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기업에 독 될까…"주주 비례적 보호수단"[소액주주 우대 논란③]
"주주 권리 법제화 필요"…OECD 주요국, 충실의무 인정배임죄 소송 남발·중장기적 기업가치 저하 우려도야당도 21대 국회서 유사 법안 발의…입법 무리 없을 듯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상법을 개정하겠다는 정부의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상법에서는 법 해석상 회사와 주주를 구분해 왔는데, 이번 개정을 통해 주주의 이익까지 비례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번 논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달라"고 운을 띄우면서 시작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소액주주에 대한 법적 보호수단으로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상법 제382조3 '이사의 충실의무'에 회사뿐 아니라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하는 것이다. 해당 조항의 개정을 두고서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나뉜다. 재계는 상법을 개정하면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기업 밸류업 강화를 위해서는 주주 권리 보호를 법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그간 쪼개기 상장 등으로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기업의 의사결정이 빈번하게 일어났지만 정작 법적 보호수단이 없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돼 왔다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법령이나 판례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인정해 왔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우리나라와 법 조항은 유사하나 해석에 차이를 두어 회사가 주주에 대한 의무를 포함한다고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밸류업 측면에서 중요한 이슈가 지배구조의 투명성이다. 상법 개정은 투명성의 일정 부분을 제고하는 데 효과가 있을 거로 기대한다. 기업의 지배구조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성"이라고 평가했다. 황세운 위원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사회 임원들이 현재까지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아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침해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해왔다"며 "상법을 개정해서 임원들이 대주주뿐 아니라 다른 모든 주주의 이해관계를 비례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개정안이 필요한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법안이 개정되면 배임에 대한 소송이 남발될 우려도 존재한다. 이사회가 합병이나 물적분할, 전환사채 발행 등을 의결할 때 손해를 입은 주주들이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런 소송이 누적되면 경영상 어려움으로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야당 역시 상법 개정 방향성에 동의하고 있어 입법 과정에 무리가 없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대표 발의로 두 개의 개정안을 냈는데 지난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의 발의안에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해 일반주주의 가치가 훼손되면 이사에게 보호의무를 부과하고자 했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은 총주주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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