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결산①]'고맙습니다' 17일간 시름 잊게한 태극전사들
버거워진 5회 연속 톱10…1984년 이후 37년만의 최저 성적양궁 금메달 4개로 순위 경쟁 주도메달 없어도 투지 보인 선수들, 국민들은 격려·환호
1년 연기, 해외 관광객 입국금지, 무관중 경기.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도쿄올림픽이 8일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폐막한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지구촌이 하나되는 화합의 올림픽을 지향했으나 숱한 문제점을 노출한 채 가까스로 대회를 마무리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비록 축제분위기가 덜하긴 했지만 국민들은 태극마크를 단 우리 선수들의 땀의 결실에 같이 기뻐할 수 있었고,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투혼과 열정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더 큰 감동을 느꼈다. 뉴시스는 이번 도쿄올림픽의 감동 순간을 되돌아봄과 동시에 명과 암을 분석하는 결산 시리즈를 3일간에 걸쳐 15회로 나눠 정리한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4년에 1년이 더해진 긴 기다림 끝에 '꿈의 무대'를 밟은 태극전사들이 17일 간 흘린 땀과 눈물은 코로나19와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우여곡절 끝에 막을 올린 2020 도쿄올림픽이 8일 오후 8시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폐회식을 갖고 17일 간의 열전에 마침표를 찍는다. 29종목 354명(선수 232명·임원 122명)으로 구성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14위(8일 오전 9시 기준)를 달리고 있다.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 결과에 따라 메달수는 늘어날 수 있다. 금메달 6개로 대회를 마친다면 한국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6개) 이후 37년 만에 가장 적은 기록을 내게 된다. 여자배구 동메달이 더해지더라도 목표로 했던 5회 연속 종합 10위 진입은 불가능하다. 양궁, 펜싱, 체조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점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성적을 떠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만큼은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양궁은 한국 선수단 전체의 절반이 넘는 금메달 4개를 획득하며 '효자 종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막내들의 기를 받아 선배들은 남녀 단체전을 제패하며 한국 양궁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세계에 널리 떨쳤다. 안산은 개인전까지 석권하면서 한국 하계올림픽 사상 최초 단일대회 3관왕의 주인공이 됐고, 김제덕은 한국 올림픽 최연소 남자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겼다. 양궁은 올림픽 금메달 수를 27개로 늘리며 쇼트트랙(24개)을 제치고 동·하계 올림픽 합산 최다 금메달 종목으로 우뚝 섰다. 펜싱은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찔렀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단체전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김정환(38), 구본길(32·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오상욱(25·성남시청), 김준호(27·화성시청)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유럽의 강호' 독일과 이탈리아를 연거푸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년 넘게 대표 선수로 활약한 김정환은 이번 대회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라는 화려한 성적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퇴장했다.
체조에서는 신재환(23·제천시청)과 여서정이 스타로 등극했다. 신재환은 남자 도마 결선에서 8명 중 1위를 차지하며 2012년 런던대회 양학선에 이어 9년 만의 한국 체조에 두 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여서정은 여자 도마 동메달로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여홍철(은메달)과 함께 한국 최초의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태권도에서는 은메달 1개(이다빈), 동메달 2개(장준·인교돈)로 종주국의 자존심을 유지했다. 태권도는 21개국이 32개의 메달을 나눠 가지면서 빠르게 진행 중인 평준화를 실감케 했다. 개최국이자 종주국 일본이 9개의 금메달을 쓸어간 유도에서는 은메달 1개(조구함), 동메달 2개(안창림·안바울)로 비교적 선전했고, 사격에서는 김민정(24·KB국민은행)이 여자 25m 권총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배드민턴 김소영(29·인천국제공항)-공희영(25·전북은행) 조는 동메달로 한국 배드민턴의 체면을 세웠고, 근대5종에서는 전웅태(26·광주시청)가 동메달의 감격을 누렸다. 2000년대 이후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한국 근대5종은 올림픽 출전 57년 만에 첫 시상대 진입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새 한국기록인 2m35로 당당히 4위에 랭크됐다. 육상 불모지로 통하던 한국에서 높이뛰기 선수가 메달 경쟁을 벌이는 모습에 주말 저녁 TV 앞에 모인 국민들은 크게 환호했다. 특히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레이스를 즐기고, 메달 획득이 불발된 뒤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우상혁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이 밖에 다이빙 우하람(23·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 클라이밍 서채현(18노스페이스) 등 'MZ세대' 선수들은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기죽지 않고 맘껏 기량을 과시하며 3년 뒤를 기대하게 했다.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문화도 과거 대회들에 비해 한층 성숙해졌다는 분석이다. 일부 인기 프로 종목을 제외하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고 비난하는 분위기는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