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이례적 전시…사진가 구본창 1100여점 '항해'
국공립 미술관에서 사진작가 대규모 회고전 처음"내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 앞두고 방향 점검"서소문 본관 1~2층…'자화상'~'익명자' 시리즈 최고 공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구본창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사진이 객관적 기록이라는 전통적 역할을 뛰어넘어 회화, 조각, 판화 등 다양한 매체의 속성을 반영해 주관적인 표현이 가능한 ‘연출사진 (making photo)’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예술사진을 제작해 한국 현대 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왔다.” 오는 14일 사진 작가 구본창(70)의 대규모 회고전을 여는 서울시립미술 최은주 관장은 이 전시는 내년 개관하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나아갈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시”라고 말했다. 구본창 작가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기획자로 국내외 전시를 통해 한국 사진의 세계화에 기여 해왔고, 한국 사진계의 선배, 동료, 후배들의 작업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렸으며 시대를 앞서가는 실험적인 작품활동으로 사진을 현대미술의 장르로 확장해 온 작가"라고 평가했다.
구본창의 힘은 호기심과 열정이다. 보잘 것 없고 관심 없는 사물들에서 영혼을 끄집어낸다.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는 일"에 천착했다. 처음부터 사진작가는 아니었다.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무역회사인 대우실업을 다니던 직장인이었다.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다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떠난 게 독일이었다. 제2 외국어를 독일어를 했기 때문이다. 독일 주재원인 회사원으로 다시 일하면서 만난 함부르크의 시각적인 거리에 매료됐다. 1980년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에 입학 사진디자인을 전공했다. 결과가 빨리 나오는 사진이 재미있었다. 유학시절 제작한 초기 유럽(1979~1985)도시풍경 사진이 나온 시기다. 귀국해 1988년 워커힐미술관에서 '사진, 새시좌'를 기획해 ‘연출사진(Making photo)’을 소개하면서 한국 현대사진의 서막을 알렸다. 2000년 로댕갤러리에서 열린 '구본창 사진전'으로 이름이 알려졌고 특히 2004년 국제갤러리에서 연 '백자' 시리즈로 전세계에 조선 백자의 담백한 아름다움을 전해 사진계 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파격과 실험을 거듭하던 그는 자연을 향한 관조적 응시를 거쳐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2018년엔 청화백자 연작도 선보였다. 작품은 런던 영국박물관, 보스턴 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파리 카르나발레 박물관, 파리 기메 미술관, 바젤 헤르조그 재단, 교토 카히츠칸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등 전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2015년에는 한국 사진 예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47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미술 부문(대통령 표창)에 선정됐다.
◆'구본창의 항해' 1100여점 전시 서울시립미술관이 서소문 본관 1~2층을 모두 내준 이번 전시는 사진작가에 이례적인 대형 전시이자 구본창 작가로서도 국내 첫 공립미술관 개인전이다. 전시는 제목 그대로 '구본창의 항해'를 보여준다. 작품과 자료를 포함 1100여 점이 소개된다. 작가가 제작한 50여 개 작품 시리즈 중 총 43개 작품 시리즈를 선별해 1968년 제작한 '자화상'부터 최근 '익명자'에 이르기까지 전 시기에 걸친 작품을 최초로 선보인다. 2024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서울특별시 문화본부가 수집한 작가의 주요 작품이자 '사진, 새시좌'에 출품됐던 '탈의기'등을 비롯해 수집가로서의 면모를 자랑하는 수집품이 총망라됐다. ‘호기심의 방’→‘모험의 여정’→‘하나의 세계’→ ‘영혼의 사원’→ ‘열린 방’의 발단, 전개, 결말로 구성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작가의 시기별 작품과 자료를 연구에 기반해, 시기별 작업 전개 과정을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연보를 최초 작성했다고 밝혔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작가와의 대화'를 내년 1월, 2월 두 차례에 진행한다. 한희진 학예연구사의 사회로 구본창 작가와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024년 3월10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