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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조' 클러스터…"산 옮겨 실리콘 요새 만들다"[반도체 클러스터를 가다①]

등록 2024-04-09 09:30:00   최종수정 2024-04-15 10: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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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공사 '한창'

240m 높이 산, 절반으로 깎아 부지 조성

공정률 19.7% '순조'…내년 중 용인 1기 팹 착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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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뉴시스]지난 2일 경기 용인 처인구 원삼면 일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 부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용인=뉴시스]이인준 기자 = 지난 2일 용인 처인구 원삼면 소재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통과하는 57번 지방도로. 수도권 남부에서 전남 여수까지 이어지는 17번 국도를 달리다가, 가재월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만나는 이 도로는 덤프트럭들이 메우다시피했다.
 
이 지방도를 타고 가다 다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관통하는 보개원삼로로 들어서자 도로 양 옆으로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을 구분하는 가벽이 끝없이 이어졌다.

서울 광화문에서 남쪽으로 60㎞ 떨어진 이곳은 지금 클러스터 부지 공사로 원래 도로 형태가 완전히 뒤바뀔 정도로 대규모 공사가 한창이다. 쌍령산과 석술암산 기슭에 나있는 이 도로 양옆으로는 각종 건설 중장비들이 굉음을 내뿜고 있었다. 앞으로 수 차례 도로를 옮기는 과정을 더 거치면 2047년 이곳은 반도체 클러스터로 완전히 탈바꿈 한다.

보개원삼로에서 몇 개의 원형 교차로를 거치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이하 용인 산단)'이라고 적힌 공사 현장의 정문이 나왔다. 이 용인 산단 부지 면적만 여의도(294만6808㎡)의 1.4배, 축구장 581개 크기(415만㎡)다.

총 5개 공사 현장 중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이 단지 공사를 맡은 SK에코플랜트 조병욱 프로는 "해발 240m 높이의 산을 깎아 125m까지 낮추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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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뉴시스]지난 2일 경기 용인 처인구 원삼면 일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 부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반도체 신화' 총본산, 용인…반도체 국가대항전의 선봉으로
용인의 지역 주산품은 명실공히 반도체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주 산지가 경기도 일대에 몰려 있다. 지난해 경기도의 반도체 수출액은 335억5989만달러. 그중에서 용인은 24.3%(81억6905만달러)를 차지한다. 화성(141억117만달러)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용인이 이처럼 국내 반도체 수출 기지가 된 건, 이병철 삼성전자 창립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자연조건에 맞으면서도 해외에서 필요한 제품, 즉 반도체와 컴퓨터 같은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창립회장 뜻에 따라 삼성전자는 기흥캠퍼스를 조성했다. 이후 1983년 11월7일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64K D램 개발을 시작했다. 한국 반도체 신화의 출발점이다.

차를 타고 공사장 곳곳을 둘러봤다. 산을 깎아 공장 부지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공사장 곳곳에는 굴착기와 대형 트럭들이 분주히 오갔다.

이 현장에는 하루 평균 700~800명이 머물며, 산을 깎고 흙을 퍼담으며 지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날 용인 산단 공사 현장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르니 저 멀리 SK하이닉스 '용인 1기 팹(공장·fabrication)' 예정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평탄화 작업이 끝나면, 내년 3월 곧바로 이곳에 반도체 팹을 지을 예정이다.

용인 산단 일대 부지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성 같다. 대만 TSMC가 반도체 공장을 '실리콘 방패'라고 부르는데, 이곳은  '실리콘 요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 국경이 없던 시절, 기술은 미국에, 장비는 일본에 의지해 치열한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제 반도체 공급망은 엄청난 '국가대항전'으로 대전환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이와 동시에 철저히 분업화·전문화하고 있다. 굴지의 대기업 삼성전자도 이젠 '나홀로' 성장할 수 없다. 소재, 부품, 장비 등 다양한 생태계의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가 나서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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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뉴시스]지난 2일 경기 용인 처인구 원삼면 일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 부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반도체 초강대국 노린다
정부가 구상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경기 남부에 밀집된 반도체 기업들과 기관들을 한 데 아우르는 개념이다.

현재 19개 생산 팹과 2개 연구 팹이 이곳에 가동 중인데 앞으로 2047년까지 생산 팹 13기, 연구 팹 3기를 추가로 완공할 예정이다. 총 622조원이 투입되는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다. 올해 국가 예산(657조원)과 맞먹는 금액이 이 사업에 투입된다.

이 클러스터 중 용인 산단은 현재 공정율 19.7%로 부지 조성이 한창이다. 첫 삽을 뜨는데 무려 6년이나 걸렸지만 최근 공사에 부쩍 속도가 붙고 있다.

오는 2027년 5월에는 클린룸(청정실)을 짓고, 차세대 첨단 메모리 생산에 본격 돌입한다. 여기서 10㎞ 정도 떨어진 곳에 짓는 '이동·남사읍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든다.

용인은 그동안 난개발 문제로, 도로 폭이 좁고 곧게 뻗지 못해 서울 인접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향후 서울~세종 고속도로에서 용인 산단으로 이어지는 나들목을 만들면 접근성은 더 좋아진다. 용인시도 자체적으로 용인 산단을 횡으로 연결하는 도로를 구상하고 있다. 이처럼 접근성이 좋아지면, 반도체 산업의 만성 인력난 해소에도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용인 산단은 이렇게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일부로, 인근 팹리스 판교와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거점인 화성·용인·이천·평택에 이어 소부장 안성, 최첨단 연구거점인 기흥·수원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반도체 벨트를 완성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클러스터 계획이 무조건 장밋빛은 아니다.

당장 반도체 클러스터 전문인력 육성 등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국가대항전으로 치닫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의 이 클러스터가 어떤 역할을 할 지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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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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