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점프 2025②]美中 양자 패권 경쟁…국가 명운 가른다
미중 기술 기술 패권 경쟁의 核 '양자 기술'美, IBM·구글 등 빅테크 앞세워 기술 선점…트럼프 '양자 이니셔티브 2.0' 선언할 듯中 정부, 5년간 양자에 22조 투입…미국 지위 맹추격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유엔(UN)이 2025년을 ‘세계 양자 과학기술의 해’로 지정한 가운데 미중 간 양자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자컴퓨터와 양자보안 기술은 미중 양자 패권 경쟁의 핵심 기술 자산으로 떠올랐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을 이용해 슈퍼컴퓨터가 수백 년에 걸쳐 계산할 연산을 수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미래 기술로 꼽힌다.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연산능력을 대폭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양자컴퓨터는 암호 해독 기술과 연관이 깊어 국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양자기술을 전략 자산으로 보고, 빅테크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와 함께 기술 주도권을 잡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양자컴퓨터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중국의 추격세도 매섭다. 2018년부터 양자 분야에 적극 투자해온 중국은 국가기관 예산을 활용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양자통신 위성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성과를 냈다.
◆"5년간 22조원 투입" 中 양자굴기에 美 대중국 규제 강화 최근 중국의 양자컴퓨팅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미국 정부의 대중국 견제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양자컴퓨터 개발이 심각한 안보 위험이라고 본다. 미국 정부는 올해부터 자국 자본의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개발 등 첨단기술 관련 대(對)중국 투자를 금지했다. 양자컴퓨팅 분야는 핵심 부품 생산, 특정 양자 감지 플랫폼의 개발 및 생산, 특정 양자 네트워크나 양자 통신 시스템 개발 등과 관련한 거래가 금지된다. 통제 목적은 해당 기술을 활용한 중국의 군사 역량 강화 차단이다. 폴 로즌 재무부 투자안보 차관보는 “AI와 반도체, 양자 기술은 차세대 군사·정보·사이버 보안의 핵심”이라며 “이러한 기술이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국가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미국 산업안보국이 중국의 양자 연구 기관 22곳에 대해 수출 통제를 가했다. 미국산 품목을 취득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배경은 중국의 심상치 않은 성장세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직 중국 양자컴퓨터 기술이 미국보다 5년 뒤처진 것로 평가되지만, 천문학적 투자를 전개하는 '양자굴기'를 진행 중이다. 중국이 발표한 제14차 5개년 국가과학기술혁신계획에 따르면 2021년부터 약 150억 달러(22조원)를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의 강력한 중국 기술규제 극복을 위한 기술자립이 목표다. 같은 기간 미국 투자 예정액(38억달러)의 네 배에 달한다. 이어 중국신문망은 지난 2일 중국 약 60개 대학교에서 양자컴퓨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는 현지 실정에 맞춰 새 질적 생산력을 육성했고 집적회로와 AI, 양자통신 등 영역에서 성과를 이룩했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기술 성과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학원 산하 중국과학기술대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신형 양자컴퓨터 칩 ‘쭈충즈 3.0’ 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105큐비트 프로세서인 쭈충즈 3.0이 “현존하는 최강의 수퍼컴퓨터로 꼽히는 ‘프런티어’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풀었다”며 “구글의 구형 양자칩 ‘시커모어’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고 했다. 또 중국과학원은 지난해 말 504큐비트(양자컴퓨터 계산 단위)를 갖춘 ‘샤오훙’ 칩을 장착한 신형 양자컴퓨터 ‘톈옌-504’를 공개했다.
반면 미국은 구글, IBM 등 대형 민간 기업이 중심이 되어 양자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큐비트(양자컴퓨터 연산단위) 개수를 늘리는 등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IBM은 양자컴퓨터 선구자다. IBM은 지난 2023년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칩을 처음으로 공개했고, 같은해 12월에는 양자 프로세서 'IBM 퀀텀 헤론'을 출시했다. 지난해 3월 네이처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IBM은 기존 방법보다 10배 더 효율적인 양자 오류 수정 코드인 그로스(Gross) 코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오류 수정을 위해 3000개의 물리적 큐비트가 필요했으나 이를 288개로 대폭 축소했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기존의 슈퍼컴퓨터가 10의 25제곱년이 걸리는 문제를 5분 만에 푸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가 장착됐다. 윌로는 양자컴퓨터 상용화 걸림돌인 오류정정 문제를 최초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지난해 11월에는 구글 퀀텀 AI와 딥마인드의 연구원들이 AI 기반 양자 오류 수정 시스템 '알파큐빗'을 개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빼놓을 수 없다. MS는 애저 퀀텀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배터리 신물질 연구 등 다양한 산업에 양자기술을 접목 중이다. 아마존은 AWS 브라켓 서비스로 양자컴퓨팅 환경을 제공한다. ◆美 트럼프 2기 20일 출범…국가 안보 핵심 '양자컴퓨팅 육성' 공약 이처럼 중국의 맹추격 속에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20일 재집권하면서 양자컴퓨터 육성 정책이 다시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동안 첫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NQI)에 서명하고 12억 달러를 투입한 바 있다. 이같은 기대감에 양자 관련 빅테크 뿐만 아니라 양자 관련 스타트업 아이온큐, 리게티 컴퓨팅, 디웨이브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 다만 지난 8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보이면서 크게 하락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양자기술 후발국들도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등 양자 선도국들은 국가전략에서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정부 민간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일본은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위해 산학연이 협력하고 있다. 2026년도에 시제품을 만들고, 2030년까지 실용적인 상용기를 제공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전세계 양자 패권 경쟁이 양자컴퓨터 공급망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미래에는 응용 분야에서 판가름 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정윤채 한미양자기술협력센터장은 "현재 양자 기술 전쟁터는 공급망에서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공급망 기업들이 응용화까지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보이지 않는 것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는 대규모와 소형화 같은 응용 분야"라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