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는 안 떠난다" 낙관하는 정부…전략적 판단일까, 오판일까
복지부 "수리 예정 사직서 없어…무책임한 교수 적어"전문가 "어필 위한 제스처…실제 사직시 본인이 큰일"전공의 이탈, 번아웃…"시간 지나면 이탈자 많을수도"환자들 "더 이상 희생 강요 안돼…사태 종식 조치해야"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일부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된 가운데, 정부는 실제 교수급들의 의료 현장 이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료 대란을 일으킬 정도의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과 시간이 지날수록 이탈하는 교수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25일 기준으로 일부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지 한 달이 된다. 민법 제660조에 따르면 고용 기간의 약정이 없는 경우 해지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 효력이 생긴다. 정부는 실제로 의대 교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25일에) 일률적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학본부에 정식으로 접수돼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사표 냈으니 출근 안 한다, 이렇게 할 무책임할 교수님들도 현실에서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공백이 커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데, 상황은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혹시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또 이와 별개로 의대 교수들이 교수직을 실제로 벗어 던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교수직을 그만두고 대학병원을 떠날 마음에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형식상 제스처"라며 "대학 교수직, 의대 교수는 정말 어렵게 얻는 기회인데, 이런 걸 버릴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명확하지가 않다. 국가 정책이 잘못됐다고 내 일자리를 버린다는 건 앞뒤가 안 맞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도 "자신들의 주장을 어필하고 싶어서 하는 이야기들이고, 실제로 사직서가 받아지면 본인들이 큰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의대 교수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5월1일에 수뇌부 4명이 사직한다. 이들은 모두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로 알려졌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 국면 당시에도 대규모 이탈의 가능성은 낮게 봤었다. 지난 2월 박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전면적인 파업이나 대규모의 파업 이런 것들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저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빅5 병원' 전공의들을 시작으로 2월19일부터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더니 지난 19일 기준으로도 9964명의 레지던트 중 93.2%인 9291명이 복귀하지 않으면서 의료 공백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의대생들 역시 동참하며 4월 말이 되는 현재까지도 의대 교육이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공백이 완전히 뻥하고 터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교수들의 경고를 가볍게 듣고 정부가 해석하고 싶은대로만 해석하면 안 된다"며 "(피로도 등이) 누적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정부가 상황을 낙관할 게 아니라 환자들의 불안을 덜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 보건의료위원장은 "정부는 교수들이 사직을 안 할 것이라는 얘기만 하니 환자들은 불안한 것"이라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도 전날 성명서를 통해 "환자들에게 더 이상 희생을 정부와 의료계가 강요하는 것은 반인륜적 행태일 뿐"이라며 "이 사태를 종식할 특단의 조치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