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하드웨어에 두뇌를 심었다[현대차 SDV 리포트①]
차량의 하드웨어 한계 넘어 진화자동차에 '지능'을 더하는 시대SDV 통합 플랫폼 '플레오스' 개발주요 기능 클라우드로 계속 확장구매 후 업데이트로 최신 성능 유지외부 개발자도 차량 앱 생태계 참여감가상각 구조 뒤집는 기술 혁신
과거에는 자동차가 완성된 기계로서 출고와 동시에 가치를 잃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고 확장되는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현대차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를 중심에 놓고, 하드웨어 중심의 가치 구조를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이 같은 전환의 구체적 실체가 바로 통합 차량 플랫폼 '플레오스(Pleos)'다. 스마트폰처럼 끊임없이 업데이트되고 진화하는 자동차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이 기술에 담겼다. ◆스마트폰처럼 진화하는 자동차 이경민 현대차 자율주행SW개발실장(상무)은 지난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전'에서 "우리가 스마트폰을 계속 쓰는 이유는 뛰어난 하드웨어 때문이 아니라, AI와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자동차 역시 정지된 하드웨어가 아닌,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진화형 제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자동차가 구매 이후 정체되는 제품이었다면, 현대차는 자동차를 구매 이후에도 가치를 더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플레오스는 단순한 차량 OS를 넘어 외부 개발자도 차량용 앱을 자유롭게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전용 SDK, API, 가상 개발 환경을 갖춘 ‘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를 운영 중이다. 핵심 기술인 '플레오스 비히클 OS'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디커플링)한 구조로 설계됐다. 기존 차량은 하드웨어에 따라 소프트웨어 탑재가 제한됐지만, 플레오스는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OTA(Over-the-Air) 방식의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며, 보안 패치와 성능 향상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실시간 이뤄진다. 이처럼 지속적인 기능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은 기존 자동차 시장의 감가상각 공식을 흔드는 요인이 된다. 사용자는 차량 구입 후에도 최신 기능과 서비스를 계속 누릴 수 있으며, 이는 차량의 상품성과 수명주기를 획기적으로 연장시킬 수 있다. 스마트폰이 운영체제 업데이트와 앱 확장을 통해 사용자 만족도를 유지하듯, 자동차도 정기적 기능 개선과 콘텐츠 추가가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대차는 이를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차량 사용 행태의 변화와 연결하고 있다. 과거엔 차량 소유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이용 중심의 모빌리티 서비스(MaaS)가 확산하고 있다. 플레오스는 차량이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디지털 플랫폼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됐다. 차량 내 콘텐츠 소비, 맞춤형 내비게이션, 음성 기반 제어, 클라우드 연동 서비스 등은 모두 이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차는 플레오스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보안, 데이터 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패키지로 제공하고 있으며,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선택해 구매하거나 구독할 수 있는 모델도 준비 중이다. 이는 차량 구매 방식을 '완성품 일시불 구매'에서 '지속적 서비스 구독'으로 전환하는 시도다. 공급자 중심의 산업 구조를 소비자 중심의 사용자 경험 기반 산업으로 바꾸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 상무는 "현대차가 바라보는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똑똑해지고 유용해지는 진화형 제품으로, 자동차 산업의 본질을 바꾸는 작업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