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급 권투선수 같았던 '기아 EV9'[시승기]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모델인 'EV9'을 탔을 때 전설적인 헤비급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말이 떠올랐다. 그만큼 큰 덩치가 부드럽고 잽싸게 움직였다. 가격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주행감은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편의 사양은 훌륭했다. 지난해 세상에 처음 나온 EV9은 출시 초기부터 여러 논란에 시달렸다. 최대 1억원 육박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에, 창문 떨림과 주행 중 동력 상실 등 품질 논란이 이어지며 판매가 부진했다. 재고가 쌓이면서 결국 대규모 할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다. EV9은 '2024 세계 올해의 차', '2024 북미 올해의 차', '2024 독일 올해의 차 럭셔리 부문', '2024 영국 올해의 차', '2024 레드 닷 어워드' 등 권위 있는 상을 휩쓸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수요가 적었던 국내와 달리 미국에서는 EV9은 없어서 못 파는 차가 됐다. 올해 1분기 EV9의 미국 판매 대수는 4007대로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756대)의 세 배에 달했다.
EV9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는 넓고 편한 실내 공간이다. EV9 운전석에는 안마와 종아리 받침이 포함된 전동시트가 적용됐으며, 2열과 3열도 여유롭고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또한 다양한 수납공간과 스마트폰 충전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센터콘솔과 서랍처럼 열리는 글로브 박스, 수납함과 트레이를 동시에 쓸 수 있는 2열 센터콘솔 등이 이동 경험을 편하게 한다. 실내 냉난방과 음악 및 내비게이션 전환, 시트 마사지까지 주행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을 버튼으로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승차감과 주행 성능도 적절하게 세팅됐다.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밟을 때 전기차라기보다는 내연기관차를 운전하는 것에 더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2.5톤을 훌쩍 넘기는 헤비급 SUV이지만 주행 성능은 안정적이면서도 가속력이 강했다. 차선 유지 등 주행 보조 시스템을 사용하면 도심 도로에서도 어렵지 않게 운전할 수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5m가 넘는 큰 차인데 후륜 조향 시스템이 없어 유턴이나 주차 시 운전 각도가 부족했다. 승차감 끌어올리는 에어 서스펜션이 옵션에서 빠진 점도 최선이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