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쓰는 학생, 제지 가능할까…'생활지도 고시' 허점들
교육부,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 공개교권침해 제지 근거는 마련됐으나 보완 필요교육부, 해설서 마련…"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세종=뉴시스]김정현 김경록 기자 =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은 문제행동 학생에게 매 맞고 악성 민원을 겪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호소해 온 교사들에게 보호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분명치 않은 허점도 있어 보다 명확한 기준이 요구된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전날 공개한 고시안에는 교사가 학생을 생활지도 할 수 있는 방식을 ▲조언 ▲상담 ▲주의 ▲훈육 ▲훈계 ▲보상 등 단계별로 꽤나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직단체들은 교원의 생활지도권이 법적으로 명시된 개정 초중등교육법이 입법되던 지난해부터 교사가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할 수 있는 생활지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교사의 생활지도권 법제화가 급물살을 탄 것도 지난해 8월 한 학생이 수업 중인 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모습의 영상이 확산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교사들은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 등을 두려워 해 생활지도를 주저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직단체들이 고시안을 두고 학생을 분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을 꼽으며 일제히 환영을 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학생이 폭력을 쓰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생활지도 고시가 작동할지 여부는 이견이 있다. 고시안의 가장 강경한 조치는 '훈육'과 '훈계'다. '훈육'은 조언, 주의 등으로 학생의 행동 중재가 어려운 경우 ▲지시 ▲제지 ▲다른 공간 등으로 분리 ▲물품 분리보관을 할 수 있다. '훈계'는 훈육에도 불구하고 반성이 없을 때 시킬 수 있는 반성문 쓰기나 훼손된 시설, 물품에 대한 원상복구로 규정됐다.
고시안에는 '훈육'의 한 방법으로 물리적 제지를 제시하고 있다.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 한정해 쓸 수 있도록 요건을 명시했다. 교육부는 교사가 학생을 잡는 식으로 제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난동을 부리는 학생을 물리적으로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6월 정서행동장애 판정을 받은 6학년 남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 담임 교사의 사례가 전해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상위 법령과 충돌 소지도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40조의 3은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체벌금지 조항이다. 교육부는 고시가 시행돼도 체벌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신체에 고통을 가하지 않고 제지를 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교육법 전문가인 이덕난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연구관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며 "교사가 학생과 맞대응한다며 다툼을 하면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초등교사 출신인 임이랑 법률사무소 률 변호사 역시 "단순히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다면 논란이 종식되기는 어렵고 또다시 법률 분쟁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보다 구체적인 예시, 예를 들면 학생을 끌어안거나 손목을 잡는 등 구체적인 안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학생 분리권'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고시안은 교육활동을 방해해 학습권 보호를 위해 문제 행동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 분리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장소와 시간, 분리된 학생의 학습권 보장 방식을 어떻게 정할지는 학칙에 맡겼다. 분리 공간을 마련하고 상담을 하려면 결국 인력과 공간, 이를 위한 예산이 필요한데, 교육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전담 인력 충원을 당장 추진하지 않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만 밝혔다.
박성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건학 이념이 특수한 사립학교의 경우 아직도 과도하게 학생 인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며 "지방에서는 사립이 유독 복장 규정이 까다롭고 학생인권조례도 따르지 않는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학부모를 모셔오라 했더니 학교에 불을 지른 학생이나, 흉기를 교장에게 던져 특수상해로 입건된 학생도 있었다"며 "학교가 이런 일을 제어할 기준이 마련됐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학칙에 따라서 학교에 따라 교사의 생활지도 방식과 범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논란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당국이 보다 구체적인 원칙과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 반응이다. 교육부는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열흘 간 고시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 달 1일부터 고시를 공포, 시행할 계획이다. 유의 사항과 참고 예시 등을 담은 해설서도 제작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