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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하고 대법관 증원…사법개혁 드라이브[이재명 정부]

등록 2025-06-04 11:00:00   최종수정 2025-06-04 12: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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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독점 권력 힘빼기

살아있는 권력에 충성하는 '시녀' 비판 직면

국민참여재판 등 사법부 '민주적 통제' 방점

거대여당, 대법관 증원 추진…개혁 속도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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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인천 계양구 사저를 나서며 주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6.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서진 김정현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4일 오전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모든 역량을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단 입장을 밝혔으나, 정권 초기에 힘이 실리는 만큼 검찰·사법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를 분리하고 대법관 정원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선 공약집을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한 검찰의 힘을 빼고 수사기관의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이다.

◆검사 파면제도, 영장 사전심문…檢 권력 독점 힘빼기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 방안으로 수사권은 경찰에, 기소권은 검찰에 분산하고 검사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실질화, 검사 징계 파면 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수사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수사준칙(현행 대통령령) 상향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을 담은 수사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수사·기소권 분리는 검찰 독점체제를 완화할 수 있단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소와 수사권을 독점한 검찰은 그동안 권력이 바뀔 때마다 권력을 향한 수사로 비판을 받아왔다. 살아있는 권력에게는 약하고 죽은 권력에게만 강한 면모를 보이며 권력의 시녀 노릇을 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다만 검찰 등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오히려 경찰 권력의 과도한 비대화를 부를 수 있단 일각의 우려도 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의 경우 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단 의견과, 절차가 늘어나 수사가 더 지연될 수 있단 의견이 나오는 등 법조계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또 이 대통령은 경력 법조인 중에서만 검사를 임용하도록 해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바로 검사로 임용되는 현행 시스템을 바꿀 계획이다. 판사를 임용할 때 일정 기간 경력을 갖춘 법조인 중에서 선발하는 제도가 있는 것처럼, 경력을 갖춘 법조인을 검사로 임용하겠단 취지다.

탄핵 절차 없이 검사를 파면할 수 있는 징계 제도도 도입될 계획이다. 현재 검사는 정직·감봉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지만, 파면은 탄핵 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역량 강화에도 나설지 주목된다. 공약집에 관련 정책이 포함되진 않았으나, 이 당선인은 지난달 15일 유튜브 채널에서 "저는 공수처를 대폭 강화할 생각이다. 지금 검사가 너무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사 정원을 기존 25명에서 300명 이내로 확대하는 이른바 '공수처 강화법'을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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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이 열리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외벽에 대형 태극기와 행사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5.06.04. [email protected]

◆대법관 증원, 재판 지연 해소…'독립 침해' 우려도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사법개혁 공약은 '대법관 증원'이다.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대법관 증원 방안은 과거에도 재판 지연 문제 해소를 목적으로 수차례 논의된 바 있다. 지난 2010년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이 특위를 꾸려 대법관 증원을 제안했다.

대법원도 김명수 대법원장 시기인 지난 2022년 대법원장·대법관 총 14명을 18명으로 늘리려 시도했고, 현 조희대 대법원장도 취임 초 재판 지연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면서 법관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바 있다.

참여연대는 "대법관 증원은 상고심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며 "대법관추천위원회를 실질화하고 대법관의 다양성을 담보하는 방안 등 수반되는 과제들에 대해서도 공약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지금은 공약을 추진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며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선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을 두고 민주당이 특검·탄핵·청문을 추진한 탓에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안건으로도 상정된 바 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하지만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이 시점에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면 '친여 성향' 대법원을 구성하려 한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공약도 우려를 산다. 현재 법관 평가는 소속 법원장이 하고, 그 평정을 토대로 대법원장이 인사를 한다. 중간평가를 관리할 기구를 만들고 여권 인사를 참여시킬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현재 대법관별 전속 재판연구관 규모를 고려하면 30명도 비현실적"이라며 "보조할 인력에게 지급할 예산도 많이 필요할 텐데, 정치적으로 앞뒤를 가리지 않고 내놓은 공약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국민참여재판 배제 요건을 강화하고, 국민참여재판 대상도 더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를 늘리고 공개변론은 실시간 중계를 의무화하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변론 역시 공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들 공약이 국민의 사법 참여를 확대하고 사법서비스 접근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사법에 대한 시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개혁적"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巨與, 법관 증원 속도전…李 대통령은 "민생회복 먼저"

새 정부는 개혁과 국정과제 시행을 위한 법률 제·개정 사항을 오는 6월부터 준비하고, 재정사업은 올해 추경과 2026년도 예산 수립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단 계획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171석의 거대 여당을 등에 업고 개혁 등 각종 국정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 대통령 취임 첫날인 이날 오후 2시 법안 제1소위를 열고 법관 증원을 중심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한 뒤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해 의결할 예정이다.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김용민 의원 안과 100명으로 늘리는 장경태 의원 안을 병합해 심사한단 계획이다.

한편 이 대통령이 새 정부 우선 국정 과제로 내란 극복과 민생 회복, 국민 안전 등을 꼽은 만큼 중장기적 과제인 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단 의견도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경기 성남시 주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갈등을 수반하게 되는데 우선순위에선 경제, 민생 회복에 주력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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