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2020]'우리는 강하다' 메달보다 값진 소득 얻은 여자배구
졌지만 잘 싸웠다…동메달 실패했지만 4위 기록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세계랭킹 12위)은 8일 오전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세르비아(세계랭킹 6위)와의 동메달결정전에서 0-3(18-25 15-25 15-25)으로 완패했다. 한국은 동메달을 간절히 바랐지만, 그 꿈은 다음 대회로 미뤄지게 됐다. 도쿄올림픽에 나서는 한국의 목표는 8강이었다. 8강이라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만만한 팀은 하나도 없었다. 김연경이라는 최고의 공격수가 있다고 해도, 조별리그에서 2승을 하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브라질을 만났다. 0-3으로 완패를 당했고, 김연경은 12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브라질의 강한 공격 앞에 리시브가 속수무책으로 흔들렸고, 김연경을 제대로 활용할 수도 없었다. 이는 고질적인 한국 배구의 문제점이다.
한국은 '원팀'의 면모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수비에서 미친듯한 투혼을 선보였다. 투혼은 공격에 힘을 배가시켰고, 김연경을 필두로한 공격이 폭발하면서 '대어' 도미니카공화국을 낚았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혈투를 벌였다. 한국은 5세트 막판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김연경이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여 한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조별리그에서 3위로 8강에 안착한 한국은 이번에 세계랭킹 4위 터키의 덜미를 잡았다. 김연경과 함께 박정아가 고군분투했고,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거함' 터키를 쓰러뜨렸다. 세계 언론은 김연경을 필두로 한 한국의 투혼에 놀랐고, 개최국 일본 언론마저 한국 배구의 선전을 대서특필했다. 일본 네티즌들 역시 김연경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라바리니 감독의 용병술도 한몫했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면서 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신체적, 기술적 약점을 극복했다. 한국은 2012 런던올림픽 4위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서 4강에 진출했다. 투혼과 집중력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파워와 높이를 갖춘 브라질에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완패했고, 동메달결정전에서도 '장신군단' 세르비아에 막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동메달 이후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한국 배구는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도쿄올림픽을 통해 큰 소득을 얻었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분석하면 강팀도 잡을 수 있다는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겼다. 배구팬들의 반응도 칭찬 일색이다. '졌잘싸(졌지말 잘 싸웠다)', "도쿄올림픽 종목 중 가장 재밌는 경기를 보여줬다" 등의 칭찬이 쏟아졌다. 도쿄올림픽을 통해 다시 한 번 진가를 보여준 김연경은 세르비아전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 그 강인한 김연경조차 메달 실패에 대한 아쉬움 등에 만감이 교차한 듯 눈물을 보이며 경기장을 떠났다. 양효진, 김희진, 박정아 등 주축 선수들도 도쿄올림픽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거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