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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연속 월드컵본선①]벤투의 4년 뚝심축구…경질설 딛고 본선까지

등록 2022-03-30 01:00:00   최종수정 2022-04-04 1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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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표팀 사령탑 단일 재임기간 최다승…승률 70% '역대 2위'

4년 고집한 '빌드업 축구'…본선 강팀 상대로도 통할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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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파울루 벤투(54)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4년의 '뚝심 축구'로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29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UAE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0차전 원정 경기에서 0-1로 졌다.

최종예선 9경기 무패를 달리던 벤투호의 첫 패배다.

지난달 초 시리아와 최종예선 8차전 승리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대업을 이뤄낸 한국은 지난 24일 최종예선 9차전 홈 경기에서 11년 만에 이란을 격침하며 선두에 올라섰으나, UAE와 최종 10차전 패배로 전 경기 무패를 놓치면서 최종 2위(승점 23·7승2무1패)가 됐다.

벤투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뒤인 2018년 8월22일 한국 지휘봉을 잡았다.

벤투호의 출발은 좋았다. 2018년 9월7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2-0 승)을 시작으로 이듬해 1월25일 카타르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패하기 전까지 11경기 무패(7승4무)를 달렸다.

2019년 3월26일에는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안방에서 2-1로 꺾기도 했다.

하지만 벤투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렸다. 상대가 누구든지 후방부터 볼을 점유하고 공격을 전개하는 이른바 '빌드업 축구'를 고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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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벤투호 축구대표팀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벤투식 축구는 이후 2년 가까이 완성도를 높이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회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도 약팀을 상대로 빌드업 축구를 고집했고,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로 비난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6월 안방에서 잔여 경기를 치러 H조 1위로 최종예선에 올랐으나, 벤투 축구를 향한 의구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베스트11에 큰 변화 없는 보수적인 선수단 운영과 유연하지 못한 전술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6월 부임 1015일째를 맞아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을 넘어 한국 축구 역대 최장수 감독에 등극했을 때도 코로나19 때문이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위기는 지난해 3월 한일전 0-3 참패로 더욱 고조됐다. 손흥민(토트넘)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 치른 일본 원정이었지만, 경기력이 워낙 안 좋았다.

이어 9월 홈에서 치른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첫 두 판에서 이라크와 0-0으로 비기고, 레바논에 1-0 진땀승을 거두자 벤투 감독을 조기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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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벤투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하지만 벤투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계속 걸었다.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물음표가 붙었던 빌드업 축구가 서서히 느낌표로 바뀌었다.

'원정팀의 지옥'으로 불리는 이란과의 최종예선 4차전에서 1-1로 비긴 뒤 UAE와 5차전 홈 경기에서 1-0 승리라는 결과뿐 아니라 압도적인 경기력까지 선보였다. 또 시리아와 6차전 3-0 대승으로 벤투 감독을 향한 경질론은 두 달 만에 사라졌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 비판받았던 선수단 운영도 서로를 잘 아는 선수들의 패스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빌드업 축구가 위력을 발휘했다.

올해 1월 터키 전지훈련에선 인재 풀 확장이란 소득도 얻었다.

중동 원정 2연전을 앞두고 해외파 없이 치른 유럽 전훈에서 그동안 대표팀에서 활용도가 낮았던 백승호(전북), 김건희(수원), 김진규(전북) 등을 적극적으로 기용해 아이슬란드(5-1 승), 몰도바(4-0 승)를 상대로 대량 득점을 일궈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또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튼)이 빠진 채 치른 레바논(1-0 승), 시리아(2-0 승)와 최종예선 7~8차전까지 모두 잡아내며 벤투 축구를 향한 비판은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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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축구대표팀 손흥민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이란과의 최종예선 9차전 홈 경기는 벤투호의 최종예선 하이라이트였다.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 6만여 관중이 운집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난적 이란을 무려 11년 만에 꺾고 선두로 올라섰다.

물론 여전히 숙제는 남았다. UAE와 최종전서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가 상대의 밀집 수비와 역습에 고전하면서 플랜B와 C에 대한 대비책이 다시 한 번 절실해졌다.

벤투 감독의 신기록 행진도 아쉽게 무산됐다.

이란전 승리로 역대 대표팀 사령탑 단일 재임기간 최다승(28승)을 거둔 벤투호는 UAE전 패배로 월드컵 최종예선 승률이 70%에 머물렀다.

UAE를 이겼다면 1998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 때 차범근 전 감독이 보유한 75%(6승1무1패)를 넘어 역대 최다인 80% 승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UAE에 일격을 당하면서 역대 2위 승률에 만족해야 했다.

비록 유종의 미를 거두진 못했지만, 4년 뚝심으로 월드컵 예선을 완주한 벤투 감독의 시선 이제 카타르월드컵 본선으로 향한다.

내달 1일 예정된 본선 조 추첨에서 어떤 팀과 만나느냐가 관건이지만, 벤투 축구가 본선에서 만날 강팀을 상대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이는 남은 기간 풀어야할 숙제기도 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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