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 기회?…'폴더블 원조' 삼성의 밑밥 [폰 폼팩터 경쟁 2R①]
스마트폰 차별화 한계 봉착한 2019년 삼성 '화면 접는 폰' 첫 선中 후발주자들 맹추격…화웨이 올 1분기 화웨이가 삼성 앞서기도폴더블폰 시장 확대 계기…삼성, 시장 주도권 확보 자신감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위기일까? 기회일까?' 삼성전자가 주도해온 폴더블 스마트폰(폴더블폰) 시장에 대반란이 일어났다. 올해 1분기 중국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두고 거대 안방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제조사들의 맹추격에 삼성이 긴장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애플과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에서 삼성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있다. 과거 '갤럭시 노트'처럼 삼성전자가 주도할 스마트폰 카테고리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얘기로, 폴더블폰 시장 규모가 커지면 애플과의 기술 주도권 다툼에서 삼성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 성장 한계 다다른 스마트폰 시장…삼성, 먼저 접었다 폴더블폰의 시초는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화면을 접는 방식의 폼팩터로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끝없는 정체다. 폭풍 성장을 지속해왔던 스마트폰 시장은 시장 포화와 경기 불황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던 시기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8년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14억2970만대로 2017년 15억800만대 대비 5% 감소,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이 여파는 삼성전자에도 미쳤다. 점유율 1위(20.4%) 자리는 지켰지만 같은 기간 출하량이 8.3% 줄었다. 혁신 경쟁도 바닥을 드러냈다. 대화면 고화질 디스플레이·고사양 카메라 등 스마트폰 기능·사양의 상향 표준화로 메이커 간 시장 경쟁도 실종됐다. 불황 타개책으로 사양이 아닌 폼 팩터 혁신을 통한 차별화가 본격적으로 모색됐던 것도 이 시기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안드로이드 진영은 디스플레이 화면을 접는 폴더블폰 개발에 본격 착수했고 LG전자 등 일부 메이커들은 화면을 ‘돌돌 마는’ 새로운 형태의 폼팩터 제품을 기획했다. 특히 LG전자는 좌우로 디스플레이를 당기는 슬라이딩 방식의 이른바 '상서문폰’ 출시를 준비했지만, 스마트폰 사업에 전격 철수하면서 상용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초기 폴더블폰 시장은 삼성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화면을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의 폴더블폰을 출시했다. 태블릿과 같은 대화면을 제공하면서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화면을 접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는 이전에 없던 폼팩터라는 점에서 전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갤럭시폴드 출시 이듬해인 2020년에는 클램셸 형태의 갤럭시플립도 선보였다. 화면 크기보다는 휴대성에 중점을 둔 제품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 후발주자로 따라붙은 中…폴더블폰 시장 경쟁 불 붙었다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전도 시작됐다. 당장 중국 화웨이가 갤럭시폴드가 출시된 해에 같은 형태의 폴더블폰 '메이트X'를 출시했다. 품질 측면에서는 삼성전자보다 뒤쳐졌지만 화웨이 또한 계속해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이후 샤오미, 아너,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들이 너도나도 폴더블폰 출시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 1분기에는 화웨이가 처음으로 출하량에서 삼성전자를 제쳤다. 출시 초기만 해도 삼성전자 베끼기에 그쳤는데 품질 개선을 거듭하면서 자리를 잡아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에서 점유율 35%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14%) 대비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23%로 2위로 떨어졌다. 1분기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이 아닌 대중모델인 갤럭시S 출시에 집중하는 때라 거대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나선 화웨이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LTE 모델만 선보였던 폴더블폰을 5G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신규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너는 삼성전자 갤럭시Z6 시리즈 출시를 한 달 가량 앞두고 첫 클램셸 폴더블폰 '매직 V 플립‘ 출시를 예고했다. ZTE도 스마트폰 브랜드 ’누비아‘를 통해 50만원대 보급형 클램셸 모델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비보가 'X 폴드3'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중국 제조사들의 맹추격에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 절반을 가까스로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제 트렌드포스는 올해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0.4%로 예측했다. 다음으로 화웨이 30.8%, 모토로라 6.2%, 아너 3.9%, 샤오미 2.8% 순으로 내다봤다.
◆ 핵심 시장 노리는 1%대 비주류 시장…삼성이 던진 밑밥? 중국 제조사들의 도전을 받고 있지만 현재의 시장 흐름이 절대적으로 삼성전자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전체 시장에서 폴더블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대에 불과하다. 중국 제조사들의 본격적인 시장 경쟁 합류로 폴더블폰 시장 비중이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최근 '2024 소형 OLED 디스플레이 연간 보고서'를 통해 폴더블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출하량이 올해 2740만대에서 2028년 527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폴더블폰 출시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시장 파이가 늘어날 경우 최대 수혜자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앞서 '갤럭시노트'로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듯 폴더블폰 원조로서 새로운 스마트폰 신화를 꾀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갤럭시노트는 2011년 처음 출시한 모델로 큰 화면뿐 아니라 스마트폰에 '펜'을 탑재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용성을 제시한 제품으로 평가된다. 3~4인치 크기 화면이 주를 이루던 시대에 선제적으로 5인치대 화면을 내놓은 데다 S펜까지 탑재해 필기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노트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화면 바람이 인 것도 그런 여파다. 삼성전자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출시한 애플도 3인치대 화면을 유지하다 점진적으로 큰 화면 모델을 출시하는 등 라인업을 다양화 했다. 삼성전자는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 주도 경험을 살려 폴더블폰으로 또 한번 스마트폰 시장에서 트렌드 혁신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경쟁사보다 이른 폴더블폰 출시로 노하우를 확보한 만큼 성능과 디자인·대중화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MWC2023 현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은 중국 제조사들의 폴더블폰 시장 진출과 관련해 “2019년에 처음으로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중국 제조사들의 참여로 시장이 커지고, 그럴수록 삼성전자의 폴드·플립이 제공할 수 있는 독자적인 경험이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