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총격에 12년 만의 민간인 사망…제2 박왕자 사건 되나(종합)
어업지도 공무원 북한군에 총격 당하고 불태워져개성 탈북민 사건으로 접경지역 경계 강화됐을듯정부 "국민에 대한 만행"…해명, 사과, 처벌 촉구연락사무소 폭파에 총격까지…여론 악화 불보듯당 창건 성과 급한 북한, 계속 침묵 유지할 수도文 남북 대화 재개 노력 찬물…경색 장기화 우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이어 북측의 총격에 우리 민간인이 사망한 두 번째 사례로, 국민들의 대북 여론 악화와 이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군에 따르면 지난 21일 낮 소연평도 남방 2.2㎞ 해상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 공무원 A(47)씨는 이튿날 오후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북측은 최초 발견 당시 어업지도선에서 A씨와 일정거리를 두고 방독면을 쓴 채로 표류 경위를 들었고 이후 A씨는 같은 날 밤 22시10분께 북한군 단속정에 의해 피격된 뒤 해상에서 불태워졌다. 군은 북한이 국경지대에 유입된 생명체를 무조건 사살하는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A씨에게 반인륜적인 만행을 저질렀으며, 이는 북한 해군 상부의 지시에 따른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허술한 경계 근무를 지적하고 처벌에 나서는 등 후속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전방 부대가 접경 지역의 특이 동향에 한층 강경하게 대응했을 수 있다. 정부는 이날 국방부 명의 입장문을 통해 우리 민간인 사살 사건을 규탄하고 북한에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지만 북측은 아직 묵묵부답이다. 군은 지난 23일 오후 유엔군사령부와 협의해 북측에 전통문을 발송하고 실종 사건 관련 사실관계 통보를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북측의 답은 없는 상태다.
앞서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민간인 총격 사건까지 발생함에 따라 국내 대북 여론이 악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을 감안해도 방역을 이유로 민간인을 사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탓에 북한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하게 식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9·19 남북군사합의 2주년을 맞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로부터 며칠 만에 민간인 피격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남북 합의 정신이 퇴색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을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에 견주며 '제2의 박왕자 사건'으로 명명하고 공세를 가하고 있다.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 경계지역을 넘었다는 이유로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이 피살되면서 당시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과 같았던 금강산 관광사업은 급작스럽게 중단됐고, 진상조사 및 사과 문제로 남북 경색 국면이 장기간 이어졌다.
최근 북한이 당 창건 기념일(10월10일) 성과 마련에 집중하면서 대외 사안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침묵하거나 최소한의 반응만 전할 가능성이 높게 관측된다. 이에 따른 대북 여론 악화는 문재인정부가 남북 대화 재개 노력을 펼치는 데 제약이 될 전망이며, 미국 대선 등과 맞물린 연말 한반도 정세 관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낮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라"고 지시했다. 서주석 NSC 사무처장 겸 안보실 1차장은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아울러 반인륜적 행위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