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철조망 베네치아 비엔날레 전시...이불 "전쟁 참혹함 보여줄 것"
GP 철수 과정서 나온 잔해물 모아 4m 크기로 제작..5월 개막이불 작가 1999년 이후 20년만에 초대 "아르세날레에 전시"본전시 총감독,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디렉터 랄프 루고프한국관은 김현진 감독, 남화연·정은영·제인 진 카이젠 참여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남북 분단의 상징이었던 DMZ 감시초소(GP) 철조망이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진출한다. 예술품으로 변신, 세계 현대 미술 축제에 선보인다. 서울 PKM갤러리는 전속인 설치미술가 이불(55)이 DMZ 철조망을 4M 크기 대형 설치물로 제작, 베네치아 아르세날레에 전시한다고 밝혔다. 이불 작가는 5월 8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개막하는 제58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 전시에 초대됐다. 철조망 작품 제작은 정부가 허가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조성된 한반도 평화분위기를 세계에 알린다는 방침으로 전 세계 미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축제에 남북 화해무드를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취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방부에 요청, 강원도 인제 12사단의 GP 잔해 철조망 등 10톤을 내줬다. DMZ GP는 1953년 정전 협정 후 설치된 남북 분단의 상징이었다. 작품을 구상중인 작가 이불은 "GP 잔해에 담긴 역사성과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줄 것"이라고 알렸다.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미술 행사다. 1895년 이탈리아 국왕의 제25회 결혼기념일을 축하하여, 베네치아시 주최로 창설되어 격년제로 열린다. 1930년부터 국가관으로 펼치고 있다. 한국 작가가 처음 참가한 때는 1986년부터다. 1993년 제45회 때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독일 대표로 참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1995년 100주년을 맞아 한국관이 동양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 세계에서는 25번째로 개관했다. 작가 이불의 본 전시 참가는 한국관 대표작가이자 본 전시 초대를 받은 1999년 제48회 베네치아비엔날레(특별상 수상)이후 20년 만이다. 본전시에 두번째 초대 영광은 지난해 런던 헤이워드갤러리에서 열린 작가의 대규모 회고 순회전 덕분이기도 하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은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디렉터 랄프 루고프 (Ralph Rugoff)다. 루고프 감독은 '당신은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나요(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를 주제로 본 전시 참여작가 79명을 선정했다. 이불 작가는 철조망 작품외에 헤이워드 갤러리 회고전에 출품된 바 있는 섬유 조각 '혀의 스케일'과 실크 벨벳 페인팅 2점도 이탈리아 국가관에 전시한다.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한 이불 작가의 국내 개인전이 올 하반기 3년만에 PKM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1990년대 후반 사이보그 시리즈 작업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00년대 이후부터 개인의 기억·경험과 결합된 거대 서사를 대규모 설치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지난해부터 올해초 까지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와 베를린의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대규모 회고 순회전이 열렸고, 2012년 여성작가 최초로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연바 있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시리즈' 지원 사업 첫 선정 작가로 국내에서 대규모 전시를 선보였다. 한편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는 이불 외에 한국작가 2명도 명단에 올렸다. 동양화를 전공한 설치작가 강서경(42-국제갤러리 전속)과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며 구겐하임미술관 휴고보스상을 수상해 주목받은 아니카 이(48)가 참여한다.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본전시외에 각 나라 국가관을 내세운 미술 올림픽으로 11월까지 열린다. 올해 한국관은 김현진 예술감독이 맡아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주제로 남화연·정은영·제인 진 카이젠로 구성된 영상 미디어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전시 주제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한국계 미국인 여성 소설가 이민진이 재일교포 이민의 역사를 다룬 소설 '파친코' 첫 문장에서 따왔다.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한국 여성작가 3명이 참여하는 본전시와 함께 한국관도 여성 예술감독과 모두 여성 작가들이 펼쳐 눈길을 끈다. 한국 미술계 유리 천장을 뚫은 여성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여성의 날(8일)을 맞아 발표한 '2019 유리 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굴욕적인 평가를 받았다. OECD 회원국 중 100점 만점중 20점을 받아, 29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