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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진 VS 핵심친박…새누리 '진흙탕 싸움'

등록 2017-01-09 10:30:00   최종수정 2017-01-16 14: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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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에게 탈당 요구를 받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로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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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새누리당 내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당내 개혁을 위해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영입했지만, 인 비대위원장의 강한 개혁 드라이브에 친박 핵심들이 반발하고 있어서다. 특히 이정현 전 대표의 자진 탈당 이후 인 위원장이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자 서 의원이 발끈하는 등 양측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5일 연일 자신에게 ‘거짓말쟁이’라 공세를 퍼붓고 있는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을 겨냥, “새누리당이 정치하는 데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교회다. 서청원 집사가 있는 교회”라고 강력 비난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저녁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당에 잘못 왔다는 생각이 확 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으로 성직자를 구했는데 나는 교회를 은퇴했다. 은퇴한 목사는 교회에 다시 가면 안 되는 것”이라며 전날 자신을 ‘거짓말쟁이 성직자’라며 맹비난한 서 의원을 겨냥했다.

 인 위원장은 또 “우리 집사람이, 내가 입이 헤픈 게 문제라고 했다. 사람만 보면 훌륭하다, 대통령감이다, 기도하겠다, 국회의원감이다, 국회의장감이다, 막 이렇게 덕담을 하는데 착각해서 진담으로 알아들었다”며 자신이 국회의장직을 약속했다는 서 의원을 비꼬았다.

 그는 그러면서 “나중에 안 되면 거짓말쟁이라 그럴지도 모르지 앞으로 입 좀 꼭 다물고 덕담이라도 하지 말라는 잔소리를 듣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인 위원장으로부터 ‘인적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은 이날 “죽음을 강요하는 성직자는 한국에 단 한분 밖에 없다”며 인 위원장의 발언을 반박하며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서 의원은 이날 오전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성직자는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해주는 의무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의원은 “어떻게 성직자가 의원보고 할복을 하라고 하느냐. 그 분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자격이 없다”며 “거짓말 하는 정치인이 싫어 성직자를 모셨는데 할복, 악성종양 같은 막말을 했다. 내가 잘못 모셔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탈당한 비박계를 향해서도 “그 양반들도 4년 동안 이 당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며 “아무리 대통령이 잘못이 있더라도 야당과 국민은 탄핵을 요구해도 당내 인사들이 탄핵에 앞장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 ‘인명진 편들기’

 이런 가운데 정우택 원내대표가 인 위원장을 거들고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과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을 겨냥, “도둑이 제 발 저린 식”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인 위원장과의 면담을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장 핵심적인 분들이 다 스스로 드러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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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이정선 기자 =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5일 오전 수원 새누리당 경기도당에서 열린 2017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1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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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통령이 탄핵을 받아서 국회에서 가결된 상황”이라며 “그런데 친박의 맏형이라 자처하고 다녔던 사람, 좌장이라 하고 다녔던 사람이 이번에 스스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의원을 그만두라는 것도 아니고 용퇴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것인데 그것도 못하겠다고 한다”며 “대통령이 저렇게 됐는데 그동안 친박 맏형, 친박 좌장이라 했던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데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분들이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게 불명예가 된다고 하면 찬성 안하지만 오히려 한 발자국 물러나실 때, 정치적 책임을 질 때 오히려 박수를 받는다”며 “당이 잘된다면 모든 걸 희생하겠다고 말할 때 국민으로부터 진정으로 박수를 받고 우리 당도 재창당 수준, 개혁 수준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 정 원내대표는 “인 위원장과 함께 여러분의 자기희생의 용단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우리 당을 21세기형 신 보수정당으로 바꿔내는 혁명적 쇄신에 흔들림 없이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의 쇄신을 도와주기 위해 어제 정갑윤 의원 등이 자기희생, 살신성인의 용단을 내려줬고 저를 비롯한 당직자들도 인 위원장에게 거취를 일임했다”며 “헌신적 결단을 내려준 중진과 당직자에 진심으로 감사 말을 드린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결국 이분들(서청원, 최경환)도 국민의 엄중한 목소리와 요구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여당 중진으로서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면서 책임 있는 판단을 해줄 것”이라고 거듭 두 사람의 자진탈당을 촉구했다.

 그는 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헌법 등 보수의 핵심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적 열망과 시대적 변화를 적극 수용해 선도적이고 과감하게 민생개혁 정책을 제시할 것이고 입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 ‘핵심’ ‘보통’ 분화…힘겨루기

 한편 정 원내대표는 “정확한 수는 모르지만 추가로 위원장에 거취를 위임한 의원들이 많다”며 “초선 중에도 있다. 중도계에도 있고, 대표격인 이주영 의원도 어제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탈당계를 제출하거나 인 위원장에게 탈당을 포함한 거취를 위임한 친박계는 이정현 전 대표,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홍문종 이주영 의원 등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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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201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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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일련의 상황을 놓고 비박계가 대거 탈당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 친박인 새누리당에서 ‘진박(진실한 친박)’그룹과 조금 거리가 먼 친박세력 간 힘겨루기란 해석이 나온다. 이른바 ‘핵심친박’ 대 ‘보통친박’의 싸움이다.

 당초 이들의 분열 조짐은 이정현 전 대표의 탈당에서 감지됐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인적청산 방침에 반발하며 친박계 핵심들이 모두 ‘버티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정현 전 대표가 2일 갑자기 탈당을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물론 이 전 대표는 탈당 선언 직전 정 원내대표와의 통화에서 “언론이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나와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어서 탈당한다”고 탈당 사유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직전 당 대표로서 후임 당 대표에게 백척간두 상태로 당을 물려주는 것도 죄스러운데 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대표와 함께 인적 청산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은 같은 날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마지막 1인이 남을 때까지 새누리당을 지킬 것”이라며 자진 탈당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이 전 대표를 거들면서 거부파에 공세를 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가 탈당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본다”며 “아무도 (탈당을) 안 하고 있을 때는 대동단결, 버텨보자, 이런 전선이 구축될 수 있지만 한 명이 다른 선택을 하면 분위기가 바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힘들 때 혼자 욕 먹더니 혼자 (탈당계를) 던졌다, 그럼 이 사람은 과거 권력을 놓기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이런 좋은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데, 그럼 다른 한쪽에는 반대 여론이 형성될 것 아니냐. 그럼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분히 나머지 핵심 친박들을 겨냥한 말이다.

 특히 정 원내대표도 인 위원장과 운명을 함께 하겠다고 밝히면서 핵심친박들은 더욱 고립되는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탈당 등의 조치를 거부하는 핵심친박들로서는 적잖이 당혹스럽다. 인 위원장의 뜻에 따른다면 탈당해야 하는 것이고, 이를 반대하면 인 위원장과 정 원내대표가 물러날 수 있다.

 지금 서 의원 경우처럼 탈당을 계속 거부할 경우 당내 개혁을 외치며 자신들이 영입하거나 원내대표에 앉힌 사람을 스스로 내쫓는 형국이 된다. 이 경우 당 안팎에서 정치적 비난이 쏟아질 것은 자명하다.

◇야당 “막장드라마 그만 찍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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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서울시당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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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친박과 보통친박의 신경전이다. 친박이 분화하면서 강성인 핵심친박을 향해 나머지 보통친박들이 나가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보통친박들은 핵심친박 일부가 물러나야 나머지 70~80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의 정치적 생명 연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초재선 등 젊은 의원들이 서청원 의원 등 ‘옛 정치인’으로 상징되는 일부 다선들을 향해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앞서 정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저승사자’로 불렸던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선임할 당시 여권에서는 일부 강성 친박들을 솎아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와 같은 관측이 현실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인 위원장과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 간 충돌과 관련, “친박당이 쪽박을 차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비난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한 뒤 “제발 정신 차리고 국민들의 부릅뜬 눈을 바라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외부에서 당을 구해달라고 부른 비대위원장과 친박계 핵심들 사이에 서로 당을 떠나라고 고함치고 있다”며 “밀실정치, 검은 야합의 내용까지 폭로되는 등 폭로전도 진흙탕 싸움이 따로 없다”고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그는 “비대위원장과 친박들이 서로 떠나라고 싸우고 있지만 국민들은 이런 막장드라마를 벌이는 새누리당과 친박 모두 정치를 떠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또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애초부터 부적절하지만 얼굴마담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됐는데 친박들은 정말 얼굴마담으로 세우려고 했던 모양”이라며 “친박들이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을 초빙한 것은 눈속임으로 국민들을 속이려고 했던 것임이 또다시 자명하게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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