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英총리 "트럼프, 푸틴과 관계 구축하되 조심해야"
"영·미가 주권 국가 개입하던 시대는 끝났다"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함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방미 중인 메이 총리는 이날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공화당 연례 의원 모임에서 "러시아에 관한 한 종종 그랬듯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참고하는 게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메이 총리는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협상할 때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는 격언을 따랐다"며 "푸틴 대통령에 대한 나의 충고는 '관계를 맺되 조심하라'이다"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푸틴 대통령은 동유럽이 자신의 영향력 안에 있다고 얘기한다"며 "우리는 이런 주장을 인정해 레이건 전 대통령과 마거렛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역내 가져다 준 자유를 저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영국과 미국이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세계를 재편하기 위해 주권 국가에 개입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는 이라크와 리비아 등에서 군사개입 등 이른바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미국의 외교 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에 동조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메이 총리는 이튿 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그와 만나는 외국 정상은 메이 총리가 처음이다.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를 준비 중인 영국은 유럽국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보호 무역, 자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트럼프 당선 직후부터 새로운 미영 관계 확립을 위해 공을 들였다. 그는 이번 정상 회담을 통해 브렉시트 이후 미국과 양자 무역 협정을 추진한다는 확약을 받아내려 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