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점프 2025①] 수십조 신약값 100분의 1로…양자컴퓨터 개발 랠리
양자컴퓨터 올해 ICT분야 최대 화두…젠슨 황 한미디에 요동치는 관련주1만년 걸리던 문제 단 몇 초만에 풀어내…바이오, AI, 교통 등 파괴적 혁신 예고암호화폐 등 기존 보안체계 무력화…미중 패권경쟁 더욱 치열해질 듯[편집자주] 을사년 한해. 양자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아직도 먼 미래기술로 여겨졌던 양자 컴퓨터 기술 진보가 급진전되면서 향후 3년내 의미있는 성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 경제, 산업 패러다임은 물론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운명을 좌우할 양자기술 개발의 현황 및 미래전망을 조명해봤다.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 요즘 미국 월가의 화두는 단연 '양자컴퓨터'다. 지난해 12월 구글이 자체 개발한 '월로우' 칩을 장착한 양자컴퓨터 발표 이후 상용화 기대감이 커진 이후 리게티 컴퓨팅, 퀀텀컴퓨팅, 아이온큐 등 양자 컴퓨터 관련주들이 수십배 폭등하며 주가 랠리를 펼쳤다. 이후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20년쯤 걸릴 것"이라고 발언한 직후 하루 만에 30~40% 폭락하는 등 관련 주식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그만큼 양자컴퓨터가 화두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CES2025에서도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잇는 미래 기술로 양자컴퓨터가 꼽혔다. 일각에선 젠슨 황 CEO의 양자컴퓨터 발언 배경을 위기의식으로 푸는 시각도 있다. 엔비디아는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회사로 AI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시장을 장악했는데 양자컴퓨터가 빠르게 도래하면 기존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올해는 국제연합(UN)은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한 양자과학기술의 해이기도 하다. 1925년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의 근간이 되는 개념을 발표했다. 양자기술은 100나노미터(nm, 1미터의 10억분의 1) 미세 단위의 불연속성, 불확정성, 불연속성, 중첩, 얽힘 원리를 이용해 기존 과학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연구를 말한다. 양자 컴퓨팅으로 대표되는 양자 기술이 미래 국가 기술 패권을 좌우할 게임 체인저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양자 기술은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연산 능력이 뛰어난 초고속 연산이라는 기술 진화 수준을 넘어 양자는 인공지능(AI), 국방, 신약 개발, 우주항공 등 다양한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파괴적 혁신기술로 인식되며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양자기술백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양자과학기술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5조1848억원에서 2031년에는 58조6055억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연평균 성장률은 21.3%로 추정된다. ◆ AI 다음 게임체인저 '양자'…슈퍼컴퓨터보다 30배 빨라 양자과학기술의 핵심인 양자 컴퓨팅 기술은 양자역학의 원리를 정보처리에 적용한 것으로, 기존 컴퓨터 기술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미래 컴퓨터 기술이다. 일반 컴퓨터가 정보를 다루는 단위는 0과 1 두 가지다. 이때 사용되는 연산단위는 비트(bit)다. 이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양자의 중첩, 얽힘 현상을 활용해 0과 1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기본 단위는 큐비트를 사용한다. 일례로 1개 값만 가진 1비트 대비 2배 빠른 계산이 가능하다. 2큐비트는 00, 01, 10, 11 4개 상태를 동시에 가져 2비트보다 4배 빠르다. 처리 가능한 정보량이 제곱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10큐비트는 2의 100제곱 만큼 정보 처리가 가능하다. 슈퍼컴퓨터가 1초에 1000조 번을 계산할 동안 딱 1번만 계산하고 값을 구할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큐비트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처리 가능한 정보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개발한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가 10셉틸리언(10의 24제곱)년에 걸쳐 풀 문제를 5분 만에 풀어내 이목을 끌었다.
◆ 경제·산업 '퀀텀점프' 가져올 기술…상용화 시점에 촉각 양자 컴퓨터가 미칠 파급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그동안 우리가 해결하지 못했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제약·바이오, 항공·우주, AI, 금융, 보안 등 다양한 산업에 혁신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소위 산업 발전의 퀀텀점프를 야기하는 셈이다.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분야가 바이오 의료 분야다. 새로운 약을 개발하려면 분자와 원자 상호작용을 계산해야 하는데, 이런 복잡한 과정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 속도를 1~2년 단축할 수 있다.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 기술과 접목해 개인 맞춤형 치료 서비스 시대도 앞당길 수 있다. 국내 최초로 IBM의 127 큐비트 양자컴퓨터를 도입한 연세대 역시 양자컴퓨터를 바이오 분야에 특화해서 활용하겠다고 했다. 신약 개발에 활용될 경우 초고가 치료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 1회 투여에만 46억이 드는 화이자의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베크베즈를 양자컴퓨터로 연산하면 10분의 1, 1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AI 발전 속도를 높이는 데에도 양자컴퓨터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AI 학습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복잡한 수학적 계산이 요구된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쌓일수록 학습 시간이 늘어나는데, 현재의 컴퓨팅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크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되는 셈이다. 최근 연구가 시작되고 있는 양자신경망(QCNN)이 대표적이다. 교통 최적화 경로를 계산하는 데에도 적합하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있어서도 다양하게 수집되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금융 상품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데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 안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기존 암호를 해독하는데 몇십년 걸리던 것을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몇 초만에 풀 수 있다. 기존 사이버 보안체계를 무력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이버 보안 기업인 퀀텀디펜스5e는 조만간 전세계가 '큐데이(Q-데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큐데이란 양자컴퓨터 기술로 인해 기존 모든 디지털 암호체계가 뚫히는 시기를 말한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통한 비트코인 해킹으로 암호화폐를 비롯한 금융시장에서 3조 달러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양자컴퓨팅 기술을 국가안보 전략물자로 분류,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에서 수출 통제 대상 물품으로 지정하는 등 미중간 양자기술을 둘러싼 패권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안보는 물론 미래 산업 경쟁력 패권을 좌우할 양자기술 개발 및 생태계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도 적극적인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2030년 이후부터 실험실을 넘어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양자기술을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하고 2032년 1000큐비트큽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양자전략위원회와 5개년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양자기술 경쟁력 확보에 발 벗고 나섰다. 김재완 미래양자융합포럼 공동의장 및 고등과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글로벌 주요국 대비 양자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늦은 편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특히 미중 기술 패권경쟁 속 중국은 주도권 선점을 위해 양자 산업 육성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어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생태계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은 물론 기술의 산업화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가 뒷받침 돼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