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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①]동네빵집의 역습…대기업 프랜차이즈 포위망 뚫을까

등록 2015-07-13 11:29:35   최종수정 2016-12-28 15: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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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국 동네 빵집은 2000년 1만8000여개에서 지난해 5000~6000개로 급감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공격적인 출점 전략으로 매출이 줄어 사업을 접는 영세한 동네 빵집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 (뉴시스DB)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던 한 조그마한 빵집은 치아바타에 버터와 팥을 넣은 ‘앙버터’ 빵을 팔아 유명해졌다. 홍익대 주변에 놀러 온 젊은이들이 이 빵만큼은 꼭 사 먹겠다며 들리기도 하는 등 ‘홍대 유명 빵집’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가게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으로 이사를 왔다. 건물주의 요구로 건물에서 나가야 했는데 몇 년 새 홍대 주변 상가 임대료가 너무 올라 알맞은 곳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동인구로 붐비는 상권에서 밀려나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온 ‘동네 빵집’. 하지만 주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싱글벙글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빵 맛을 본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찾아오는 손님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점령한 지역에서 ‘동네 빵집’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양재동 양재시민의 숲 근처 ‘더 벨로’, 상수동 ‘퍼블리크’, 한남동 ‘오월의 종’, 이촌동 ‘브레드05’ 등등. 동네 골목에 생긴 이런 빵집들이 광고를 하지 않고도 유명해진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차별화된 맛과 질의 빵을 만든다는 점이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대기업 프랜차이즈점들이 급속히 늘면서 동네 빵집이 하나 둘 종적을 감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빵집이 제공하는 천편일률적인 맛 대신에 좀 더 새롭고 다른 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동네 빵집이 재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전체 동네 빵집의 경쟁력을 높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과연 동네 빵집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넘어설 수 있을까. 한 번 짚어보자.

 ◇‘천연발효’로 프랜차이즈와 맛 차별화

 #평소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에서 빵을 사 먹는 30대 여성 직장인 안모씨. 그는 길을 가다 우연히 본 동네 빵집에서 식빵 한 봉지를 샀다. 그간 먹어오던 빵 맛에 물렸던 안씨는 쫄깃하면서 구수한 이 빵 맛을 보고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즐기던 식빵 맛이 아니었다. 이곳 제빵사는 천연 발효종을 넣어 반죽한 빵이라 맛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을 전후해 서울 홍익대 주변과 이태원, 압구정동 등을 중심으로 이스트 대신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빵을 내세우는 동네 빵집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신사동 ‘뺑드빱바’와 홍대 앞 ‘폴앤폴리나’ 등 근래 이름난 빵집에서 파는 빵은 대개 이런 류다. 담백한 맛에 매료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백화점들도 천연발효빵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3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대전점에 입점한 성심당을 비롯해 김영모 과자점, 나폴레옹, 안스베이커리 등에서 판매하는 천연효모빵 매출이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황슬기 수석바이어는 “2013년 43%, 2014년 50%, 올해 상반기(1~6월) 37%로 매년 고성장하고 있는 추세다”면서 “고객들의 발효빵이나 효모빵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역시 2013년 12.2%, 2014년 18.1%, 2015년 상반기에는 18.3%로 매출 증가세에 있다. 백화점 측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발효식품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발효 베이커리 매장의 경우 올해 본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해 2년 전 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천연발효빵은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내놓은 것이 아니다. 전국 각 지역 동네에서 인기를 끌던 제과점들이 구운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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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점령한 지역에서 주목받는 동네 빵집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유명 빵집인 나폴레옹 과자점이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연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이 빵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chocrystal@newsis.com
◇프랜차이즈도 ‘발효빵’ 만들지만…

 동네빵집이 파는 천연발효빵이 계속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이런 빵을 만들지 못하는 것인가.

 이에 대해 파리바게뜨 측은 “마케팅 포인트를 어디에 두고 판매하느냐의 문제다”며 “개인빵집은 빵의 풍미를 차별화 포인트로 잡지만, 우리는 똑같은 맛과 품질을 전국에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장기간 숙성이 걸리는 빵을 만들 수도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패션5(SPC그룹이 운영 중인 프리미엄 디저트  갤러리)는 동네빵집처럼 빵을 만든다”며 “(파리바게뜨도)프랑스 원맥을 수입하는 등 제품 원료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뚜레쥬르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직영점 ‘라뜰리에 뚜레쥬르’(뚜레쥬르 프리미엄 매장) 세 곳에서는 천연발효 빵을 판매한다”면서 “뚜레쥬르 전체적으로는 건강빵 라인을 강화했다. 질 좋은 재료를 넣은 제품들을 주력 신제품으로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파리바게뜨는 지난 4월 ‘The 맛있는 프랑스빵’을 출시, 정통 프랑스빵 7종과 부드러운 프랑스빵 4종 등 총11종을 내놓았다. 뚜레쥬르는 지난 5월 건강빵 신제품을 출시하고, 기존의 식사빵들도 업그레이드해 ‘순(純)브레드’로 명명했다. 천연발효빵을 만들더라도 재료 조달에 유리한 대기업의 강점을 살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천연발효 경쟁력’ 언제까지 유지될까

 천연발효빵이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따라올 수 없는 동네 빵집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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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난해 5월5일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매장을 오픈한 전북 군산의 명물 빵집 ‘이성당’.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서울 한남동 꼼데가르송길에서 소문난 빵집 ‘오월의 종’을 운영하는 정웅 대표는 “대기업이 대량생산 방식을 갖고 있다보니 시스템적으로 안 만드는 것이지, 기술적으로 못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천연효모빵이 굉장히 대단한 빵은 아니다. 원시적인 방식으로 만든 빵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천연발효빵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질 뿐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잘 만든다는 전제에서 (동네 빵집의) 강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촌동과 신길동에서 브레드05를 운영하는 강원재 대표는 “차별화를 하려면 (천연효모 사용보다) 저온숙성으로 장시간 발효시켜야 한다”며 “저온숙성한 빵은 물성 자체가 질기 때문에 기계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개인제과점이 해야 하는 것은 기계로 만들 수 없고, 손으로만 만들 수 있는 빵이다. 그래야 경쟁이 된다”고 덧붙였다.

※천연발효종은  빵을 부풀리는데 쓰이는 유산균과 효모의 공생 배양물을 뜻한다. 막걸리 등 술을 이용한 주종을 비롯해 레몬과 건포도, 쌀, 호밀가루 등 다양하다. 이를 이용해 짧게는 10시간, 길게는 3일 동안 반죽을 숙성시켜 빵을 구워내면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워진다. 고온에서는 지나치게 많이 발효돼 반죽을 망칠 수 있으므로 보통은 저온에서 장시간 숙성시킨다.

 천연효모를 이용한 방식은 프랑스 캄파뉴나 바게트, 독일의 호밀빵, 이탈리아의 치아바타 등 유럽식 담백한 빵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한다. 설탕과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 달고 기름진 단팥빵이나 크림빵 등 간식빵류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천연효모의 풍미와 질감을 살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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