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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사채도 써야할 판"…새해에도 꽉 막힌 대출

등록 2023-01-07 10:00:00   최종수정 2023-01-16 09: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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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구 찾은 시민들 "카드론도 막혔는데…살길 없나"

카드업계 "위기 관리 필요…한도 삭감 유지"

전문가 "취약계층을 위한 선별적 지원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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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3일 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 앞에서 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연 8%대 돌파를 눈앞에 뒀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이 7%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혼합)형 금리는 연 4.80~7.01%로 나타났다. 지난달 금리 상단이 8%에 육박했던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담대도 7% 초반으로 내려왔다. 이날 기준 변동형 금리는 연 5.24~7.65%로, 최고 연 7.71%까지 올랐던 지난달 11일보다 금리 상단이 0.06%포인트 내렸다. 2022.12.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한재혁 기자 = "일자리를 잃어서 생활비가 급한데 대출은 거의 다 막혔어요. 이러다 사채를 써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최진호(63·가명)씨는 깁스를 한 왼팔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서울 중구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한다는 그는 최근 자택 인근 내리막길에서 넘어져 팔에 골절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생계유지를 위해 다니던 건설현장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이후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 은행 창구를 찾았지만 그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카드론 한도마저 삭감돼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단이 사라졌다.

새해가 됐지만 여전히 꽉 막힌 대출 길이 풀리지 않아 서민들의 고충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엔 카드론 한도마저 삭감되자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현금서비스나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도 늘어나고 있다.

6일 서울 중구 일대 은행들에는 새해 첫 업무 주간임에도 5명 정도의 고객들만 발걸음한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들 대부분은 굳은 표정으로 순번을 기다리며 화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간혹 한숨을 연달아 쉬는 이도 있었다.

인근 상가 골목에서 붕어빵 노점상을 운영한다는 60대 길씨는 "겨울이 왔으니 손님이 많을 줄 알고 이번에 돈을 많이 모아서 새해에는 손자 용돈이라도 쥐어주려고 했다"며 "그런데 손님도 없어서 돈을 벌기는커녕 가스비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신세"라고 토로했다.

이날 은행을 방문한 70대 박씨도 "추가 대출은 어렵고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주택담보대출이라도 고정금리로 바꿔야할지 해결책을 찾으려 (은행을) 방문했다"며 "올해도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의 신규 신용대출이 크게 감소해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보릿고개'가 시작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상공인위원회 위원장인 최승재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5대 시중은행(우리·국민·신한·농협·하나은행)의 저신용자(NICE 신용평가 664점 이하) 대상 신규 (신용)대출 취급액은 총 1192억원으로, 전년 동기 1592억 대비 25.1% 감소했다. 계좌 수는 1만2931좌에서 9189좌로 28.9%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저신용자들이 보유한 신용대출 잔액 역시 23조3000억원에서 19조5000억원으로 16.1% 감소했고, 계좌 수 역시 178만좌에서 147만좌로 17.4%가 감소했다. 고금리 기조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인해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중저신용자 중금리 대출을 적극 확대하려는 목적에서 출범한 인터넷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신용자 대상 신규대출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3개 인터넷은행의 신규 대출잔액의 합계를 보면 지난해 8월 전년대비 27.9%가 하락했고, 9월에는 31.2%가, 10월에는 25.2%가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신규취급액이 117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10월에는 68억원으로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신규계좌수 또한 896좌에서 416좌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약차주들은 현금서비스나 리볼빙 등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된 서비스로 몰리는 추세다.

여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 등 전업카드사 7곳의 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은 47조7797억원으로 집계됐다.

7곳을 포함한 전체 카드사의 지난해 현금서비스 사용액도 60조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2019년(59조1240억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현금서비스 사용액은 2020년 54조840억원, 2021년 55조1380억원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졌다. 최근 연체율이 상승하자 제2금융권이나 카드사 등이 신규 대출 한도를 삭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까지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 등 전업카드사 7곳의 카드론 이용금액은 39조706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카드론 이용금액이 52조1000억원 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 줄어든 수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리스크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카드론 한도를 확대하려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지난해 수준에서 한도를 늘릴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저신용자 대상 신규 대출이 중단될 경우 당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점이다.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돼 저신용자들의 희망인 햇살론조차도 취급을 중단하는 저축은행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당장 생계유지를 위해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 취약계층은 결국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려, 다시 정책금융을 통해 구제를 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최승재 의원은 "추후 불법사금융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는만큼,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금서비스나 리볼빙 서비스는 수수료가 높다보니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도 있어 고위험 차주 비중이 더 늘어날 수 있어 우려된다"며 "실수요 대출인 카드론 특성을 감안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풀어주되 취약계층을 위한 선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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