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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때도 없던 일'…만성질환 된 소비 부진[엄동설한 내수경기①]

등록 2025-02-08 09:00:00   최종수정 2025-02-10 09: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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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판매 3년 연속 마이너스…감소폭도 확대

외환위기·팬데믹 때도 없던 소비 부진 장기화

계엄 사태로 소비심리 급랭…물가도 다시 들썩

경기 부진에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까지 겹쳐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시 경제심리 더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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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한산한 서울 시내 화장품 매장. 2025.01.0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박광온 기자 = 국내 소매판매가 3년 연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과거 어떤 경제 위기나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볼 수 없던 일이다. 이제 내수 부진은 경기 둔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성 질환으로 진행되는 단계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암울하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로 투자나 기업 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전환은 수출 등 실물 경제뿐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연초부터 물가가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면서 가계의 소비 여건은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하락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2022년 2분기 이후 11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하락폭은 2022년 -0.3%, 2023년 -1.5%, 2024년 -2.2%로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다.

1995년 이후 소매판매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IMF 외환위기'가 터진 1998년(-16.3%)과 '카드 대란'이 있었던 2003년(-3.2%), 코로나19 팬데믹(-0.1%) 때인 2020년 등 이번을 제외하면 세 차례 뿐이다. 당시에는 경제적 충격으로 소비가 한 해 역성장을 한 뒤 바로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3년째 소비가 뒷걸음질 친 건 유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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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2025.02.06. [email protected]

상품군별로 보면 승용차 등 비교적 가격이 높고 사용 기간이 긴 내구재 판매가 3년 연속으로 감소했다. 내구재 판매액은 최근 3년 동안 7.6% 가량 감소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음식료품·의약품 등 사용 기간이 짧은 비내구재와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 판매도 2년 연속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는 소비심리를 더욱 꽁꽁 얼어붙게 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나 급락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p) 떨어졌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3월(-18.6p)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1월 들어 소비자심리지수(91.2)는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비상계엄 사태 이전보다 10p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 산출에 활용되는 6개 지수는 100보다 크면 평균적인 경기상황보다 나음을, 낮으면 평균적인 경기상황보다 좋지 않음을 나타낸다. 그런데 1월 현재경기판단 CSI(소비자동향지수)는 지난해 12월보다 1p 더 하락해 51까지 떨어졌다. 향후경기전망 CSI도 65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고물가는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2020년부터 4년간 14% 이상 올랐다. 지난해 9월부터는 물가상승률이 4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하며 안정되는 듯 했지만 올해 1월(2.2%) 들어 다시 2% 대에 진입하며 다시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급등하면서 석유류(7.6%) 가격이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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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전주시 모래내시장. 2025.01.23. [email protected]

현재의 소비 부진이 단기적인 경기 요인 때문 만이 아니라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다. 인구 고령화, 성장 잠재력 둔화, 가계 부채 문제 심화 등의 요인이 구조적으로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에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며 "인구 구조적인 측면에서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점차 내수 경기가 위축되는 방향으로 조금씩 진행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저녁 모임이 많이 사라지는 등 우리의 소비 행태가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변화한 소비 행태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들이 내수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른 만큼 소득이 안 오르는 것들이 내수 부진의 중요한 요인이고, 그동안 누적된 가계부채 부담이 아직 해소되지 않는 점도 계속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내수 경기 전망도 밝지 못하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7%로 낮췄다.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미국 신 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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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02.01. [email protected]

또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소비·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돼 만성병처럼 저성장과 내수 부진이 악순환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하준경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중요한 일들이 대외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탄핵 정국은 아직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은 소비자들과 국내외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 교수는 "지금은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해) 금융 정책을 쓰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는 긴축재정이기 때문에 성장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희 교수는 "정치적 문제에 매몰돼 경제적인 문제는 점점 뒷전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당장 해야 할 일은 정국의 불안정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여러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또 "이런 위기가 올해 바로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 고령화와 가계 소득 부진 등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미국과 중국에선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무섭게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길게 이어지면 한국의 미래는 쉽지 않을거라고 진단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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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설명을 들으며 무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2025.02.06.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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