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유가·물류비 등 '비용 증가' 우려[호르무즈 봉쇄 파장]
삼성·LG전자, 물류비 증가…수익성 타격중동, HVAC 등 新시장…사업 확대 '적신호'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20%가 통행하는 곳으로, 한국으로 수입되는 중동산 원유 99%가 이곳을 지나 한국으로 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은 글로벌 매출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만큼 당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타격이 없다는 분위기다. 단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와 물류비 상승으로 원재료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고,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제조기업들은 유가 및 해상운임 등 비용 상승 여파로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가전제품은 플라스틱, 합성수지 등 석유 기반 원자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유가 10% 상승시 제조업은 평균 0.67%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전 산업 평균 비용 증가율인 0.38%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제조업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해상운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다시 겪을 수 있다. 양사는 대형가전을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어 해상운임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쓴 물류비는 2조9602억원이며 LG전자는 3조1110억원에 달한다. 각각 전년 대비 71.9%, 16.7% 증가했다. 수익 타격이 컸던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3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7% 감소하기도 했다. 중동 현지 판매에서 직접적인 매출 감소도 예상된다. 양사 모두 중동에서의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 가운데 한자릿수로 낮지만 최근 냉난방공조(HVAC) 등에서 떠오르는 신흥 시장인 만큼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동·북아프리카 법인(SEMENA)을 신규 설립하고 냉난방공조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한 '2025 삼성 중동 에어솔루션 데이'를 개최하는 등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스라엘에는 스마트폰·가전 판매법인과 연구개발(R&D)센터를, 이란에는 판매 지점을 운영 중이다. LG전자도 이스라엘에 가전 판매를 위한 거점을 두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아시아,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사우스'에 공을 들이고 있어, 이번 사태를 더 신중히 보고 있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SNS에 "글로벌 사우스의 소득 증가로 냉난방공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인도, 동남아, 중동 등에서 현지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 분쟁으로 중동발 유가 상승 및 물류 영향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여파를 피해갈 수 있는 산업군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