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찢고 나온 오스칼, 무대도 찢었다…베르사유의 장미[리뷰]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가 지난 16일 막을 올렸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적 배경에 '오스칼'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녹여 사랑받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극은 여자로 태어났지만 군인인 아버지의 바람으로 왕실 근위대장이 된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의 내면세계를 조명한다. 오스칼은 아버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남자의 인생을 살게 되지만 결국 자신의 의지로 군인으로서의 주체적 삶을 살아가길 택한다. 오스칼의 변화하는 모습은 크게 두 축이다. 우선 가문의 하인이지만 소꿉친구로 자라난 앙드레 그랑디에에 대한 연정을 자연스럽게 알아차리는 것이 하나다. 귀족 출신 근위대장이 혁명 시위대 편에 서게 되는 과정이 나머지 하나다. 오스칼을 맡은 김지우는 이 두 가지 감정선을 설득력있게 표현해 냈다. 군인을 연기하는 만큼 장검을 사용한 액션도 수려하게 소화했다.
무대 미학도 관전 포인트다. 귀족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눈부신 금색과 곡선으로 표현한 무대가 베르사유 궁전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화려하다. 반면 평민의 삶은 거친 직선으로 그려 극명한 대비감을 이뤘다. 귀족들의 의상과 장신구들은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의 화려함을 충분히 재연했다. 원작의 인기에 힘입은 2차 제작물은 대중의 친숙함을 무기로 삼을 수도 있지만 '어디 원작보다 얼마나 잘 만들었나' 팔짱을 끼고 보는 골수팬이 있기에 부담스러운 지점도 있다. 장단은 있지만 일단 뮤지컬 '베르사유 장미'는 원작 만화를 그리워 하는 이들에게 일정 부분 소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공연에서는 그 시절 오스칼을 사랑했던 소녀가 엄마가 돼 딸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원작과의 차이라면 꽤 비중있는 인물로 그려졌던 마리 앙투와네트가 뮤지컬에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꼭두각시처럼 앉아있거나, 춤을 추는 장면에서도 노래는 커녕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10월13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