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패러독스…잘 사는 데 정치 불만 많은 이유는?
◇ 통계상으로 네덜란드는 잘 사는 부자 나라 네덜란드에 불고 있는 극우 자유당(PVV) 돌풍을 떠올리면 네덜란드가 소득 불평등, 중산층 위기, 기회 불균등 등 현대 산업화 시대에 나타나는 혼란에 빠져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통계를 살펴보면 실상은 다르다. 경제적인 면에서 네덜란드는 상당히 괜찮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민들이 점점 더 부유하고 건강하며 행복해지고 있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른 선진국 경제와 비교할 때 네덜란드의 삶의 질은 꽤 만족스럽다. '선진국 클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적인 삶의 만족도는 6.5다. 네덜란드는 이 보다 높은 7.3를 기록 중이다. 네덜란드의 삶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일과 여가의 균형이다. 여타 OECD 국가들보다 네덜란드의 노동자들은 일보다 가족들과 취미생활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고 조사됐다. 영국의 경우 노동자 8명 가운데 한 명이 장시간 근무를 한다는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네덜란드에서는 사실상 긴 근무 시간에 허덕이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 시장도 건강하다. 네덜란드의 생산가능인구 약 82%가 일자리를 갖고 있다. 이웃 유럽연합(EU) 국가인 독일(68%), 프랑스(67%)와 나란히 놓고 봐도 꽤 긍정적인 상황이다. 청년들도 취직 걱정은 없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25세 이하 청년층이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네덜란드 젊은이들은 3명 중 2명이 고용 상태다. OECD 전체 평균은 네덜란드의 절반 수준이다. 유럽 안에서도 네덜란드는 부자 나라다. 1인당 국민 소득은 약 5만3000달러(약 6000만 원)로 스페인, 이탈리아보다 38%, 영국보다 21% 높다. 부의 분배 상태도 다른 국가들보다 균등하다. 올해 네덜란드의 경상수지 흑자는 국민총생산(GDP)의 8%를 넘어섰다. 농식품, 화학품 수출도 우수하고 네덜란드에 대한 해외 투자도 활발하다. 저축률 역시 상대적으로 높다. ◇ 금융위기 이후 상대적 박탈감과 지역 불균형
네덜란드 노동자 4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OECD 회원국 평균보다 2배 가량 높은 비중이며 금융 위기 이전 자체 수준과 비교해도 4%나 늘어났다. 25세 이하 노동자는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네덜란드 경제가 본격적으로 활력을 띄기 시작한 건 작년 하반기 부터다. 8년간 몸부림친 끝에 국민소득은 2015년이 돼서야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조지아대학의 카스 무테교수는 "일이 잘 돼가고 있는 지는 항상 상대적"이라며 "네덜란드인들은 자신들을 그리스에 비교하지 않는다. 10년 전의 네덜란드인들과 비교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재원 마련도 쉽지 않다. 네덜란드 중소기업 12%가 은행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네덜란드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 거부율은 그리스보다도 높다고 조사됐다. 금리가 높은 데다 중소기업 대출 90% 상당이 주요 3대 은행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 재원 빌리기를 원하는 중소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지역 불균형도 풀어야 할 숙제다. 네덜란드 실업률은 올해 1월 5.3%를 기록하며 다른 OECD 회원국들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몇몇 지역별 실업률을 보면 2008년 금융 위기 전보다 여전히 높다. 예컨대 북부 흐로닝언 주의 실업률은 9%를 웃돈다. 이 지역은 PVV를 이끄는 헤이르트 빌더러스 대표의 지지 기반이다. 고용 여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빌더르스는 제일란트, 림뷔르흐 주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두 지역은 네덜란드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은 곳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