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고금리 우려에...금융당국, 전세대출 지원 논의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전세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여전히 7%대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이 지난달 9일부터 신규코픽스(6개월변동) 기준금리 전세대출에 한해 금리를 최대 0.85%포인트 내렸고, KB국민은행도 지난달 27일부터 0.75%포인트 인하했다. 이어 NH농협은행이 이달부터 고정금리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1.10%포인트, 하나은행도 전세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최대 0.50%포인트 낮췄다. 이러한 은행권의 전세대출 금리 인하 움직임에 연 8%대까지 넘보던 전세대출 금리가 다소 내려가긴 했지만,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9일 기준 연 5.19~7.33%였던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현재 연 4.88~6.98%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31조9870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776억원 줄어 감소폭이 더 커졌다. 이는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배로 뛰자, 기존 대출을 상환하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차주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전국 전월세 거래량 20만5206건 중 월세 비중은 51.8%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8.7%포인트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전셋값까지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 계약이 만료된 이후에도 임차인에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과 '깡통전세' 피해가 속출할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9월까지 발생한 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6466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사고액(5790억원) 규모를 넘어선 상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주택금융연구원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의 추정(깡통전세 아파트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향후 2년간 주택매매가격지수가 10~20% 하락하면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 계약 중 12.5%는 깡통전세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한국은행도 전세가격이 단기간 내 급락할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부담 가중으로 임대인의 일부가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보증금이 40% 하락할 경우에는 집주인 10.9%가 금융자산 처분이나 대출을 통해 전세보증금 하락분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금융당국도 주거 안정을 위해 금융권 함께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전세자금과 관련된 어려움을 많이 호소를 하고 있는데, 전세자금 대출과 관련해 지원할 수 있는 상품을 금융업권과 같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금융 관련 원칙을 지키면서 전세대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높이거나, 은행권 고정금리 전세대출 상품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5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2년 고정금리 전세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러한 고정형 상품을 타 은행들로 확대하겠단 구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안심전환대출 같은 고정형 정책상품이 있는데 전세대출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은 없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며 "이에 당국에서도 세입자 보호 등을 위해 보증 비율을 올려 금리를 떨어뜨리거나, 금리 변동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아예 고정금리 상품을 확대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