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황정민, 소름 송일국…이토록 힙한 '맥베스'라니[리뷰]
완벽한 선, 완벽한 악은 없다. 마녀가 맥베스에게 왕이 된다는 예언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덩컨 왕을 살해하지 않았을까? 아름다움과 추함은 통한다는 마녀들의 대사는 모든 인간의 내면엔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점을 곱씹어보게 한다. 천만 배우 황정민이 연극 무대에서 맥베스를 연기한다. 지난 13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인 '맥베스'는 황정민이 연기하는 셰익스피어 비극을 보고 싶은 이들에 의해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다.
원전은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고전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깬다. 맥베스와 뱅코우가 소총을 들고 방탄조끼 차림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파발이 달려와 보고하는 장면은 영상통화처럼 표현했다. 맥더프의 아들이 엄마와 대화하는 장면에선 요새 아이들처럼 엄마 말은 귓등으로 흘려듣고 모바일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도 넣었다.
황정민은 왕이 되고픈 욕망에 살인을 저지르고 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죽은 이들의 환영과 공포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인간 감정의 나약한 고리를 잘 건드렸다. 승전보를 가져온 장군으로 위풍당당하게 등장한 맥베스는 왕위를 찬탈하라고 부추기는 아내의 충실한 하인이 되었다가 왕은 물론 절친한 친구마저 죽이는가 하면 끝이 보이는데도 왕좌를 지키고 싶은 욕망에 광기에 사로잡혀 칼을 빼 든다.
뱅코우 역의 송일국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뱅코우는 죽임을 당한 뒤 피투성이가 된 채 흰 옷을 입은 유령으로 맥베스 곁을 맴돈다. 송일국이 소리도 없이, 하지만 입이 찢어져라 웃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소름이 돋는다. 공연은 다음달 18일까지다. 매진 행렬에 8월14일 오후 7시30분 공연을 추가 오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