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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징후 없이 돌연 불출마 결정…"정치가 이런 건가"

등록 2017-02-01 21:05:13   최종수정 2017-02-07 10: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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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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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급작 사퇴 결정에 참모진 눈물 흘리기도
 극소수 참모 외엔 캠프에서도 전혀 몰라
 '생중계할까요' 기자들 질문에 "생중계하라"고 암시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새누리당, 바른정당, 정의당을 예방하는 등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며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정의당 예방을 마치고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가 기자들 앞에 서서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의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기자들은 물론, 캠프 실무진들까지 충격에 휩싸였다.

 반 전 총장이 극소수의 측근들 외 이 대변인을 비롯한 캠프 실무진 누구에게도 불출마 결정 사실을 기자회견 사전에 알리지 않아 충격이 컸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상일 전 의원도 몰랐고, 이 대변인도 나중에 '나도 전혀 감지를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새벽 혼자 불출마를 결심한 뒤, 오전에 기자회견문을 작성했다고 전해졌다. 이도운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후 마포 캠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음은 새벽에 굳히셨는데 언제 발표할지 그때(정당 예방)까지 결정 안 하셨던 듯 하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정의당 예방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며 기자들이 '중요한 메시지가 담긴 기자회견이냐'는 취지로 "생중계를 준비할까요"라고 묻자, "생중계 물려라"고 답하며 중요한 메시지가 전달 될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도 아무 답변도 않은 채, 마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반 전 총장은 20여명의 참모진들에게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여러분과 미리 상의하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며 "아마 한 사람이라도 상의를 했다면 뜯어말렸을 것이 분명하다. 한 발 더 디디면 헤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캠프 실무진들에도 불출마 결심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데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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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 선거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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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일부 참모는 눈물을 보이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이날 오전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를 예방한 반 전 총장은 "나름대로 하느라고 하는데 여론이 자꾸 떨어진다"고 정 대표에게 토로했고, 이에 정 대표는 원인을 진단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또 불출마 기자회견 직전 예방을 받은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반 전 총장에게 "꽃가마 대령하겠다는 사람 절대 믿지 마시라. 외람된 말씀이지만, 총장님을 위한 꽃방석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총장님이 스스로 확신을 갖는 만큼 중심을 잡으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은 이에 "요즘 절감하고 있다"고 낮은 목소리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참모들에게 "정치인들의 눈에서 사람을 미워하는 게 보이고 자꾸만 사람을 가르려고 하더라. 표를 얻으려면 나는 보수쪽이다고 확실하게 말하라는 요청을 너무나 많이 들었다"며 "말하자면 보수의 소모품이 되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그는 "정치인들은 단 한 사람도 마음을 비우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더라. 정치는 '꾼'에게 맡기라고도 하더라. 당신은 '꾼'이 아닌데 왜 왔느냐고 하더라"며 "정치가 정말 이런 건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한 캠프 관계자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새벽에 마음을 정하셨다고 하지만, 가장 큰 계기는 오늘 정치인들을 만나면서 느낀 실망감인 것 같다. 정치인들이 '여긴 우리에게 맡기고 당신은 그만둬라'고 얘기했다고 들었다"며 "물론 후보로서 지지율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겠지만 '정치판'에 환멸을 느끼신 것 같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저녁 자신의 사무실을 떠나며 "계획을 갖고 있는건 없는데 며칠 좀 쉬고 좀 생각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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