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잘알]프로야구 FA계약 변천사…송진우부터 안치홍까지
역대 1호 FA 송진우, 1999년말 한화와 3년 7억원에 계약이대호, 4년 150억원으로 역대 최대 몸값롯데-안치홍, 상호 계약 연장 조항으로 눈길
활로를 찾기 위해 상호 계약 연장 조항을 넣는 새로운 형태의 계약까지 나오는 등 올 겨울은 FA 시장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FA 제도 손질까지 앞두고 있어 이전과는 또 다른 FA 스토리가 쓰여질 전망이다. ◇ FA 제도, 어떻게 변화했나 FA는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추고, 모든 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한 선수를 뜻한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 FA 제도가 처음 시행된 건 1999시즌 종료 후다. 등록 년수와 등록 일수 등을 채워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새로운 팀을 찾아나설 수 있게 됐다. 이적의 길이 열리면서 선수들의 '대박'의 꿈도 이뤄지게 됐다. 도입 초기 자격 취득 기간은 10시즌이었고, 2001년 9시즌으로 줄었다. 2011년부터 대졸 선수는 8시즌을 지내면 FA 권리를 얻는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달리 FA 재자격을 얻기 위해선 다시 4시즌을 채워야 한다. 2009~2010년 FA 계약 현황에 따르면 해외로 떠난 선수들을 제외한 16명의 FA 선수들이 모두 1년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와있다. 이는 2009년과 2010년, 타 구단 이적시 계약금 지급과 전년도 연봉의 50% 이상 인상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다년 계약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유명무실한 제도였다. 구단과 선수는 계약금이 포함된 다년 계약을 맺고, 공식적으로 1년 짜리 계약으로 발표했다. 결국 2011년 FA부터는 다년 계약과 계약금 지급을 허용했다. 2016년에는 원 소속 구단 우선 협상 기간이 폐지됐다. 이전까지는 FA 시장이 열린 첫 날부터 일주일간 원래 소속됐던 팀과 계약을 논의한 뒤 다른 팀들과 협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탬퍼링(사전 접촉)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결국 폐지 수순을 밟았다. FA 제도는 또 한 차례 거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두 되어온 FA 등급제 도입을 놓고 논의 중이다. 현재 외부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원 소속 구단에 전년도 연봉 200%와 보호선수 20명 외 1명, 혹은 전년도 연봉 300%를 줘야 한다. 그러나 이 보상권은 FA 이적의 걸림돌로 꼽혀왔다. 구단 입장에선 보상 선수까지 내주면서 외부 자원을 영입하는데 위험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형 FA가 아닌 경우 팀을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2020시즌 뒤에는 이 보상 제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B등급(구단 4~10순위, 전체 순위 31위~60위)은 보호 선수가 25명으로 늘어나고, 보상 금액도 전년도 연봉의 100%로 낮춰진다. C등급(구단 순위 11위 이하, 전체 순위 61위 이하)은 보상 선수 없이 전년도 영봉의 150%만 내고 데려갈 수 있다. 최근 KBO 실행위원회는 '특례조항'도 추가했다. 한 팀에서 신규 FA가 6명 이상이 나올 경우 A등급 FA를 1~3위에서 1~4위로 한 명을 늘린다는 내용이다. KBO 이사회가 이를 승인하면 2020시즌부터 적용이 될 수 있다. ◇ 송진우부터 이대호까지, FA 계약의 역사 역대 1호 FA 계약 선수는 투수 송진우다. 송진우는 1999년 11월 원 소속팀 한화 이글스와 3년 총액 7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당시로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이후 FA의 몸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2000년 12월 쌍방울 레이더스의 간판타자 김기태가 삼성으로 가며 4년 18억원을 받아 처음으로 10억원대를 돌파했다. 이에 질세라 LG는 해태 타이거즈에서 뛰던 내야수 홍현우를 4년 18억원에 데려왔다. 롯데 자이언츠는 2003시즌을 앞두고 정수근과 6년 40억6000만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 6년도, 40억이라는 액수도 '상상초월'의 대우였다. 이듬해인 2004년 말에는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린 계약이 나왔다. 중심에는 풍부한 자금력을 자랑하던 삼성이 있었다. 삼성은 2005시즌을 앞두고 현대 유니콘스 출신의 거포 심정수를 4년 최대 60억 원에 영입했다.
삼성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그해 현대에서 FA로 나온 박진만까지 4년 39억 원에 데려왔다. 심정수와 박진만, 선수 둘을 영입하면서 약 100억원을 쓴 파격적인 투자였다. FA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계약 중 하나는 2011년 말 외야수 이택근의 넥센 히어로즈 복귀다. 2009시즌 중 이택근을 트레이드로 LG에 보냈던 넥센은 이택근이 FA 시장에 나오자 4년 50억원을 안기며 이택근을 다시 품었다. 이후 이 계약은 각 구단 주전급 FA 선수들의 기준점이 되면서 몸값이 크게 오르는 계기가 됐다. 프로야구 인기와 더불어 FA 시장은 더 활활 타올랐다. 매 시즌 뒤 돈 잔치가 반복됐다. 몸값 거품에 대한 비난도 일었지만, 전력 보강에 나서는 팀들은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전에도 "모 선수가 1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는 '설'은 흘러나왔지만, 공식적으로 100억원의 계약을 발표한 건 최형우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돌아온 이대호는 친정팀 롯데와 4년 150억 원에 계약, 역대 FA 최고액 기록을 세웠다. 2017시즌을 앞두고 양현종이 KIA와 맺은 계약도 화제를 뿌렸다. 당시 양현종은 해외 진출을 모색했지만, 국내 잔류로 마음을 굳히고 KIA에 남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미 최형우를 영입하면서 큰 돈을 쓴 KIA는 에이스 양현종을 붙잡을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다. 결국 양현종은 다년계약을 포기하고 1년, 총액 22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이후 매년 1년 계약을 하며 KIA에서 뛰고 있다.
잔치는 끝났다. 언제 FA 광풍이 불었냐는 듯 최근 FA 시장은 냉랭하다. '대박' 계약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싸늘해지고 있고, 각 구단들도 선수들에 냉정한 평가를 하며 과한 몸값에 경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FA 역사에 또 한 번 의미 있는 계약이 나왔다. 안치홍과 롯데의 2+2년, 최대 56억원의 계약이다. KIA에서 뛰던 안치홍은 이달 초 롯데로 가며 2년 최대 26억원(계약금 14억2000만 원·연봉 5억8000만 원·옵션 6억 원)에 사인했다. 롯데는 "2022년에는 2년 최대 31억원의 구단과 선수 상호 계약 연장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에 따라 연장이 실행되면 계약은 최대 4년 56억 원이 된다. 상호 계약 연장 조항에 따라 2021시즌을 마치고 안치홍과 롯데는 계약 연장을 선택할 수 있다. 구단이 연장 계약을 원치 않을 경우에는 안치홍은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이때 롯데는 구단이 기한을 채우지 않고 선수를 내보낼 때 지급하는 '바이아웃' 1억원을 지불한다.
KBO리그에서 흔치 않은 계약 방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옵트아웃을 떠올리게 하는 계약이다. 옵트아웃은 계약기간 중 연봉을 포기하고 FA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2016년 워싱턴 내셔널스와 7년 1억7500만달러에 계약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2019시즌 뒤 옵트아웃을 실행, 시장으로 나왔다. 결국 그는 원 소속팀인 워싱턴과 7년, 2억4500만달러에 계약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그러나 안치홍의 경우 롯데와 재계약할 조건이 이미 정해졌다는 점은 옵트아웃과 조금 다르다. 구단 입장에선 투자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FA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2년 뒤 롯데와 재계약하지 않아도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선수에게도 성공적인 계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얼어붙은 시장 상황에서 이전에 없던 시도를 한 안치홍과 롯데의 선택이 FA 시장에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스잘알은 '스포츠 잘 알고봅시다'의 줄임말로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와 함께 어려운 스포츠 용어, 규칙 등을 쉽게 풀어주는 뉴시스 스포츠부의 연재 기사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