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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초이' 황기환 지사 유해, 100년만에 대전 현충원 안치…"감개무량"[르포]

등록 2023-04-10 16:29:02   최종수정 2023-04-17 09: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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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대전현충원에서 유해 영접행사 진행

해외 이주 109년, 순국 100년만에 독립된 한국땅 밟아

건국훈장 애국장 및 대한민국 가족관계등록부 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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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공항사진기자단 = 국방부 의장대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주기장에서 열린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 영접행사에서 봉송하고 있다. 2023.04.10. [email protected]
[인천공항·대전현충원=뉴시스] 하종민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 광활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착륙장에 대한항공 KE086 편이 홀로 서 있었다. 다른 비행기들이 분주하게 뜨고 내리는 반면,  '유진 초이' 황기환 지사의 유해를 봉환해 온 KE086 편은 그가 한국을 떠난 1904년에 홀로 멈춰있는 듯 했다.

황 지사의 유해를 실은 KE086편은 미국 뉴욕에서 추모식 등의 일정을 마치고 현지시간으로 9일 오전 0시50분에 출발했다. 인천공항 도착 시간은 10일 오전 5시15분으로, 영접행사 시작까지 3시간 이상 남은 상황이었다. 이런 탓에 황 지사의 유해는 한국땅을 밟지 못한 채 기내에 머물러야 했다.

황 지사가 살아있었다면 한시라도 빨리 대한민국 땅을 밟고 싶었던 탓에 속이 타들어 갔을 것이다. 반면 '100년도 기다렸는데 3시간이 대수냐'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속절없이 3시간이 흐르고, 황 지사 유해 영접행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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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공항사진기자단 = 국방부 의장대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주기장에서 열린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를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3.04.10. [email protected]
오전 9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등 주요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황 지사의 유해 영접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국기에 대한 경례가 진행됐다. 이윽고 9시1분, 황 지사의 유해가 리프트를 통해 하기(下機)되며 한국땅에 첫 발을 내딛는 감격스러운 장면이 펼쳐졌다.

그가 1904년 미국 하와이로 건너간 지 119년 만이자, 1923년 미국 뉴욕에서 서거한 지 100년 만에 독립된 대한민국 땅을 밟게 된 것이다.

유해 하기에 맞춰 각 군으로 구성된 국방부 의장대는 20명씩 양쪽으로 도열했다. 분향 제단이 마련된 바로 앞에는 대한민국의 태극기와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입법부)의 기가 나부꼈다. 임시정부에서 외교관으로 활약했던 황 지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의장병들은 절제된 행동으로 하기한 황 지사의 유해를 제단으로 안치했다. 정부를 대표해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독립유공자 후손을 대표해 이종찬 우당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이 각각 분향했다. 박 처장은 분향 후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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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공항사진기자단 =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주기장에서 열린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 영접행사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3.04.10. [email protected]
세찬 바람이 부는 비행장에서 바람을 가릴 수 있는 구조물도 하나 없었지만, 누구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미동조차 없었다. 한국땅을 밟기까지 100년을 기다려온 황 지사의 기다림에 비하면 비행장의 바람은 한낱 미풍에 불과했다.

분향 후에는 황 지사에게 추서된 건국훈장 애국장이 헌정됐다. 건국훈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가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황 지사에게는 지난 1995년 추서된 바 있다.

이어 황 지사의 유해를 대전현충원으로 봉송하기 위해 운구차량으로 다시 운구가 이뤄졌다. 박민식 처장, 이종찬 이사장, 윤주경 의원 등 참석자들도 운구 대열을 따라 이동했다. 이들은 운구차량이 경찰차량의 선도를 받아 현충원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흐트러짐 없이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100년을 기다린 황 지사의 첫 대한민국 귀환 행사는 10분 만에 끝이나고, 대전 현충원으로의 운구가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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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공항사진기자단 =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역의 실존인물인 황기환 애국지사의 유해 영접식이 10일 인천공항 계류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2023.04.10. [email protected]
대전 현충원으로 운구된 황 지사의 유해는 성대한 봉환식 행사를 맞이했다.

박 처장과 더불어 각계 대표, 광복회원, 학생, 정부 초청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해 봉환식이 진행됐다. 특히 황 지사의 묘를 발견하고, 한국으로 봉환하기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은 장철우 전 뉴욕한인교회 담임목사와 노채원 뉴욕시 협력관도 봉환식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 전 만난 장 전 목사는 "뉴욕 한인교회에 2005년에 부임했다. 거기 주소록을 보니 70~80년 전에 온 교인들이 많이 돌아간 상태였다. 그래서 이분들의 무덤을 찾다가 '대한인 황기환'이라고 쓰인 묘지를 찾게 됐다. 영어로 쓰인 수천 개의 묘지 중 한국말로 쓰인 묘지를 발견하는 순간 너무 감격했다"고 황 지사 묘지 발견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오늘 이 분을 모시고 조국 땅을 밟게 돼 가슴이 벅차다. 첫 영접행사 당시 바람이 무척 불었다. 하지만 저는 너무 감격스러워서 가슴이 뜨거웠다. 오늘 이렇게 훌륭한 애국선열들의 얼이 잠든 곳에 모시게 돼 고인께서 얼마나 기뻐하실지 감격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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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현충원=뉴시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10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순국 100년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봉환식에 참석하여 헌화 및 분향을 하고 있다. (사진=보훈처) 2023.04.1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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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봉환식 행사에서는 황 지사의 공적 소개 영상이 먼저 상영됐다. 이윽고 국방부 의장대가 황 지사의 유해를 봉환식장으로 운구해 제단에 안치했고, 박 처장과 각계 대표, 정부 초청인사 및 학생 대표들이 함께 분향을 했다.

특히 그동안 후손이 없어 무적(無籍)으로 남아있던 황 지사의 가족관계등록 창설이 최근 완료됨에 따라, 이날 박 처장이 직접 가족관계등록부를 헌정했다.

황 지사는 일제강점기 조선민사령 제정(1912년) 이전 독립운동을 위해 국외로 이주해 대한민국의 공적서류상 적(籍)을 한번도 갖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보훈처는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위치한 서대문구를 주소지로 하는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어 헌정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관으로 타국에서 독립운동을 적극 펼친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가족관계등록부 헌정 이후에는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삽입곡 중 조국 광복에 대한 그리움과 소망의 의미를 담은 '좋은날'을 노래했다. 공연 후에는 모든 참석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국방부 의장대가 황 지사의 유해를 독립유공자 제7묘역으로 봉송했고, 대전현충원장 주관 하에 안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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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현충원=뉴시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10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순국 100년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봉환식에 참석하여 봉환사를 하고 있다. (사진=보훈처) 2023.04.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박 처장은 황 지사 봉환에 대한 기쁨보다 송구하고 면구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만시지탄이지만, 100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모실 수 있게 돼 정말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법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 국내법상 황 지사의 유족이 없다는 점을 우리가 입증해야 했다. 그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서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2번이나 미국 뉴욕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고 그간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로 황 지사 순국 100년은 넘기지 말자고 강조했다. 100년이 넘어가면 대한민국 국격에 맞지 않다라는 각오로 반드시 봉환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 결과 올해 초 미국 측과 아주 큰 틀의 합의를 이뤄 황 지사를 모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귀환하지 못한 애국지사와 독립투사들의 봉환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정부는 앞으로도 안중근 의사, 문양목 지사, 윤동주 지사 등을 비롯한 이역만리에 홀로 외로이 잠드신 영웅들의 유해를 마지막 한 분까지 독립된 조국으로 모셔오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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