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라톤 인천 중식당 '유에', 이윤승 셰프 손끝서 변신[인터뷰]
최근 헤드 셰프 부임…24년 경력의 중식 명장'호화대반점' 출신 광둥 요리 대가 장립화 제자유에, 메뉴 전면 개편·교감하는 다이닝 실현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기자 = 인천 연수구 컨벤시아대로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 4층 프리미엄 중식 레스토랑 '유에'(YUE)가 변화하고 있다. 24년 경력의 이윤승 중식 명장이 헤드 셰프로 합류한 데 따라서다. 유에는 이 셰프의 지휘 아래 웍 요리 특화와 고객 맞춤형 메뉴 리뉴얼로 고객의 미식 경험을 높일 태세다. ◆양식 전공에서 중식의 길로 이 셰프는 대학에서 양식을 전공했지만, 학창 시절이던 20여 년 전 서울 광화문 한 중식당에 들렀다 길을 바꿨다. "그날 맡았던 불과 소스의 향기를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 순간 '내 길은 중식이구나'는 것을 느꼈습니다"고 말했다. 1990년대 국내 유명 중식당은 화교 셰프들의 무대였다. 그들이 불의 강약과 양념의 섬세함으로 이룬 불과 소스의 조화는 그에게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운명 같은 경험이 됐다. 그는 곧 장립화(張立華) 셰프의 문하로 들어갔다. 그는 '중국 4대 중식 문파' 중 하나인 '호화대반점'(豪華大飯店) 출신으로 광둥(廣東) 요리의 대가다. "스승님은 제 요리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잘못 만들어진 도자기를 깨듯 다시 하라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힘들고 원망스러웠던 순간도 많았죠. 하지만, 그 과정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고 돌아봤다. 도자기 장인은 다른 사람은 결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작은 흠집에도 작품들을 아낌없이 깨뜨린다. 그 결과 전 세계가 경탄하는 고려의 상감청자가 탄생할 수 있었다. 완벽하지 않으면 다시 해야 했던, 은사의 혹독한 가르침이 그의 요리 내공을 깊게 만들었다.
그는 이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 힐튼 서울 호텔(현 스위스 그랜드 호텔) 중식당 수셰프, 개인 브랜드 '이윤'(YIYUN)의 헤드 셰프로 활동하며 경력을 쌓았다. 광둥식 조리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 셰프는 "기본에서 진정한 창의성이 시작합니다"고 설명했다. "야구선수가 홈런을 치려면 스윙 연습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하체 운동, 러닝 같은 기본이 필요하죠. 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칼을 제대로 갈고, 재료를 신선하게 다뤄야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24개 도시를 여행했다. 낯선 거리에서 새로운 맛을 배웠다. 특히 일본에서 '일본화된 중식'을 만났다. "차완무시(달걀찜)에 중식 소스를 응용한 코스 요리를 먹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에는 없는 스타일이었죠. 재료의 다양성이 곧 메뉴 차별화로 이어진다는 걸 배웠습니다"고 털어놓았다. ◆웍질과 불맛, 로봇은 대신할 수 없어 주방에서 그는 '웍질' 하나로 요리의 완성도가 갈린다고 평가했다. "불은 다루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입니다. 같은 재료를 써도 불의 세기와 타이밍에 따라 음식의 향과 빛깔, 맛이 달라지거든요." 기자가 "그렇다면 로봇이 웍질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실제 요즘 일부 식당에서 자동 웍 로봇이 '볶음밥'을 만드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셰프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의 세기, 재료의 수분, 타이밍까지 웍질을 할 때 맞춰야 합니다. 그것은 로봇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겁니다." 이어 "웍은 굉장히 무겁습니다. 처음엔 힘으로만 버티죠. 그러나 오래가려면 요령이 필요합니다. 야구 선수가 힘을 빼고 스윙하듯 웍도 손목 스냅으로 다뤄야 합니다. 힘이 아니라 감각이 만드는 결과물인 셈입니다"고 설명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커다란 둥근 바닥의 중국식 철제 프라이팬인 웍(wok)을 불 위에서 흔들고 돌리며 재료를 순간적으로 불에 닿게 했다가 빼는 동작이다. 단순한 볶음이 아니라 불과의 호흡이다. 그는 다시 한번 못 박았다. "웍질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로봇은 절대 대체할 수 없습니다."
◆유에에서 새로운 도전 호텔에 따르면, 유에는 이 셰프 영입을 계기로 전면적인 메뉴 개편과 함께 시그니처 메뉴에 어울리는 주류 페어링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점심·과 캐주얼 수요를 고려해 접근성을 넓히고, 투고(To-go) 메뉴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셰프는 "기본에 충실한 퀄리티 높은 음식을 선보이겠습니다. 계절별 갈라 디너와 스페셜 메뉴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겠습니다"고 약속했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 메뉴별 스토리텔링, 테이블별 설명 등도 강화할 방침이다. '교감하는 다이닝'이다. "유행은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클래식한 중식은 오래 갑니다. 그 안에 현대적 해석과 감성을 더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고 강조했다. 불맛과 향에 매료돼 중식의 길로 들어선 요리학도. 20여 년이 흐른 뒤, 그는 한국 중식 발상지인 인천의 5성급 호텔 셰프로 서 있다. 그때 이 셰프를 사로잡았던 본질은 오늘날 그의 감각과 실력을 거쳐 미식이 돼 고객의 미각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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