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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공직사회②]적은 보수·많은 업무·성취감 '0'…"누가 합니까"

등록 2025-02-10 05:30:00   최종수정 2025-02-12 08: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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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급 초봉 200만원 넘었지만…"여전히 적어"

"야근에 국회 대응 업무"…'소모적' 보람 못 느껴

"사소한 것엔 목숨, 중요한 일은 무관심" 비효율

악성 민원에 인사 적체도…"성취감이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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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2022년 5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공무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2022.05.10. [email protected]
[서울·세종=뉴시스] 강지은 구무서 김정현 정유선 권신혁 기자 = 공직사회 위기는 한 마디로 적은 보수와 과다한 업무, 저조한 성취감, 경직된 조직 문화, 복지부동, 악성 민원, 인사 적체, 등 총체적 문제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뉴시스는 중앙부처, 지자체의 저연차부터 고연차까지 공무원들을 만나 공직사회 문제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올해 9급 초봉 200만원 넘었지만…"여전히 적어"

저연차 공무원들이 꼽는 공직사회 이탈의 대표적인 원인은 '낮은 보수'.

올해 9급 초임(1호봉) 공무원 봉급은 지난해(187만7000원)보다 6.6%(12만3882원) 오른 200만882원으로, 처음으로 200만을 넘어섰다. 올해 전체 공무원 봉급은 3.0% 올랐는데,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 추가 인상분 3.6%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종 수당을 포함한 9급 초임 보수는 연 3222만원으로, 월 평균 269만원을 받게 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민간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80% 수준이다. 이마저도 세금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대전에서 근무 중인 한 5급 사무관은 "같이 일했던 주무관의 경우 실수령액이 200만원도 안 되는데 관사 신청에서 떨어져 대전, 세종에서 50만~60만원의 월세를 감당하며 산다"며 "보수가 너무 적다며 어려움을 많이 토로한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소속 사무관은 "민간 기업은 근무지가 열악하면 금전적인 보상으로 상쇄해 주는 것 같은데, 공무원은 '특공'도 폐지되고, 월급은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공직 메리트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무원은 연금도 나오는 데다 호봉제인 만큼 장기 재직으로 급여가 개선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초임 때 민간과 이미 격차가 크고, 연금도 예전보다 많이 깎여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올해 업무 추진 계획에서 수당을 포함한 9급 초임 보수를 내년 월 284만원, 2027년에는 월 300만원이 되도록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서울과 세종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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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31일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저연차 공무원'인 9급 초임(1호봉) 공무원 보수가 내년에 6.6% 인상돼 작년 187만7000원에서 12만3882원 오른 200만882원으로, 처음으로 200만원을 넘게 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야근에 국회 대응 업무"…'소모적' 보람 못 느껴

낮은 보수도 문제지만 과다한 업무도 공직 사회의 주요 문제로 거론된다.

고용노동부 소속 7급 주무관은 "어느 정도 힘들 거라는 인식은 있었는데, 이렇게 일이 많을 줄 몰랐다"며 "바쁜 부서로 오면서 매일 야근을 했다. 주말에도 국회 대기나 국정감사 등으로 새벽까지 야근해야 하는 상황이 늘 있다"고 했다.

특히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업무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점, 그에 비해 보람은 크지 않다는 점은 공직 생활에 더욱 회의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다.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다는 점도 무력감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전직 경제부처 사무관은 "국회 대응 업무를 할 때 품은 많이 드는데, 전반적으로 크게 생산적이거나 의미 있는 업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며 "국회의 무성의하고 과도한 자료 요구, 갑질에 전부 대응해야 할 때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한 사회부처 과장급도 "국회의 자료 요구 때문에 업무 만족도가 너무 떨어진다. 가장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홈페이지 등에 공개돼 있는 자료들도 3년치, 5년치 등으로 계속 달라고 해서 진을 뺐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신입 사무관의 이직' 보고서를 보면 이직 의향이 있는 모든 직급의 신입 공무원들은 '낮은 보수'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으나, 그 중 5급은 '보람을 느끼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33%로 가장 높았다.

정권과 장관이 바뀌면 기존에 추진해온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뀐다는 점도 업무에 자부심을 갖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탄핵 정국 속에서 모든 정부 정책이 '올스톱'되고,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부처 공무원은 "탄핵 정국 때문에 정부가 일을 안 한다고 비판하지만, 이건 공무원을 탓할 수 없다"며 "어차피 정권이 바뀌면 내가 지금 맡고 있는 정책은 '죽은 정책'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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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체위, 농해수위 등 국정감사 열린 가운데 복도에서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국감 대비를 하고 있다. 2024.10.24. [email protected]
◆"사소한 것엔 목숨, 중요한 일은 무관심" 비효율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경직되고 비효율적인 조직 문화 역시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 소속 주무관은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면 아직도 좀 눈치가 보이는 것이 있다. 인사 불이익도 감내해야 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많지 않다"며 "상명하복 등으로 일반 사기업에서 들으면 깜짝 놀랄 문화들도 여전히 많다"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간부 모시는 날'이다. 간부 모시는 날은 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사비로 간부의 식사를 모시는 관행으로, 최근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 5명 중 1명은 최근 1년 내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의 한 사무관은 "조직 문화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업무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며 "부처가 작다 보니 언론 대응을 누가 했는지 찾아내 질책하는 등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고, 정작 중요한 일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앙부처 사무관도 "과도한 업무가 당연시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초과 근무나 주말 출근이 당연하고, 윗분들이 찾으면 언제나 빠르게 대처하는 게 미덕"이라며 "그러다 관심이 식으면 실무자들만 고통 받으며 뒷처리한다"고 했다.

최근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출간한 노한동 작가는 공직사회 안팎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행정고시 패스 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0년 간 일하다가 2023년 4급 서기관으로 승진했으나 곧바로 퇴직했다.

노 작가는 저서에서 "내가 제 발로 여기를 나가겠다고 생각한 건 오랜 시간 동안 공직 사회의 다양한 헛짓거리를 경험하며 가랑비에 옷이 젖듯 습득한 무기력 때문"이라며 "가짜 노동을 없애야 공직 사회가 살아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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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2023년 11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3.11.14. [email protected]

◆악성 민원에 인사 적체도…"성취감이 가장 중요"

대민(對民) 업무가 많은 부처의 경우 악성 민원은 '덤'이다. 지난해 3월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김포시청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정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했지만, 일선에서는 크고 작은 민원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소속 7급 주무관은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악성 민원인에 시달렸을 때"라며 "어르신 한 분이 뭔가 승인해달라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니까 정보공개 청구도 하고 계속 항의했다. 심지어 저에게 종이도 던졌다"고 했다.

인사 적체는 해마다 공직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은 "부처마다 다른데 복지부의 경우 코로나 때 업무가 많아지면서 임시 조직이 생겨 인력도 늘었다"며 "그러다보니 그 때 승진한 공무원 이후에 들어온 분들은 적체가 돼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저연차와 고연차 간 세대 갈등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기재부 소속 사무관은 "갈등이라기보다 처음에는 고연차들이 당황해하거나 신기해하다가 저연차들이 긍정적으로 조직을 바꿔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과장급 공무원도 "실제로 같이 일하면 훨씬 더 성실하고 업무 태도도 좋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공직사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무원으로서의 '성취감'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회부처 공무원은 "보수 현실화와 인사 적체 해소 등도 중요하지만,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는 직원들을 보면 짠하기만 하다"며 "내가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보람이 있다면 작지만 큰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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