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혐의 수사받던 이선균 사망…'피의사실 공표' 논란
와룡공원 인근 차량 내부서 숨진 채 발견차에서 번개탄 발견…극단적 선택 가능성이선균 "마약인 줄 몰랐다" 혐의 부인해와전문가들 "구체적 수사상황 보도에 압박감""피의자이자 피해자인 특수성 고려했어야""모두에게 비극…수사 관행 개선 필요하다"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4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가 유서 형태의 메모를 남기고 차량에서 번개탄이 발견돼 극단적 선택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데, 수사 과정에서의 과도한 피의사실 공표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이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 10월부터 수사해왔다. 그동안 이씨는 간이 시약 검사를 비롯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모발)·2차(겨드랑이털)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지난 23일엔 경찰에 3차 출석해 19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밤샘 조사를 받았고, 26일엔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제출했다. 마약 투약 혐의 관련 증거가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뿐이라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이씨는 지난 10월부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며 경찰 조사에서 "마약인 줄 몰랐다. 유흥업소 실장에게 협박당해 3억5000만원을 뜯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소환 조사를 받을 때마다 그가 언제, 어떻게, 누구와 마약 투약을 했는지에 관한 구체적 보도가 이어졌다. 유튜브를 중심으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담은 영상들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그러던 중 전날(27일) 오전 10시12분께 이씨의 매니저로부터 '이씨가 유서를 작성하고 집을 나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은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성북구 성북동의 한 주차장에서 이씨의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발견했고, 차량 안의 이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고 현장에서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사망을 확인한 경찰은 시신을 인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씨의 사망과 관련,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수사 상황과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실시간으로 보도되자 이씨가 심적 부담감과 절망감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봤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이씨의 경우 세 번이나 조사를 받았는데도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너무 일찍부터 수사 내용이 언론과 유튜브 등을 통해 알려졌다. 너무 많은 관심과 억측이 오갈 수 있으니 (비밀 유지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피의자인 동시에 공갈 협박의 피해자였음에도 그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수사가 진행됐다"며 "언론에 피의사실이 공표되고, 유튜버들이 불확실한 정보를 퍼 나르며 사건의 본질이 흐려졌고 (이씨와 경찰) 양측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변호사는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텐데, 또 다른 불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피의사실 공표 등 수사 관행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3차 조사 이후 경찰이 유흥업소 실장으로부터 '이씨가 빨대를 이용해 케타민 가루를 코로 흡입하는 걸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단 보도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수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표되며 압박감과 절망감을 느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다만 사건을 담당한 인천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이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3번의 소환조사를 거쳤고, 그때마다 변호인들이 동행했다"며 "최근 19시간에 걸친 조사 당시에도 이씨로부터 심야 조사 동의를 받았다. 강압수사를 진행한 적이 없고,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수사를 이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씨의 사망으로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한편 이씨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상주는 배우자 전혜진이며 발인은 29일 자정으로 예정됐다. 이씨의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및 이를 토대로 한 악의적인 보도는 자제해주길 정중히 부탁드린다"며 "장례는 유가족과 동료들이 참석,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