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일전서 침몰한 벤투호…동아시안컵 실패가 남긴 숙제
지난해 '요코하마 참사' 이어 '도요타 참사' 재현국내파 '옥석 가리기' 사실상 실패…유럽파 의존도만 재확인일본 상대로 '빌드업 축구' 고집…전술 유연성 부족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의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최종 3차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한국(2승1패 승점 6)은 일본(2승1무 승점 7)에 정상을 넘겨주며 4회 연속 우승이 무산됐다. 또 요코하마 참사로 불리는 지난해 3월 원정 친선경기에 이어 최근 2경기 연속 0-3 패배의 굴욕을 당했다. 비겨도 우승이 확정됐던 한국은 후반에만 무려 3골을 내주며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요코하마 참사 설욕은커녕 한일 축구의 현주소만 다시 확인한 경기가 됐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아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김민재(나폴리) 등 유럽파 주축 선수들이 합류하지 못했다. 대신 K리거들이 중심을 이뤄 국내파 '옥석 가리기'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핵심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곤 하지만, 선수에 따라 경기력 기복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도 유럽파가 없었지만, 일본 특유의 점유율과 속공을 활용한 빠른 공격 전개가 그대로 재현됐다. 중국과 2차전에서 0-0으로 비겼지만, 로테이션에 의한 영향이 컸다.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도 빌드업 축구를 고집했던 벤투 감독은 이번 한일전에서도 자신의 축구 철학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회 전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울산)이 위장염 증세로 낙마하고, 유럽 재진출을 위해 중국전만 마치고 돌아간 황인범의 빈자리에도 그는 후방에서부터 공격 작업을 만들어가는 빌드업 축구를 일본전에도 놓지 않았다. 상대가 홈이고, 객관적인 전력상 점유율에서 열세에 놓일 것이 뻔한 상황에도 유기적인 변화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앙 수비수 권경원(감바오사카)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한 변형 전술도 실패했다.
지난 요코하마 참사 때도 미드필더 이강인을 최전방에 세운 제로톱 전술을 썼다가 대실패한 적이 있다. 지도자가 자신의 축구 철학을 꾸준히 유지한 건 올바른 일이다. 그러나 동아시안컵은 평가전이 아닌 우승 타이틀이 걸린 대회였다. 월드컵이 최종 목표지만, 선수단 사기와 한일전에서의 열세 흐름을 뒤집기 위해선 우승컵이 꼭 필요했던 대회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일본을 상대로 빌드업 축구를 고집하다 또 고개를 숙였다. 동아시안컵 4연패 실패 과정에서 가릴만한 옥이 없었던 것도 아쉽다. 강성진(서울), 고영준(포항), 이기혁(수원FC) 등 새 얼굴들이 승선했지만, 벤투호의 기존 체제를 무너트릴 만한 '깜짝 스타'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월드컵 최종엔트리가 유력한 조규성, 권창훈(이상 김천), 나상호(서울), 김진수, 김문환(이상 전북) 등도 유럽파가 없는 대표팀에선 장점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