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렌트' 오종혁 "'진짜배우' 위한 선택하고 싶어요"
'마크' 역 지원했다 '로저' 역으로 다시 오디션'틱틱붐'에 이어 조너선 라슨, 두 작품에 모두 출연'클릭비' 아이돌 출신…지난해 데뷔 20주년
'렌트'는 이탈리아 작곡가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뮤지컬로 옮긴 작품.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당시 에이즈와 동성애, 마약 등 파격적 소재를 다뤄 주목 받았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 뒷골목의 예술가들 이야기를 1세기 뒤 미국 뉴욕 이스트 빌리지로 옮겨왔다. 시인 로돌포는 록 뮤지션 로저, 화가 마르첼로는 비디오 아티스트 마크 등으로 변주됐다. 오종혁은 애초 이번 오디션에서 로저의 룸메이트이자 극의 내레이터인 마크 역에 지원했다. 그런데 로저 역에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연출과 컴퍼니의 판단에 따라 이 역으로 오디션을 다시 치렀다. 최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오종혁은 "('렌트'에서 드럼 실력을 갖춘 드래그 퀸 역인) '엔젤'로 콜을 받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이처럼 오종혁은 스타로서 명성을 얻기보다 작품에 녹아드는 구성원으로서 배우 역에 골몰한다. 그런 집중력과 안으로 파고드는 면모에 연출이 로저의 모습을 본 것이다. '렌트'는 요절한 천재 작곡가 조너선 라슨(1960~1996)의 자전적 뮤지컬이기도 하다. 가난하지만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과 우정, 꿈 그리고 열정을 그리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라슨이 '라보엠'을 바탕으로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녹여냈다.
예술가들, 특히 뮤지컬배우들 사이에서 젊음의 표상으로 여겨지는 라슨의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한 국내 배우는 드물다. 오종혁이 그 이례적인 행운을 누렸다. 뮤지컬계의 대표적인 허리들인 이석준과 이건명이 자신들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틱틱붐'을 다시 선보였을 때, 오종혁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석준이형하고 건명이형이 아니었으면 이런 행운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공을 돌렸다. 오종혁은 '틱틱붐'을 겪어서 '렌트'의 속살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착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청년들의 반항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열정적인 공연'으로만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앤디 연출님, 스태프, 배우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이것은 쇼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됐죠. 당시에는 에이즈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던 때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삶의 불확실함 속에서 절박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죠." 외로움에 휩싸여 고립을 자처하는 로저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매번 바닥까지 파고들어가야 해서"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배우들은 연습에 들어가기 전 다 같이 모여 연출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의 힘든 과거를 토해내며 펑펑 울기도 했다.
사실 '렌트'는 '미완성의 유작'으로 통한다. 라슨이 개막 하루 전 대동맥혈전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런 면모가 작품의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상처로 점철된 젊음 자체를 표상하니까. '라보엠'이 원작이지만, 라슨과 그의 친구들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라슨이 정확히 무엇을 의도했는지 불분명한 장면이 많다. 다양한 해석을 내포하게 된 이유다. "렌트 인물의 해석은 그 당시 연출과 배우의 몫이 되는 거죠." 2002년 뮤지컬 '렌트'에서 엔젤 역을 맡아 데뷔한 김호영도 "그 때 '렌트'와 지금 '렌트'는 너무 다르다"고 했다. 오종혁은 "벌써부터 심장이 끓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 공연이 올라갔을 때 어떤 기분이 들지 설렙니다. 뮤지컬을 시작한 이후에 과거에 쓰던 록 발성은 과하니까 자제해왔는데, 이번에는 그 때 발성을 로저에 어울릴 거 같아 쓰고 있어요." 1999년 1.5세대 아이돌 밴드 '클릭비'로 데뷔, 대표적인 '꽃미남 아이돌'으로 통하던 오종혁 앞에 이제 배우라는 수식이 더 어울린다.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후배 아이돌들은 그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2008년 '온에어 시즌2'로 뮤지컬에 데뷔한 뒤 '쓰릴미' '오디션'에 출연했고, 군 전역 직후인 2013년 무영 역을 맡은 뮤지컬 '그날들'로 급부상했다.
"매번 운이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품과 사람들이 저를 찾아왔거든요. 사실 매번 새로운 공연을 할 때마다 두렵긴해요. 커다란 돌덩어리를 갖다 놓은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그게 깎이고 깎이면서 제 형태를 찾아갈 때 제 자신이 되는 것 같아요." 매 프로덕션의 배우들 사이에서 중간자 또는 막내였던 오종혁은 이번 '렌트'에서 맏형 라인에 속하게 됐다. "아직도 배우는 중이에요. 나이는 맏형이지만 동생들을 형이라고 생각하며 배우고 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보낸 오종혁은 올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데뷔 이래 쭉 몸 담아온 소속사 DSP미디어와 매니지먼트 업무를 끝냈다. 오종혁과 소속사의 사이가 좋다는 것은 업계에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오종혁은 '에이프릴' 등이 소속된 아이돌 기획사에 자신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오종혁은 소속사가 없는데, DSP미디어가 여전히 일정을 조율해주고 있다. 오종혁은 개인적으로도 큰 변화를 맞는다. 코로나19로 미뤄지기는 했지만 여자친구와 결혼도 앞두고 있다. "인생의 선택 하나하나에 신중해지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성장하기 위한 것을 찾아왔다면, 지금부터는 그것을 바탕으로 '진짜 배우'가 되기 위한 선택을 하고 싶어요." 한편, '렌트'는 다음달 16일부터 8월 23일까지 서울 신도림역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