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는 남자"…與 원내대표 선거, 긴장 속 '이색표심' 눈길
이인영·노웅래·김태년, 정견 발표서 강점 부각"한 표 줍쇼" "두발 문제" 유머로 웃음 유발도李·金 결선행…이인영, 76표로 원내대표 당선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막중한 역할이 요구되는 원내대표인 만큼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지만, 후보인 이인영·노웅래·김태년(기호순) 의원이 재치와 유머로 한 표를 적극 호소하면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 경선을 실시했다. 정견 발표를 위해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은 세 후보는 담담한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긴장된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이해찬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이번 국회는 협상할 사안이 많고 정치적으로 충돌하는 것도 많아 이를 잘 수습하는 일이 (신임 원내대표에게) 첫 번째로 주어질 과제"라며 "그런 것을 잘할 분으로 뽑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로 임기를 마치는 홍영표 원내대표는 "제가 작년에 (원내대표를) 시작할 때도 국회 정상화가 첫 번째 과제였는데, 지금 앞에 계신 세 분의 후보에게 무거운 짐을 물려드리는 것 같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정견 발표는 이번이 원내대표 세 번째 도전인 '삼수생' 노웅래 의원부터 시작했다. 그는 "이번에도 뻔한 원내대표 선거가 되면 내년 총선,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것"이라며 총선 승리를 거듭 강조했다. "장외투쟁을 하는 제1야당, 국회로 끌어들인 복안을 갖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년 의원은 정책위의장 등을 지낸 점을 들어 '협상가'와 '조율자'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저는 지금까지 수많은 협상을 경험했다"며 대야(野) 협상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 중심의 당정청 관계를 이끌어갈 적임자"라고도 했다. 김 의원이 특히 홍 원내대표를 언급하며 "지금까지 대야 협상 하시느라 무척 고생이 많으셨다. 머리카락이 한 움쿰씩 빠지셨다고 한다. 저도 두발에 문제가 있어서 남 일 같지 않지만, 모든 열정을 바치겠다"고 하자 장내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마지막 정견 발표에 나선 이인영 의원은 서두에서부터 염색한 머리를 활용해 의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말 잘 듣는 남자 이인영이다. 원내대표 출마한다니까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바꾸라 하셔서 머리부터 (염색해) 바꿨다"며 자신부터 변화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또 "세 가지 잘하면 승리한다"며 "민생의 성과를 만들어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선제적으로 무력화시키겠다. 보수보다 먼저 혁신해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더 넓은 리더십의 통합으로 강력한 단결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정견 발표를 모두 마치고 곧바로 투표가 진행됐다. 전체 128명 의원 중 진선미·이개호·김현미·박영선·유은혜 등 장관 출신 의원을 비롯한 총 125명이 투표에 참여해 선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결선 투표 과정에선 담담한 표정이었던 두 후보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 의원은 초조한 듯 주먹을 쥔 채 손을 계속 움직였고, 김 의원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았다. 이윽고 나온 결선 결과. 이 의원 76표, 김 의원 49표으로 이 의원이 27표차로 김 의원을 꺾고 신임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김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 의원을 축하했고, 이 의원은 의원들을 향해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홍 원내대표도 바통을 이어받을 이 의원에게 축하를 건네며 꽃다발을 증정했다. 이 의원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 "다시 한 번 기대해주시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거듭 감사드린다"며 "우리 당이 넓은 단결을 통해 강력한 통합을 이루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