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등 쟁점법안 줄줄이…‘野 단독처리→尹 거부권' 반복 조짐
간호법, 尹 재의요구 행사로 사실상 폐기 수순野, 방송법 강행 처리·노란봉투법 직회부 예고여야, 내년 총선 앞두고 힘겨루기 이어갈 듯
내년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힘겨루기하면서 앞선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 처럼 '야당 단독 처리 → 대통령 거부권 행사' 행태가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라고 비판하며 이를 견제하기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야당은 민생 관련 주요 입법 처리가 윤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가로 막히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독단을 심판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한 뒤 곧바로 재가했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다. 지난 2월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야당의 주도로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된 간호법은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 있는 간호사 규정을 분리해 간호사 자격·처우 개선 등을 명시했다. 간호사 단체는 법안 공포를 강력 요구하는 반면,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은 간호사 단독 개원과 의사 진료 범위 침범,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등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며 반대해 왔다. 정부여당은 간호사 처우 개선과 의료체계 개선에 동의하면서도 간호법이 여야 합의 없이 처리된 데다 다른 의료 직역 간 차별 조장, 의료계 갈등에 따른 국민 건강과 안전 위협 등의 이유를 들며 재의요구권 건의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국회에 다시 넘어온 간호법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재의결 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여당인 국민의힘 전체(115석)가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3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총 290표 중 찬성 177표, 반대 112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우선 지난 3월21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이른바 '방송 3법 개정안'이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방송법 등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국회, 학회, 시청자위원회, 언론단체의 추천을 받는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을 골자로 한다. 여당은 친야(親野) 성향 학회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이사직을 독점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극구 반대하고 있다. 현재 방송 3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야당은 이와 상관없이 본회의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또 사용자와 노동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 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이달 내로 본회의에 직회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21일 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가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0일 이상 계류되면서 지난달 22일 본회의 직회부 요건이 충족됐다. 법사위에서 '이유 없이' 계류됐는지를 두고 여야가 격돌할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이 수적 우위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야당이 전날 교육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도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 교육위 위원들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받은 이가 취업 전까지 소득이 없는 경우 이자를 면제하는 제도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표결하지 않고 퇴장했다.
야당은 합의 없이 거대의석을 이용해 밀어붙이는 '입법폭주'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특히 전·현직 당대표의 '더블 사법 리스크'와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더해 김남국 의원이 촉발한 '코인 의혹'을 덮기 위한 정략으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반면 여당은 윤 대통령 재의요구권에만 기대면서 무력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당이 정부를 견제하지 못하고 끌려 다닌다는 비판 여론도 부담이고 야당과 타협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도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