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랑 케어링' 설립자 그 피노, 컬렉션?…송은, 13년만의 전시
피노 컬렉션, 현대미술 60점 서울에 공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세계적인 현대 미술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의 컬렉션이 서울에서 공개됐다. 지난 2011년 아시아 최초로 송은에서 피노 컬렉션 일부가 공개된 후 13년 만이다. 프랑수아 피노는 생 로랑(SAINT LAURENT)의 모기업인 케어링(Kering) 그룹의 설립자이자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Christie's)의 소유주다. 피노컬렉션은 1960년대의 미술부터 현대에 이르는 1만 점 이상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 청담동 송은문화재단 전시장인 송은에서 다시 펼친 피노 컬렉션은 현대미술 60점을 선보인다. 베트남 출신 덴마크 작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비디오, 설치, 조각, 드로잉, 회화를 포함한 다양한 작품은 방대한 피노 컬렉션의 면모를 자랑한다. ‘컬렉션 초상화: 피노 컬렉션에서 엄선된 작품들'로 세계 유명 작가들의 걸작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 뤽 튀망(Luc Tuymans), 피터 도이그(Peter Doig), 플로리안 크레버(Florian Krewer), 세르 세르파스(Ser Serpas), 루돌프 스팅겔(Rudolf Stinger), 리넷 이아돔-보아케(Lynette Yiadom-Boakye) 등의 작품을 공개한다. 피노 컬렉션 수석 큐레이터 캐롤라인 부르주아(Caroline Bourgeois)는 피노의 안목과 혜안을 자랑했다. "그는 무명의 신인 작가라도 이 작가가 커리어를 계속 이어갈 사람인지 아닌지 알아챈다. 작품을 보면 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컬렉터라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말이다. 돈 많다고 비싼 작품만 구매하는 게 진정한 컬렉터는 아니다. 피노 컬렉션은 작가와 장기적인 동반자 관계를 맺고 한 작가의 방대한 작품군을 수집해 전체 작품 세계를 탐험할 수 있게 게 하는 게 큰 차이다. 이는 특히 데이비드 해먼스(David Hammons)와 함께한 '우베르튀르'에서 잘 드러났는데, 그의 작품 약 30점을 통해 작가의 방대한 작업 세계를 총망라 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신작으로 구성됐다.
피노 컬렉션의 또 다른 특징은 작가의 독특한 정체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다. 이번 송은에서의 전시는 베트남 출신의 덴마크 예술가인 얀 보(Danh Vo)의 작품들로 시작된다. 전시장 입구에서 마주하는 그의 작품은 베트남 전쟁 직후 해로(海路)로 망명한 보트피플 난민이라는 작가의 출신배경을 직접적으로 지시하면서 필수불가결하고 근본적인 ‘이동'의 형태를 독창적으로 구상한다. 이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 데이비드 해먼스를 위한 공간, 웰컴룸으로 이어진다. 그간 아시아에서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 데이비드 해먼스는 주류 미술계로의 편입을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도발적이고 비판적인 어법을 구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 6점은 1960년대 후반부터 이어온 종이 드로잉부터 산업재료와 비디오 등을 활용한 최근작까지 작가가 오랫동안 제기해온 질문들을 포괄적으로 제시한다.
오디토리움에는 영상을 주로 다루는 알바니아 출신 작가 안리 살라(Anri Sala)의 작품이 상영된다. 2022년 부르스 드 코메르스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1395 Days Without Red>(2011)를 재구성해 선보인다. 보스니아 전쟁 중 일어난 사라예보 포위전을 소재로 삼는 영상은 음악을 활용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간 본연의 광기와 희망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달한다. 제16회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수상자이자, 이후 2021년에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던 염지혜의 2020년 작품도 이번 전시에서 함께 선보인다. 문어의 지능이 더욱 진화해 '문공지능'을 만들고, 우리의 시공간을 방문해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지 살펴본다. 2층과 3층 전시 공간에서는 루돌프 스팅겔(Rudolf Stingel)과 루카스 아루다(Lucas Arruda), 뤽 튀망(Luc Tuymans),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 미리암 칸(Miriam Cahn)과 아니카 이(Anicka Yi), 줄리 머레투(Julie Mehretu), 피터 도이그(Peter Doig)의 작품들이 서로 다른 진동으로 호응하는 장면을 선보인다. 지하 공간에서는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Dominique Gonzalez-Foerster)의 신비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신화적인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를 구현하여 강렬한 시간적 혼란의 순간으로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 전시는 11월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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