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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1년]①기약 없는 소모전만…'봄 대공습' 앞 다시 전운 고조

등록 2023-02-17 06:00:00   최종수정 2023-02-21 22: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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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예상했던 전쟁, 1년 넘어 장기화

러군 위상 추락…得보다는 失이 많아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추진 '역효과'

우크라 4개 지역 강제합병…갈등 불씨만

핵 전쟁·3차대전 몇 차례 위기 넘겨

전 세계도 에너지난·식량난 고통 가중

민간인 7100명 사망…수천만명 난민 신세

무기 재고 털이·신무기 시험장이었을 수도

러, 다시 공세 강화…봄 대공습 전망 나와

우크라도 봄 즈음 대반격 가능성…모멘텀 필요

외교적 협상 통한 종전 가능성 현재로선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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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24일 1주년을 맞는다. 러시아 정부는 당초 1주일 이내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분쟁은 해를 넘겼고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전은 서방과 중국·러시아가 대립하는 신(新) 냉전 구도를 고착화시켰고 국제 에너지, 곡물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전쟁은 세계적인 군비 경쟁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이 전쟁으로 인한 피해상황과 함께 국제 정세와 전 세계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짚어보고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24일로 1년을 맞는다. 러시아가 압도적인 우세로 사흘 만에 함락할 것이란 당초 전망은 한참 빗나갔고, 한 때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 중 하나로 평가 받던 러시아군은 1년 가까이 늘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많은 약점을 드러냈다.

◆기약 없는 소모전만…세계 최강 러시아군의 추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해방을 명분으로 침공을 감행했다. 그러나 장기화하고 있는 전쟁으로 사실상 얻은 것보단 잃은 것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적으론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했고, 러시아의 기대와 달리 서방은 더욱 단단해졌다. 되레 오랫동안 군사적 중립을 유지해 온 스웨덴,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부추겼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당장 테이블 위에 오르지 않겠지만, 유럽연합(EU) 가입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만큼 러시아로선 역효과만 난 셈이다.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는 덤이다.

푸틴 대통령의 지난해 9월 말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 강제 합병도 갈등의 불씨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국제사회의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지난 2014년 강제 병합 이래 사실상 통치해 온 크름반도와 같은 지정학적 불안만 키웠다.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는 에너지난, 식량난으로 고통 받았다. 여파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핵 위협과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뻔했던 위기도 몇 차례 넘겼다. 그럼에도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현재로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점에서 위험은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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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AP/뉴시스] 전쟁 초기 최대 격전지이자 우크라이나 아조우연대의 최후의 항전지였던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파괴된 모습.

우크라이나의 아름다웠던 많은 도시들은 폐허로 변했다. 어쩌면 러시아와 서방 무기의 '재고 털이' 현장이었을지도, 또 어쩌면 신무기를 시험하는 훈련장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천만 명이 고국을 떠났다. 전쟁이 휩쓸고 간 지역은 잔혹하게 고문 받은 민간인들의 시신이 즐비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2월 현재 우크라이나 민간인 71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이웃 폴란드로 국경을 넘은 900만 명을 포함해 수천만 명이 러시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의 난민이 됐다.

이번 전쟁에 사용된 많은 포탄과 미사일은 무의미하고 잔인했던 전쟁의 피해를 가늠케 한다. 지난 14~15일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나토의 비축 무기 고갈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논의됐을 정도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에서 소비하고 있는 탄약의 양은 나토국 생산 능력의 몇 배를 초과한다"며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을 "소모전"으로 일컫기도 했다.

사실상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이 러시아군 공격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돕는데 많은 돈과 무기를 쓴 것은 사실이지만, 그 피해는 무고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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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차=AP/뉴시스] 지난해 4월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 학살 의혹이 제기된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부차 마을에서 숨진 민간인의 손이 결박돼 있다.

◆'봄 대공습' 전운 고조…러, 다시 공세 강화 vs 우크라, 무기 확보하며 전열 재정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은 지금으로선 요원해 보인다. 양쪽 모두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기어이 힘으로 결판 지을 태세다. 특히 양쪽의 분주한 움직임은 봄 즈음으로 예상되는 대격전을 향해 가고 있다.

서방은 러시아가 봄 대공습을 단행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 러시아는 전쟁 초기 도네츠크주 마리우폴 등을 힘겹게 장악한 뒤 몇 달 간 숨을 고르는 듯 했다. 그 사이 30만 명 규모의 부분 동원령을 내렸고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은 사면을 조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까지 전쟁터로 내몰았다. 서방은 러시아가 부족한 무기를 이란과 북한에서 공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겨울을 앞둔 지난해 10월부터 에너지 시설을 집중 겨냥한 대공세를 펼친 뒤 오히려 한 동안 우크라이나군에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이달 들어 다시 공세를 강화하면서 동부 바흐무트 인근 지역 등을 조금씩 장악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앞서 "푸틴 대통령이 평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 반대"라고 진단했다. 그는 봄 공세 시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엔 "현실은 우리가 이미 시작된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늦지 않게 더 많은 무기가 도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 주재 후 기자회견에서 그 즈음 우크라이나가 오히려 대반격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모멘텀을 만들고 싶어 한다"면서 "봄 언젠가 (러시아를 상대로) 공격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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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랴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0일(현지시간) 러시아 랴잔 지역 서부군관구를 방문하고 최근 징집된 동원병들의 훈련 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한층 강력한 무기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특히 서방이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주저했던 공격용 전차(탱크)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M1 에이브럼스 탱크 31대 1개 대대 규모,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 14대 1개 중대 규모 지원을 전격 발표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챌린저 2 전차 14대를 기증하겠다고 나선 데 이은 것이었다. 이후 폴란드(14대)와 캐나다(4대), 노르웨이(8대) 등이 잇달아 레오파르트2를 보내겠다고 했고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도 지원을 약속했다.

지원국들은 현재 탱크 운용을 위해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키고 있으며, 독일 탱크가 3월 말께 가장 먼저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전투기가 인도되는 데까지는 최소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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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무트=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개전 후 첫 해외(미국) 방문에 앞서 지난해 12월20일(현지시간) 최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방문해 군인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서방은 전투기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기자의 질문에 "노(NO)"라고 잘라 말했고, 숄츠 총리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좀 더 진전된 '조건부 찬성' 입장을 보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우크라이나의 공식 요청이 있어야 하고 방어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논의 중인 의제"라고 인정하면서도 "현재 가장 시급한 사안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개전 1년을 앞두고 가장 최근 개최한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전투기 지원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8~9일, 개전 이래 첫 유럽 순방에서 F-16 전투기 지원을 요청하는 등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탱크의 경우에도 서방이 처음엔 반대했지만 결국 내줬듯 전투기도 지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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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9월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화상으로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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