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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1년]④푸틴의 '에너지 무기화'…유럽, 脫러시아 사활

등록 2023-02-20 06:00:00   최종수정 2023-02-20 15: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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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무기화' 나선 푸틴…효과는 글쎄

유럽, 러 에너지 줄이기 사활…올해 진짜 위기?

최대 에너지 고객 유럽 잃은 러시아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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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민(독일)=AP/뉴시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지난해 2월15일 독일 북부 루브민의 '노르트 스트림 2'의 가스관 모습. 2022.9.2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러시아의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응해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가격이 출렁이고 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에 유럽 각국은 에너지 수입처를 다변화하며 응수했고 올겨울은 온난한 날씨로 최악의 상황은 피한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의 원유 감산 결정으로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무기화' 나선 푸틴…효과는 글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1년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 맞서 에너지 무기화에 나섰다. 러시아는 최대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서방은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로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제재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는 유럽과 자국을 오가는 가스관을 일방적으로 걸어잠그는 등 위협을 가했고 천연가스 가격은 고공행진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 기준 천연가스 수입의 38%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또한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에너지 수출이 감소한 대신 중국,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려 국제 사회 제재망을 피했다.

다만 추운 겨울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에너지 무기화에 나섰던 러시아의 계획은 예상을 벗어났다. EU가 선제적으로 천연가스 비축량을 늘리며 준비한 데다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따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러시아는 천연가스 무기화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원유를 새로운 카드로 꺼내들었다. 러시아는 서방의 유가 상한제가 개시된 지 두달 만인 지난 10일 다음달부터 산유량을 5% 줄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50만배럴이 줄어들게 된다.

지난 1년 동안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는 국제 에너지 가격을 출렁이게 했다. 국제 유가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 한때 140달러선에 육박했고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내렸다가 러시아의 원유 감산 소식에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러 의존도' 벗어나려 사활…올해가 진짜 위기?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단절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며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EU 전역에는 수십곳의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이 건설될 예정이다. 이는 유럽이 카타르, 미국 등 나라로부터 더 많은 가스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또 탈원전에 앞장섰던 독일이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등 기존 원전 수명을 연장하거나 원전 폐기 선언을 뒤집는 곳도 속속 생겨났다.

아울러 에너지 위기에 처한 유럽 각국은 경제적 타격을 억제하고자 수천억달러를 쏟아붓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발 에너지 가격 급등에 자국 국민들의 생활비 위기가 커지면서다. 유럽연합(EU) 27개국에 영국 등 유럽 29개국 정부가 에너지 비용 및 생계비 위기에 놓인 가계와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지출한 특별예산은 지난달 말 기준 7920억 유로(약 1088조원)에 달했다. 난방과 전기 생산에 사용되는 천연가스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하면서다.

그러나 유럽이 직면한 에너지 위기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은 올해 연간 소비량의 7% 규모에 해당하는 27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 날씨가 지난해와 달리 추워질 수 있고 코로나 봉쇄를 푼 중국 경제가 다시 속도를 내면서 천연가스 시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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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AP/뉴시스]3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있는 리히터펠트 가스 화력발전소의 냉각탑에서 증기가  나오고 있다. 2022.03.31.

◆최대 에너지 고객 잃은 러시아의 미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서방과의 에너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외신들은 핵심 돈줄인 에너지의 최대 고객인 유럽을 잃으면서 러시아가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IEA도 러시아의 고객으로 아시아가 부상하고 있지만 유럽 시장만큼 거대한 시장을 찾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유럽은 러시아에 매우 중요한 고객이었다"며 중국과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가 유럽으로의 수출 감소를 상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유럽을 대체하기 위해 가스와 석유 고객을 쉽게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러시아는 석유, 가스 수출 모두에서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며 다음 수분기, 수년을 보면 러시아는 에너지 전쟁에서 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IE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여파가 세계의 청정에너지 시대 전환을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지속 줄이고 있는 가운데 이미 러시아는 전쟁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에너지 수출이 줄며 재정적 위기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5일부터 EU와 주요 7개국(G7)이 시행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조치로 러시아의 석유, 가스로 인한 수입은 지난달 1년 전보다 46% 급감했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의 야니스 클루게 경제학자는 러시아의 예산 적자가 에너지 수출 감소와 러시아의 급격한 세금 감소로 인해 올해 GDP의 5%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적자는 불어나고 있지만 크렘린궁은 수년 동안 전쟁에 계속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올해 도로 건설, 교육 등에 대한 지출을 삭감하고 있다. 클루게는 "내년에는 차이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러시아의 경제적 위기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 억만장자가 "모두가 (전쟁이) 실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도 탈출구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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