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도지원 놓고 전문가들, "시기 부적절" vs "효과 클 수도"
정부는 21일 조명균 통일부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어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아동·임산부 영양강화식품 지원사업에 450만달러를,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의 북한 아동·임산부 의료·영양 지원사업에 350만달러를 공여하기로 의결했다. 정부는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는 남북관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하겠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날 결정한 지원 규모는 변동이 없을 거라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른 평가를 내고 있다.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북한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이후 같은해 9월 5차 핵실험, 올해 9월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핵 무력 완성에 속도를 내는 시기에 굳이 인도지원을 재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했던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대외 메시지를 관리해야 하는 시점에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인도지원 재개 결정을 하기에 가장 나쁜 시기"라고 비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정부가 대북 인도지원 시기를 정하지 않은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인도지원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며 "이는 대북 인도지원에도 결국 군사적인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정부의 대북 인도지원 재개 결정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없지는 않다. 엄중한 상황이지만 관계 복원에 대한 의지를 내비침으로써 장기적으로 국면 전환 시점에 정부가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도 필요한데, 현재 남북 간 불신이 너무 깊다"며 "대북 인도지원 재개 결정을 남북 간 관계회복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오히려 지금 이 시기에 대북 메시지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시기에 대북 인도지원 재개 방침을 정한 것이어서, 대북 영향력 측면에서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이 이번 정부의 메시지를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 7월 정부가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제의했으나, 두 달이 넘도록 호응해오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 등 주요국의 경우 북한의 핵 도발 국면에서도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지원을 꾸준하게 해왔음에도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 무력 완성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해왔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정부의 이번 결정이 당장 남북관계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