' 애니메이션의 각본에도 참여했다. 최근에는 예전에 꿈꿨던 광고계의 요청으로 카피 등 짧은 문장을 쓰고 있기도 하다. "저는 이야기 자체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출판사에서 잡지 편집자였다보니 새로운 기획과 협업에도 익숙한 완전 '잡지형 인간'인 거죠."
◆이번엔 역사소설…정세랑 문체로 보여주는 통일신라 "신라 사람들은 남녀가 가리지 않고 열 손가락에 반지를 꼈다는 거 아세요?" 대학생 시절부터 고대사에 끌렸다는 그는 그중에서도 통일신라에 매력을 느낀 이유로 "호방함과 사치스러움"을 꼽았다. 왕이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직접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고 사람들이 사치를 즐기고 화려했던 시대를 상상하곤 이를 소설로 쓰고 싶었던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 '설자은'과 그 조력자 '목인곤'은 시대를 잘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육두품 집안의 '남장여성' 자은과 백제 출신 인곤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는 당시의 신분제와 망국 출신의 애환 등을 보여준다. 정세랑은 이번 소설이 역사·추리소설이지만 "추리보다는 역사"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를 썼다고 밝혔다. 이야기를 흘러가게 하는 추리소설의 요소를 통해 "역사 속 분위기를 친숙하게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다. '설자은 시리즈'는 말하자면 정세랑의 문체로 묘사된 신라의 모습이다. 10여 년전 장르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하고 정세랑은 수많은 편견과 인식에 맞섰다. "장르소설은 비주류"라는 인식 속에 소설가 생활을 시작했고 "너무 얕고 쉬운 소설만 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세랑은 자신이 쓰는 소설과 정말 닮은 작가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통통 튀고 쾌활한 그는 유쾌하게 수많은 대표작을 쓰면서 이를 극복했다. "저 같은 소설가가 진입로 역할을 하면 되잖아요. '페이지 터너'가 있어야 그다음 책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제가 가볍고 외향적인 사람이거든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